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미 올해 초부터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의 불똥이 한국으로 튈 것을 예측했고, 환율시장이 안정세였던 지난 8월 ‘조만간 환율이 1400원대로 폭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가 네티즌에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정확한 예측력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려운 경제 문제를 정확한 논거를 바탕으로 알기 쉽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거의 ‘교주’ 수준에 가까운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오히려 그의 분석의 정확도와 네티즌들의 지지가 부메랑이 돼 자신에게 짐이 되고 있기도 하다. 여권 일부와 정부 관계자는 미네르바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이처럼 자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그는 절필을 선언하기도 했고 최근 한 월간지에 장문의 글을 투고하며 일부의 민감한 시선에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절필 선언 이후 미네르바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는 아이로니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 경제대통령’이라 불리고 있는 미네르바에 대한 모든 것을 추적해봤다.
미네르바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미네르바 개인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미네르바 본인도 글을 쓰는데 본인의 신원이나 얼굴을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미네르바는 처음에 자신을 ‘고구마 파는 노인네’라고 네티즌들에게 소개했었다.
다음은 미네르바 글 중의 한 부분.
“나 진짜 고구마 파는 노인네라니깐. 그리고 지금 장사하는 나와바리가 동네에 소문나서 이젠 손님 중 반은 카운셀러 받으러 오는 여편네들이라서 고구마 팔면서 재무상담 겸업하느라 장사하기가 힘들어.”(2008년 10월 25일)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고구마가 노란 황금색 빛을 띠고 있어 ‘외환시장’을 일컫는다”며 그를 외환시장 종사자로 예측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미네르바’는 그저 유명한 시민논객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11월 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한 여당 의원이 미네르바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고 법무부 장관이 수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미네르바에게 본격적인 관심이 모아졌다.
이후 모 경제지에서 미네르바는 ‘증권사 근무 경험이 있는 50대 남자’라고 보도했고 관심이 더욱 높아지자 미네르바 본인이 월간지 <신동아>를 통해 “증권사에 근무한 적이 있고 해외체류 경험도 있지만 나이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미네르바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이것이 전부다.
미네르바의 실체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하지만 미네르바를 직·간접적으로 만났던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알려진 것과는 달리 나이는 50세가 넘지 않았고 중국 쪽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인물인 것으로 정리된다.
미네르바를 만난 적이 있다는 A 씨는 “미네르바는 미래학에 관심이 많고 향후 세계의 패권은 중국이 쥘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영어보다는 중국어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는 또 “미네르바는 경제 문제 이외에 다른 영역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았으며 겉보기에는 엘리트에 외골수라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증권가 사람들은 미네르바 본인이 밝혔던 것처럼 그가 증권사 혹은 은행권 근무 경력이 꽤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미네르바가 증권가에서 일했다는 보도가 나오기 전 그가 증권가 출신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던 글이 두 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사설 정보지 속칭 ‘찌라시’의 유통구조에 대해 쓴 글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 지자체에서 몇 년 전에 만들었던 보고서까지 자신의 논거로 사용한 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네티즌들이 주목하지는 않았지만 미네르바가 ‘찌라시’에 대해 쓴 글은 언론에서 나온 찌라시 관련기사 수준을 넘어 증권가 경력이 상당히 오래된 사람이나 알 수 있는 것이었다”고 설명한 뒤 “다른 나라 지자체 보고서를 분석자료로 활용하는 것도 웬만한 애널리스트들이 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사회적인 관심이 부담스러웠던 탓인지 ‘미네르바’는 <신동아> 12월호에 투고한 글을 마지막으로 또 한번 ‘절필’을 선언했다. 그는 이미 온라인에서도 여러 차례 절필을 선언했고 그 이유에 대해 “살해위협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네르바가 절필을 선언한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 사정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일단은 그가 실제 살해위협을 받은 것도 절필의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검찰 수사 등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경제실정을 비판하기 위해 자유롭게 썼던 글이 어처구니 없게도 사정기관 수사의 빌미가 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네르바가 글을 통해 밝혔던 것처럼 현재 미네르바를 찾고 있는 곳은 정부기관 언론 기업 등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들의 목적은 서로 다르지만 이는 미네르바에 대한 전 사회적인 관심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취재결과 실제로 검찰에서는 ‘미네르바’에 대한 정보 수집에 한창이다. 여론에 재갈을 물리려한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극비리에 하고 있지만 여러 루트를 통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보 수집은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미네르바에 대한 제한된 정보라도 가지고 있는 곳은 국정원과 국정원의 보고를 받는 청와대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기관도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검찰 등은 국정원에 파견돼 있는 직원을 통해 미네르바에 대한 신상 정보를 파악하려 하고 있지만 국정원 측에서 쉽게 정보를 내어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자칫 정보가 새어나가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수사 여부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한다. 다만 수사기관에선 미네르바의 초기 글 중 대통령과 정부 고위관료들에 대한 인신 공격성 발언 등을 따져보고 있는 것 같다는 소식은 들린다. 검찰 내부에서는 “개인이 인터넷에 글을 쓰는 것을 언론으로 봐야하는지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하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미네르바의 혐의 자체가 불명확해 미네르바에 대한 수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개 시민논객에 불과할 뿐이다’며 미네르바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청와대에서도 10월 초부터 그를 주목하고 있다. 10월 중순 기자와 만난 청와대 한 관계자는 미네르바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서 그를 상당히 주시하고 있다는 뉘앙스의 말을 전했다.
미네르바에 대한 관심은 언론사에서도 대단하다. 이미 몇몇 언론사는 그의 활동 공간인 인터넷 사이트 다음 측에 ‘미네르바와 접촉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사를 여러 차례 표현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이에 언론사들은 공문을 통해 ‘미네르바에 대한 제한된 정보만이라도 알려달라’고 부탁했으나 이마저 거절당했다. 국가기관 및 언론을 통틀어 미네르바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것은 최근 미네르바의 글을 투고 받은 <신동아>가 유일하다. <신동아>도 미네르바의 접촉 경위 등에 대해서도 일체 함구하고 있다. 취재 도중 미네르바를 만났다는 사람을 몇 명 만나기도 했지만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는 불가능했다.
정부 기관이나 언론뿐만 아니라 각 기업에서도 미네르바의 실체 파악에 나서고 있다. 특히 자체적으로 경제연구원을 운영하는 기업들이나 증권회사들 중 일부는 미네르바와 관련된 리포트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