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정달 총재 | ||
최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자유총연맹이 지난 2003년 인수해 운영해오던 한전산업개발을 통해 권 총재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을 잡고 수사를 해오던 중이었다.
그런데 검찰은 자살한 인물이 권 총재의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인물이며 참고인 대상도 아니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한전산업개발 측에서도 신 씨가 지난 5월 입사한 인물이기 때문에 2003년에서 2007년 사이 발생한 권 총재의 횡령의혹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 왜 자살했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3일 마포구 선혁동 H 아파트 앞 한강변 산책로에서 한전산업개발 본부장 신상철 씨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신 씨는 지난 2일 출근을 한다고 집을 나선 이후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는데 지난 3일 오전 11시 40분경 신 씨의 동생이 사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 당시 신 씨의 주변에는 농약과 쥐약 등이 놓여 있었으며 신 씨의 사무실 책상 위에는 “총재님, 부사장님, 본부장님 죄송합니다. 그간 베풀어주신 은혜 하늘나라 오시면 갚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유서가 남겨져 있었고 신 씨의 지갑 속에서도 “조속히 마무리돼 회사가 정상화되도록 부탁 올립니다”라는 또다른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신 씨는 권정달 자유총연맹 총재의 수사와 관련해 검찰로부터 금융계좌조회동의서와 재적등본을 요구받은 후 자살했다.
권 총재는 지난 2003년 이후 한전산업개발을 운영하면서 매출을 부풀리고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수십억 원을 빼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과 함께, 지난 2006년 자유총연맹이 서울 중구의 한전산업개발 본사 건물을 T 건설사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거액을 챙겼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또한 지난 2004년에는 호주령 크리스마스섬의 카지노호텔 건설 사업에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도 거액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 씨의 자살이 알려지자 일부에선 권 총재의 횡령혐의에 신 씨가 개입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되자 자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하지만 한전산업개발 측에서는 “신 씨는 권 총재의 횡령혐의와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전산업개발 행정실 측 관계자는 “(신 씨는) 지난 5월에 한전산업개발에 입사한 임원이었다”며 “권 총재의 의혹에 신 씨가 개입됐다는 얘기는 아무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극구 부인했다. 또한 검찰 측에서도 “신 씨는 지난 5월부터 한전산업개발에서 근무해 권 총재 사건과는 관련이 없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신 씨의 이력과 관련해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신 씨가 지난 5월에 옮긴 것은 맞지만 지난 수십 년을 한전 계열사에서만 근무했기 때문에 전혀 관련없는 인물은 아니라는 얘기다.
신 씨는 지난 1967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해 지난 2001년 한국서부발전 서인천본부 발전운영팀장을 거쳐 지난 2006년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올 5월에 한전산업개발에 입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한전산업개발과 한전 계열사 간에는 인사교류가 자주 있다는 것이다. 한전산업개발 인사가 한전 계열사 측으로 가기도 하고 또 이사회의 추천을 통해서 계열사 인사가 한전산업개발로 옮겨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한전산업개발 측에서도 확인이 됐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신 씨가 한전산업개발과도 업무상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한전산업개발은 2003년 자유총연맹에 의해 인수됐고 그 이후 줄곧 자유총연맹의 지배를 받아왔기 때문에, 한전 계열사에서 일했고 거기에서 왔다는 것만으로 이번 일과 연관시키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신 씨는 왜 ‘총재님 죄송합니다’라는 유서를 남기며 마치 자신의 자살이 권 총재의 비리의혹 수사와 관련 있는 것처럼 비치게 했을까. 단순한 ‘인사’로 보기엔 그 내용이 단순하지 않다. 특히 ‘하늘나라에 오시면 은혜를 갚겠다’는 대목은 지난 5월에 입사해 짧은 기간 근무한 사람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멘트라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신 씨가 권 총재와 남모를 인연이 있었거나 신 씨의 본부장 임명에 권 총재가 관련됐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개인적인 인연이 없지 않고서는 그런 ‘막중한’ 표현을 쓸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한전산업개발 측은 신 씨가 이사회 추천에 따라 임명된 것 같다고 밝히고 이 과정에 “권 총재의 지목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답했다.
한편 이번 자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마포경찰서 측 관계자는 “가족들은 신 씨가 요즘 특별히 이상한 행동을 보인 적이 없다고 말했다”며 “갑작스런 자살은 검찰 수사에 압박을 느껴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신 씨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 만큼 ‘압박을 받은’ 원인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 주목할 부분은 신 씨에게 남모를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일부의 시각이다. 신 씨가 한전에서 수십 년을 근무해 온 만큼 자신의 계좌추적에 따라 권 총재의 의혹과 관련없이 개인적인 차원의 다른 문제가 생길 것을 두려워했거나 이미 포착된 나머지 자살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 측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조회 동의서를 받았다는 것은 결국 검찰이 신 씨의 은행계좌를 조회하겠다는 뜻을 밝인 것이고 재적등본을 제출받은 것은 가족들 명의로 된 계좌까지 조회할 개연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신 씨는 자신과 관련된 모든 계좌가 추적당할 상황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
이와 관련 앞서의 검찰 측 관계자는 “신 씨는 권 총재 사건과 관련해선 수사 대상자가 아니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했다.
수사를 실제 진행하고 있는 중앙지검 특수1부 측에서도 “신 씨는 참고인 대상도 아니었고 전화 한 통을 건 적도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해선 인정했다. 그러나 수사 내용에 대해서는 “혐의가 있든 없든 본인이 사망해 기소를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죽은 사람의 명예도 있는 만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신 씨의 지인들은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은 없겠지만 신 씨가 자살을 할 만큼 개인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이 같은 일부의 시각에 대해 “억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과연 신 씨가 자살한 내막은 무엇일까. 신 씨의 자살이 권 총재의 횡령 의혹과 관련된 것인지 아니면 일부의 분석처럼 자신과 관련된 그 무엇인지는 현재로선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권 총재와 관련된 것이라면 앞으로 수사의 진전에 따라서 그 내막이 드러날 가능성은 남아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