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바람피기 좋은 날>의 한 장면. | ||
기혼 여성들의 애인 만들기는 이제 더 이상 그들 세계에선 충격적인 것도 아니고 새로운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들의 일상을 보다 즐겁고 재밌게 만들어가는 이벤트이자 남편의 무신경, 무감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탈출구인 것이다.
기혼 여성들에 대한 한 설문조사는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기회가 생기면 애인을 만들겠다’는 대답이 무려 60%에 달한 것이다. 이 놀라운 수치에 대해서 과연 어떠한 설명이 가능할까. 기혼 여성들의 외도 문제를 집중 취재했다.
모 공공기관의 ○○○팀에는 여직원들이 많다. 대부분 고객들을 직접 대면하는 곳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직원들이 많아진 것. 기본 정원이 5명.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지난 여름에 애인이나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휴가를 다녀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음알음 알려지면서 주변에선 ‘충격적이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한 팀의 소속 여직원 전원이 그렇게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그 여직원들의 반응이다. 그녀들은 ‘뭐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외도나 새로운 애인을 만나고 있는 것일까.
한 언론사와 여성 관련 홈페이지에서 기혼 여성 7000여 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가히 ‘쇼킹하다’고 할 만하다. 물론 보수적인 여성들의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인터넷 조사라는 점에서 신뢰도는 다소 떨어진다고 할 수 있지만 여성들의 최근 경향을 알려주는 데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첫 만남 뒤 한 달 내 육체관계를 가진 경우는 무려 65%였고, 기회가 생기면 다른 애인을 만들 계획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60%였다. 그들이 애인을 사귀는 이유는 ‘색다른 사랑을 원해서’라는 응답이 전체의 50%에 육박했다.
특히 만난 당일 바로 성관계를 한 것도 22%를 넘어섰으며 1~2주 만에 성관계를 한 비율도 21%에 달했다. 또한 이들은 관계의 지속성 여부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44%는 ‘잠시 엔조이’라고 답했고 38%는 ‘계속 유지하겠다’라고 대답했다. 11%만이 ‘조만간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엔조이든 ‘계속 유지’든 불륜관계라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그녀들은 도대체 어디서 불륜 상대를 찾고 있는 것일까. 그 대답은 ‘직장’이다. 응답자의 21%가 ‘직장 동료가 애인으로 발전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친구의 소개, 카페나 술집 등이 40%에 육박했으며 동창회나 동문 등의 각종 모임에서 불륜 상대를 만난 비율도 10%에 이르렀다.
여성들이 또다른 애인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육체적 쾌락과 동시에 정신적인 ‘사랑’을 하고 싶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57%는 ‘만날 때마다 섹스를 한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사랑’ 때문에 만나는 경우에도 섹스는 할 수 있으므로 여성의 불륜은 대부분 육체관계를 포함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그녀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그녀들은 한결같이 남편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고 늘 꿈꾸어왔던 ‘사랑’을 느끼고 싶었다고 말한다. 또 그 중에서는 ‘참을 수 없는 성욕’ 때문이라고 답한 경우도 있었다.
“비록 나이가 들었다고 해도 여자는 여자다. 늘 사랑받고 싶어하는 것은 모든 여자가 똑같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여자로서의 나의 정체성을 없애버렸다. 그저 밥하고 일하는 한 명의 ‘사람’에 불과하다. ‘여자’라는 모습은 온데 간데없다. 남편은 언제부터인가 나를 데면데면하게 대하고 ‘여자’로 여겨주질 않는다. 나이는 20대의 봄처녀가 아닐망정 마음만큼은 언제나 20대의 아리따운 시절에 머물러 있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슬픈데, 거기다가 삶까지 무료하고 지루해봐라. 뭔가의 탈출구를 찾고 싶어 미칠 지경이 된다. 그런 가운데 새로운 남자를 만나는 것은 삶의 에너지를 충만하게 만든다. 애인을 만나는 것은 잃어버린 나의 낭만을 찾는 일이라 할 수 있다”(직장여성 J 씨. 35)
“애인은 끊임없이 나를 칭찬해준다. 그게 진심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게 진심이 아니어도 상관은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러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순간엔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생기가 도는 기분이 든다. 정체돼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나의 삶에 뭔가 생기가 돈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 아닌가”(가정주부 H 씨. 42)
이렇게 마음에 좀 더 중점을 두기 때문에 불륜을 하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여성은 섹스에 몰두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젊은 시절에는 섹스의 즐거움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남편은 나에게 섹스의 진정한 즐거움을 알려주었다. 그것은 한마디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예전에는 왜 여자들이 섹스에 미치는 줄 몰랐다. 하지만 정작 그 즐거움을 알고 나니 내 스스로가 섹스를 하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여자가 돼버렸다. 하지만 그렇게 나에게 섹스의 즐거움을 안겨준 남편은 이제 예전 같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이제는 남편과는 섹스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나의 성욕은 아직 여전하다. 나를 충족시켜줄 남자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일단 그 즐거움을 안 후로는 포기하기가 너무 힘들다”(가정주부 G 씨. 37)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불륜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불륜에 대한 여성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 더 문제다.
단순히 우연한 기회에 외도를 했다가도 도덕적으로 양심의 가책이 들어 서둘러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적으로’ ‘장기적으로’ ‘사랑과 쾌락이라는 명확한 목적 때문에’ 불륜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불륜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가정 해체와 가정불화 등 불륜에 따른 부가적인 후유증 역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구성모 헤이맨뉴스 대표 heymantoday@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