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위쪽부터 F컵 쿠키, 가슴 커지는 캔디, 가슴 커지는 정제 | ||
최근 인터넷을 통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F컵 쿠키’는 이러한 여성들의 심리를 겨냥한 상품이다.
일본에서 개발된 이 쿠키는 태국의 자생식물에서 추출한 푸에라리아를 원료로 하고 있는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를 촉진, 단기간에 풍만한 가슴을 만들 수 있다고 선전되고 있다. 에스트로겐은 여성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호르몬으로 실제로 인터넷 판매자들은 이 쿠키를 먹으면 가슴확대 효과뿐 아니라 탄력 있고 하얀 피부와 윤기나는 머릿결을 가질 수 있으며 호르몬 조정을 통해 볼륨 있는 몸매로 가꿔주고 생리불순 개선효과도 볼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F컵쿠키’는 하루 2개 섭취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한화 1만 5000원 정도면 30개들이 한 박스를 구입할 수 있어 입소문을 타고 젊은 여성들에겐 이미 히트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심지어 외모에 민감한 일부 중·고교 여학생들도 생일선물로 주고받기도 한다. 인터넷에서는 일본을 다녀온 사람들이 낱개포장으로 들여와 직거래를 하는 것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아울러 ‘F컵 쿠키’의 인기에 힘입어 커피처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F컵 티’와 전자렌지에 2분만 돌리면 되는 ‘F컵 케이크’ 등의 신상품들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10월 27일 부산세관은 “‘F컵 쿠키’의 성분조사 결과 식품으로 사용할 수 없는 ‘푸에라리아 미리피카’가 검출됐다”며 “허가되지 않는 성분이 들어있는 만큼 ‘F컵 쿠키’를 수입·판매하는 인터넷 구매대행 사이트는 모두 불법”이라고 제동을 걸고 나섰다.
가장 큰 문제는 F컵 쿠키의 부작용이다. 식약청 관계자에 따르면 ‘푸에라리아 미리피카’는 의약품과 식품의 경계선상에 있는 성분으로 동물실험에서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약리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다량 섭취할 경우 자궁비대나 유방암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가슴풍만제를 복용 혹은 사용했다가 부작용을 경험한 여러 사례들도 올라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수술 없이 가슴을 커지게 한다’는 유혹은 끊이지 않는다. 인터넷상에서는 ‘F컵 쿠키’외에도 정확한 정체와 성분을 알 수 없는 다양한 수입품들이 무분별하게 거래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소비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껌과 캔디 형태로 만들어져서 약에 대한 거부감을 없앤 데다 젊은층들이 선호하는 다양한 맛과 향, 모양 등으로 더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으로부터 국내에 상륙한 A 껌은 일명 ‘가슴 커지는 껌’으로 입소문을 타고 수년째 10대 후반 이후 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멀티톨 갈근 전분 야채색소 광택제 감미료 등을 주성분으로 하는 A 껌은 약 60정이 들어있는 한 통(100g)이 3만 5000원선에서 판매되고 있다. 특히 이 껌은 ‘하루에 네 알만 씹으면 에스트로겐이 보충돼 큰 가슴을 만들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효능이 단순히 가슴미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알려지면서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판매자 측에서는 이 껌이 혈액순환을 개선시키며 스트레스 해소에 탁월한 효과를 갖고 있어 여성들의 노화를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고혈압과 우울증 개선, 윤기나는 피부와 머리카락을 만드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B 캔디도 마찬가지다. 설탕 물엿 장미향 칡뿌리 L-카르니틴 적양배추색소 자몽오일향 외 천연성분으로 만들어진 B 캔디는 여성을 아름답게 만드는 푸에라리아가 캔디 한 알당 100mg 함유돼 있다고 나와 있다. 45정이 들어있는 한 통(225g)의 가격이 약 4만 원선이지만 매번 조기품절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푸에라리아 함량 최고치를 자랑하며 ‘슈퍼 파워 업’을 광고문구로 내세운 C 정도 식지 않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양배추밀리와 푸에라리아의 합성으로 제조됐다는 C 정은 ‘허리는 줄이고 가슴은 커지게 해준다’는 매혹적인 광고로 많은 여성들을 유혹하고 있다.
판매자 측은 C 정은 유선을 자극해 풍만한 가슴으로 만들어주고 처진 가슴을 올려주는 데 탁월한 효능이 있고 시중에 판매되는 다른 가슴풍만제들과 달리 살이 찌는 부작용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양배추에서 추출한 기능성 성분이 고농축돼 있어 하루 한 알만 먹어도 만족스런 몸매를 가꿔준다고 선전하고 있다.
D 정 역시 ‘새가슴 콤플렉스’로 고통을 겪은 여성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제품. 10만 원대를 호가하는 만만찮은 가격이지만 가슴확대뿐 아니라 화장이 잘 받는 촉촉한 피부와 주름개선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하지만 푸에라리아를 함유한 이들 제품들은 여성들에게 ‘만능미용약’인 양 선전하고 있지만 대부분 그 부작용을 우려한 듯 일일 섭취량을 제한(미성년자는 섭취금지)하고 있으며 생리나 수유, 임신 중에도 섭취를 금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제품의 효능에 대해서도 과대선전됐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홍콩소비자위원회는 이미 2004년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가슴풍만제’에 대해 과학적으로 전혀 효능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단체는 에스트로겐 성분 때문에 가슴이 단단해질 뿐이며 장기간 사용할 경우 중풍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경고도 하고 있다.
국내 전문의들도 인터넷상에서 난무하는 ‘가슴풍만제’와 관련 적잖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성형외과 의사는 “가슴이 커지는 시기는 2차성징이 나타나는 사춘기 때인데 그것은 성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인 여성이 여성호르몬 등이 함유된 제품을 먹거나 크림을 바른다고 해서 가슴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무분별하게 복용해 성호르몬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경우 더 큰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성형외과 전문의도 “아름다운 가슴을 갖기 위해서는 정체불명의 수입품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체형보정 운동 등에 우선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호르몬 조절법 역시 개인판단에 따라 할 게 아니라 전문의와 정확한 상담을 거친 후에 해야 부작용을 막고 원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많은 전문가들은 “가슴 커지는 제품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많은 여성들이 힘 안들이고 예쁜 가슴을 만들어준다는 말에 현혹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미인이 되기 위해서는 매번 뼈와 살을 깎는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