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금융그룹이 두나무 지분 6.55%를 인수했다. 하나은행은 5월 15일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주식 228만 4000주를 약 1조 33억 원(주당 약 43만 9000원)에 매입하기로 결의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하나은행은 송치형 두나무 회장(25.51%), 김형년 부회장(13.10%), 우리기술투자(7.20%)에 이어 4대 주주가 된다. 하나금융과 두나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 기반 외화송금 △디지털자산 연계 종합자산관리서비스 등에서 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미래에셋그룹의 비금융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 2월 국내 4위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의 지분 92.06%를 약 1335억 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한국투자증권이 글로벌 거래소 OKX와 함께 코인원 지분을 약 20%씩 나눠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이 송금이나 결제 부문과 호환해서 이용된다는 것을 국내 실험이나 해외 시장 분석 등을 통해 충분히 확인했다”며 “금융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 전통적인 금융사 입장에서는 글로벌 확장성도 기대해볼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을 새 먹거리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 법(CLARITY Act)’ 상원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디지털 자산에 대한 수요가 충분히 확인되고 있다”며 “미국 현지 금융사들이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인식에 가상자산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카드사 비자(VISA)는 가상자산 인프라 제공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암호화폐 카드 결제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분석업체 아르테미스(Artemis)는 연구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암호화폐 카드 결제 규모는 180억 달러이며, 이중 비자가 온체인 카드 거래의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금가분리 원칙이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가분리 원칙은 은행, 보험사 등 기존 금융사가 가상자산 회사에 출자하는 것은 물론 협업하는 것도 제한한다는 원칙이다. 2017년 가상자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금융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공표된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이지만, 법으로 명시된 규정은 아니다.
국내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 규제가 있기 때문에 가상자산 회사 출자 등에 대해 전통적인 금융사가 소위 눈치싸움을 했을 것”이라며 “금융당국과의 사전 교감 없이는 이들이 가상자산거래소 지분 투자를 단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상자산 2단계 입법(디지털자산기본법) 법안 상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 변수로 꼽히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율을 15~20%(예외 34%)로 제한하는 방안과 지분 51% 이상인 은행 중심 컨소시엄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확정되지 않았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법안에 대한 논쟁 소지는 여전하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권이든 비금융권이든 주체 상관없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관리 체계와 안정성을 어떻게 확립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며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 컨소시엄으로만 한정하는 것은 사실상 은행권에 독점권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블록체인 산업 특성상 필요한 혁신성을 놓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의 가상거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변동성이 적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금융권보다는 금융권의 가상자산거래소 지분 투자를 반길 것”이라며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이후 사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선제적으로 투자를 해놓는 것이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지장이 생겨도 가상자산거래소 자체에 대한 매력이 있기에 지분 투자라도 해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선 가상자산거래소 지분 출자와 관련 리스크를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지분은 비상장 주식인 특성상 유동성이 낮기 때문에 가상자산 시장이 꺾이거나 규제 리스크가 현실화됐을 때 엑시트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지분 취득 이후 거래소 보유 가상자산의 공정가치를 어떻게 재무제표에 반영할지에 대한 IFRS(국제회계기준) 해석이 확립되지 않기 때문에 감사인과의 마찰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