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경찰서는 “의료기 렌털 사업을 빙자해 유사수신을 통해 투자금을 빼돌린 리드앤의 임원 2명을 구속하고 달아난 회사 대표 등 9명을 수배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는 대다수가 서민들이고 이들은 제2 금융권 대출, 현금서비스 등으로 빚을 내어 투자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당을 받기 위해 가족과 일가 친척들을 투자자로 끌어들인 사람들이 많아 집안 전체가 파탄에 처한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전국의 피해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도대체 어쩌다 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대규모 금융 피라미드 사기 사건이 터지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했다.
피해자들은 “자살밖에 길이 없다”며 절박한 심정을 하소연하고 있다. 각 지역별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피해보상을 강구하고 있지만 앞길이 막막하다.
피해자들의 대부분은 서민들. 이들은 1년에 40% 넘는 이윤을 보장해준다는 말에 한 대당 440만 원 가격의 안마기에 투자를 했다. 구입한 안마기를 찜질방 등에 대여해 수익을 올려 준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었다. 실제로 이번 금융 피라미드 사기행각을 벌인 이 회사 리드앤은 한 대에 투자를 하면 매일 이자와 원금 일부를 투자자에게 입금시켜 주었고 8개월 후에 총 580만 원으로 돌려주었다.
주변에서 고수익을 올린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한 피해자는 “실제로 8개월 동안 돈이 정확히 들어오자 믿음이 생겼고 회사 측의 권유에 따라 모든 돈을 재투자했다”고 밝혔다. 또 투자자를 끌어 모으면 따로 수당을 주었고 직급도 올라갔다. 짭짤한 재미를 본 투자자들은 가족, 친척들에게 적극 소개하면서 투자자는 점점 더 늘어갔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 교포들도 투자를 할 정도였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김 아무개 씨는 “올 5월경부터 회사 측에서 안마기 사업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부산의 백화점과 부곡의 호텔을 인수해 수익을 내겠다는 설명을 한 적이 있다”며 “이런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몇몇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수해 가기도 했지만 계속 원금과 이자가 통장에 꼬박꼬박 입금되는 걸 보고 대부분 투자를 늘렸다”고 전했다.
그러다 문제가 터졌다. 지난 10월 24일부터 매일 들어오던 이자와 원금 일부가 들어오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처음엔 경영상의 이유로 입금이 늦어지는가 싶었다. 하지만 회사 대표와 임원들에 대한 경찰 수사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투자금을 날렸다는 사실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결국 회사 임원 중 두 명이 경찰에 구속되고 회사 대표는 잠적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됐다.
현재 피해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경기지역 비대위 부위원장 박 아무개 씨는 “회사 측이 제2 금융권을 통해 대출을 알선해주는 수법으로 거액을 투자하게 했으며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전·월세 보증금을 투자한 사람들이 태반”이라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특히 피해자들 중에는 현재 소득이 없는 노인들이 많아 더욱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비대위는 피해자수와 피해액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3만여 명, 피해액은 약 4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마저 최소한으로 집계한 수치이며 실제로는 피해 규모가 이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수사를 맡고 있는 충남 서산경찰서는 “확인된 피해액만 1조 5000억 원이며 피해자들의 주장처럼 4조 원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회사 대표이사나 임원들은 이미 동종의 범죄 경력이 있는 자들”이라며 “회사명을 타투→리브→리드앤으로 바꿔가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고 전했다. 사건을 수사한 담당 형사는 “초기 수사 단계에서 회사 임원들이 센터장들과 피해자들에게 ‘당신들이 경찰에 출석하면 투자자들이 동요하게 되고 당신들이 투자한 돈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고 겁을 주는 바람에 이들이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며 “하지만 주모자들이 투자금을 가로채고 달아난 후에는 속은 것을 알고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경찰은 회사 임원 2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9명에 대해 수배령을 내린 상태. 각 지역의 비대위에서도 회사 임원들을 공개수배하고 있다. 또한 경찰은 투자금의 사용처를 파악하기 위해 회사 대표와 임원들의 재산을 추적 중이다. 비대위 역시 투자금의 사용 내역을 파악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든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회사 대표와 임원들 명의의 부동산 등 재산을 압류하기 위해 준비 중이며 이미 경찰에 투자자들의 위임을 받아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투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피해자들은 “백화점과 호텔 등을 인수했다는 소식 말고 수 조원에 달하는 돈을 어디에 썼는지에 대해선 얘기가 없었다”며 “회사 대표와 일부 임원들이 횡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들은 “수조 원에 달하는 자금이 흘러들어 갔는데도 금감원을 비롯한 정부 측에서는 아무런 조사를 해보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들은 “회사 대표와 임원들이 조직적으로 각계에 다양한 로비를 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의 최대 관심은 ‘투자금을 보상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다단계 판매회사는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직접판매공제조합에 가입해야 하며 등록증이 나온 후 영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에 따르면 리드앤은 공제조합에 가입돼 있지 않다고 한다. 이들은 “회사에서 자신들은 금융 피라미드는 맞지만 다단계 회사는 아니기 때문에 조합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직접판매공제조합 관계자는 “과거 제이유 사건의 경우 특수판매조합에 가입돼 있어 미미했지만 일부 금액을 피해자들이 보상받은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이번 리드앤 사건은 피해자들이 보상받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산경찰서 담당 형사는 “이번 사건은 제도권 금융기관이 아니면서 고수익을 제시해 투자명목으로 투자금을 끌어 모으는 유사수신행위에 해당된다”며 “이런 수법에 당하지 않으려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피해자들이 ‘어쩌면 좋겠냐’고 하소연하지만 해결책은 막연하다. 주범들의 감춰진 재산을 찾아내 빨리 채권으로 확보하는 것 외에 특별한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류인홍 기자 ledh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