처음 이상한 현상이 시작됐던 것은 지난 2004년이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갑자기 여러 집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화재 신고가 접수됐던 것. 가스레인지, 진공청소기 등 전기제품에 불이 났다는 사람부터 가구나 수도 파이프에서 불이 났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에 누전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지역 전기회사가 며칠 동안 마을의 전기 공급을 차단했지만 허사였다. 마을 주민들이 모두 대피하는 소동까지 빚어졌다. 국립지구물리학 및 화산학 연구소를 비롯해 이탈리아 해군 소속 전문가들까지 파견됐지만 화재의 원인을 설명하는 데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에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면 이는 분명 초자연적인 힘에 의한 화재라는 것이었다. 이에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귀신의 짓이 분명하다며 퇴마사를 부르자고 호들갑을 떠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면서 더 이상 화재가 발생하지 않자 마을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얼마 안 가 다시 화재가 드문드문 발생하기 시작했고, 마을 주민들은 점차 크고 작은 화재 사건에 익숙해져 갔다. 이제는 화재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수도관이 파열돼 물이 새는가 하면, 35시간 동안 화장실 거울에 불이 세 번이나 난 집도 있었다. 또한 에어컨이 불에 타 녹아내리거나, 자동차 유리가 폭파되거나,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가 모조리 삭제되거나, 자동문이 마구잡이로 열리고 닫히거나, 동물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죽어나가기도 했다.
다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고, 지난 2005년 이탈리아 정부는 육군장교, 엔지니어, 건축가, 지질학자, 물리학자로 구성된 특별조사반을 마을에 파견했다. 그리고 곧 항공사진 검토, 지구물리학 및 지구화학 데이터 분석 등 광범위한 조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모든 노력은 허사로 돌아갔다.
2007년에는 이탈리아의 한 신문이 이탈리아 정부의 기밀 중간보고를 폭로해서 한바탕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 보고서에는 “외계인의 소행이다”라는 잠정 결론과 함께 그 이유에 대해서는 “12~15기가와트와 같은 고압의 전자파에 의한 화재는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 후 한동안 잠잠했던 화재는 올해 들어 다시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 9월 30일에는 마을 곳곳에서 다시 화재 신고가 빗발쳤다. 셀로판테이프로 덮여 있던 의자에서 갑자기 불이 났다는 신고를 시작으로 몇 시간 후에는 포개 두었던 옷더미에서, 그리고 얼마 후에는 자동차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차례로 접수됐다. 책과 소파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이에 다시 마을 주민들은 대피했으며, 곧 재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과연 이번에는 속 시원히 원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 도깨비장난과도 같은 화재의 공포에 마을 주민들은 오늘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