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러한 ‘초딩’들이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성에 대한 그들의 지식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울타리를 한참 벗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은 각종 설문조사 및 실태조사에서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요즘 아이들은 신체 발육이 예전에 비해 몇 년씩 빠른 데다 정보산업의 발달로 성에 관한 지식도 그만큼 다양하고 빠르게 학습하고 있다”며 “더이상 그들을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로 취급해선 안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날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 초등학생들의 성문제를 집중 취재했다.
청소년들의 성접촉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심한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내려간다는 보고도 있다. 초등학생들이 모여 앉아 인터넷 음란물을 보고 그 행위를 따라 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고 단둘이 만나 키스하거나 상대방의 몸을 만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부모들은 ‘내 자식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을 한다. 아직 아기 티를 벗지 못한 그들의 순수한 얼굴을 매일 마주 대하는 부모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자녀교육 사이트에 올라온 한 부모의 상담 내용은 그 충격을 엿보게 한다. 초등학교 5, 6학년 남매를 둔 한 주부는 집에 아이들만 놔둔 채 가까운 슈퍼마켓을 다녀오던 참이었다. 대낮이기도 해서 문을 잠가 놓지 않고 나갔다 조용히 돌아왔는데 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가만히 살펴보니 남매가 남녀간의 성행위를 흉내 내고 있지 않은가. 그녀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고 결국 인터넷 고민 상담란에 글을 올리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그녀도 평소엔 ‘내 자식만큼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저변엔 물론 ‘도대체 쟤네들이 뭘 알겠냐’ 하는 생각도 자리잡고 있었다.
이처럼 일각에서 초등학생들의 성문제는 이젠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만큼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이와 관련된 실태조사 결과도 가히 충격적이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조사한 ‘2007년도 청소년 유해환경 접촉 종합실태조사’를 보면 초등학생 때 키스와 애무 등 성접촉을 한 비율이 늘고 있었다. 이 설문조사는 전국 중·고등학교 재학생 1만 372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응답자 중 성 접촉 경험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무려 58%에 달했다. 놀라운 것은 이 가운데 ‘초등학교 3년 이하 때 성접촉을 했다’는 학생도 11.6%로 2006년의 4%에 비해 무려 3배 가까이 늘었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4~6학년 때를 꼽은 학생들도 19.4%로, 2006년 9.8%에 견주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렇게 초등학생들의 성접촉이 빨라지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음란사이트와 성인 영상물에 대한 노출이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음란사이트는 둘째 치더라도 버튼만 누르면 켜지는 TV의 노출 수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것. 케이블 TV뿐만 아니라 공중파 등에서도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들이 거침없이 방영되고 있다. 특히 가족들이 모여 함께 TV를 보는 시간대에도 이런 장면들이 나오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럴 때면 부모들은 여간 난감하지 않다.
“요즘에는 정말로 애들과 함께 TV 보기가 무섭다. 드라마는 물론이고 여러 프로에서 성과 관련된 묘사라든가 말, 비유 등이 쉴새없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아이들로부터 곤란한 질문을 받기도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채널을 다른 데로 돌리자니 오히려 아이들의 호기심만 더 부추기는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를 취한다. 방송사 측에서는 도대체 이런 부모들의 심정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그쪽에도 초등생 자녀를 둔 직원들이 많을 텐데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학부모 A 씨)
인터넷에 널려있는 수많은 ‘접촉 기회’도 초등학생들을 위협하고 있다.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서 채팅사이트에 접속하면 끊임없이 음란한 쪽지들이 날아온다. ‘조건만남할 사람’ ‘야동 같이 볼 사람’ 이런 정도의 쪽지는 차라리 낫다. 성인 남자들과 ‘작업녀’들이 날리는 온갖 노골적이고 퇴폐적인 쪽지 내용이 전혀 여과장치가 없는 아이들의 머리속으로 들어오면 천둥번개가 되고 그 기억은 오래갈 수밖에 없다.
또한 초등학생들의 2차 성징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초등학생 때 이미 생리를 시작하는 여학생들이 많아졌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모든 초등학생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성적인 면에서는 ‘지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성장할 만큼 성장한 일부 초등학생들에게는 어른도 모르는 ‘그들만의 세계’가 있다고 한다.
그들 사이에선 ‘사귀는 이성’이 없으면 기가 죽기 일쑤고 심지어 은근한 왕따까지 당한다고 한다. 일부 초딩들 사이에서는 이성과의 성적 접촉과 수위 자체가 일상적인 화제거리라고 한다.
초딩들의 성문제가 더욱 우려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판단과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없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그만한 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그 기회 자체가 부족한 탓이다. 선생님에게 혹은 부모님에게 간간이 단편적으로 듣고 배우는 지식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고, 또 그것은 자신이 실제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과는 괴리가 있다. 우리의 성교육은 초딩들에게까지 완전하게 열려있지 못하다는 것.
‘초딩’들이 이러니 ‘중딩과 고딩’은 더욱 심각하다. 특히 중학생 때부터는 본격적인 성관계가 가능할 만큼 육체적으로도 성장한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조사대상 청소년의 5.1%가 성경험이 있었으며 이들이 첫 성관계를 경험하는 나이는 남녀 학생 전체 평균 14.3세. 남학생의 성경험이 약 6개월 빠르기는 했지만 학년차가 없다는 점에서 큰 의미는 없다고 한다.
이들의 성관계는 술을 마시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며 여학생들은 ‘남자 친구의 강요에 못 이겨서’라고 대답한 경우도 있었다.
특히 우려할 점은 성관계시 ‘안전한 피임’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것. 때문에 피임에 실패해 임신으로 이어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또한 어린 나이 때부터 성을 소중히 생각지 않는 청소년들은 결국에는 원조교제나 성매매 등에 쉽게 빠진다는 분석도 있다.
뿐만 아니라 중학생 때부터 성접촉을 하는 학생들의 상당수는 이미 초등학생 때부터 주변에서 접한 것들에서 영향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과는 청소년 성문제의 뿌리가 초등 시절부터 싹이 틀 수 있음을 알려준다. 전문가들은 “초등학생들의 성문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잠재되고 누적되는 경향이 있다. 일부는 곧바로 터지기도 하지만 그것이 중·고등학교 때에 가서야 터지는 경우도 많다”며 “모든 부모들이 우리 아이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버리고 ‘혹시 우리 아이도…’하는 심정으로 평소 자녀들의 성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철저하게 유해정보를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어른들의 편견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보통 어른들은 성문제에 관한 아이들의 질문을 받으면 육체적 정신적 성숙이 빨라지고 성 지식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아이들의 변화에 대해선 눈을 감아버린 채 일방적으로 ‘아직 몰라도 돼’ 하는 식의 대응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킨다. 안 그래도 말하기 싫고 감추고 싶은 아이들의 입을 더욱 닫게 만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아이들과 진지하게 대화하며 고민을 들어주고 필요할 땐 적절한 지식을 전해줘야 하며, 다른 한편으론 유해환경을 차단시키는 것이 올바른 대응”이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 한 성교육 전문가는 “초등학교 때 성교육을 통해 올바른 성관념이 형성되면 청소년들의 성문제도 상당 부분 예방될 수 있고,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만연되고 있는 성범죄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관련 제도를 마련해 보다 집중적이고 세밀하게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성모 헤이맨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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