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전우회의 시위 사진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 ||
현재 참전 전우회에서 벌이고 있는 각종 수익사업이나 보조금은 회원들의 복지 증진에 사용되기보다는 전우회 간부들의 개인금고를 채우는 데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일고 있다. 때문에 ‘폭력이라는 극단의 수단도 비판받아야 하지만 지도부의 비리도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도 설득력을 갖는다. 더 나아가 지도부의 비리가 가능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 상의 문제도 함께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례 1::
지난 17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정부 등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를 수주한 뒤 재하청을 주는 대가로 업체들로부터 7억 4000만여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월남전참전전우회 사무처장 김 아무개 씨를 구속하고, 부장급 직원 등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수사 결과 김 씨는 자신의 친인척들을 전우회의 감사와 이사 등으로 임명하고, 이사장 등 간부들에게 매달 판공비를 지급하는 등 경제적 지원을 하면서 이사회를 장악한 뒤 개인적 이득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전우회 지부장들이 중앙회 사무실에 난입해 집기를 부수고 직원을 폭행해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사례 2::
용산경찰서는 지난 11월 26일 대한고엽제전우회 사무실에 난입해 폭력을 휘두른 전우회 전·현직 회원 33명과 용역업체 직원 7명 등 40명을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10월 20일 오전 경비용역 업체 직원 100여 명을 대동하고 고엽제중앙회 사무실에 난입해 쇠파이프와 야구방망이 등으로 임직원들을 폭행하고 감금한 뒤 총회장을 비롯한 현 집행부의 사퇴를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전우회 운영 과정에서 일부 임원들이 비위 혐의로 해임되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위의 두 사건은 모두 간부들의 비리 혹은 비위 사건이 연관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간부들의 비리가 발생하게 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전우회가 펼치는 각종 수익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나 국가보조금 등 이권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이 이권을 일부 간부들이 착복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자연스럽게 간부들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층’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각종 수익금이나 지원금은 원래 목적대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잇속’을 채우는 데 사용되게 된다.
‘○○ 전우회’라는 간판을 내걸면 정부 발주 공사를 따내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 정설. 그러다 보니 유사한 단체들이 난립하게 된다. 그리고 각종 비리사건들은 국가보훈처의 관리감독 밖에 있는 단체들에서 주로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보훈처에서 단체 난립을 막기 위해 허가제로 시행하다 보니 보훈처에서 허가를 얻지 못한 단체는 지자체 관할의 복지 법인으로 등록한다.
보훈처에서 허가하는 참전단체는 ‘사단법인 대한민국 베트남 참전 유공 전우회’뿐이다. 베트남전 참전 전우회와 유사한 이름의 단체는 이외에도 4~5개 정도 더 있다. 이름이 비슷해 일반인이나 공공기관에서 확인해보지 않고는 어떤 단체가 보훈처 허가 단체인지 알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
이른바 ‘HID’로 알려져 있는 특수임무수행 관련 동지회도 유사한 이름의 단체가 양립해 있다. 비슷한 이름의 단체가 생기다 보니 정통성이나 대표성의 문제도 나타나게 된다.
어떤 곳은 정부나 지자체의 관리감독 밖에 있는 채 아예 사업자로 등록되어 있는 단체도 있다. 간판만 전우회일 뿐 실제로는 영리 사업만을 하는 단체인 것.
국가보훈처가 소관하고 있는 비영리 법인은 지난 6월 현재 총 98개에 이른다. 이 중 보훈선양국 기념사업과에서 소관하는 단체가 독립운동 관련 단체 82개이며 기획관리실에서 소관하는 단체가 1곳이다. 나머지 11곳을 보훈정책국, 복지증진과, 제대 군인국에서 나눠 관리한다.
존립 목적 자체가 다양하기 때문에 관할 부서도 다양하다. 어떤 전우회가 보훈처 허가 단체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보훈처에 전화해서 여러 곳을 통해야만 확인할 수 있다.
워낙 유사 단체가 많기 때문에 보훈처에서도 단체 지원금을 쉽게 내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이런 단체들이 워낙 정치적인 색깔을 강하게 나타내는 데다 과격성까지 보여주고 있어 그 취지와는 달리 일반인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유공자 단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데다 이번 사건과 같이 보훈처와 연관 없는 단체에서 일어나는 사건도 일반인들은 보훈처 책임으로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허가된 단체에도 지원금을 섣불리 내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원금뿐만이 아니라 전우회와 관련해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보훈처에서는 언급을 꺼리고 있다. 잘못 손을 대기 시작했다가는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바른 지원을 위해 반드시 이런 문제들을 정리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보훈처의 한 관계자는 “일단 우후죽순으로 난립해 있는 단체를 하나로 통일해야만 대표성 문제도 정리가 되고 특혜 시비도 줄일 수 있다”며 “정치권 등에서 정치적 목적에 따라서 관련 법률을 마음대로 뜯어고치지 말고 일관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