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은 기축년 설날을 맞아 지난 12월 <중앙일보>에서 수험생과 재수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와 국내 주요 인터넷 강의(이하 인강) 업체 실무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 학원 강사 10인을 선정했다. 이들 강사들을 통해 과목별 성적향상의 비법과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평가의 경향, 그리고 그에 따른 입시전략을 자세히 알아봤다.
-대한민국 10대 강사들
* 언어영역=메가스터디 이근갑 강사와 비상에듀 정지웅 강사가 쌍벽을 이루고 있다. 이근갑 강사는 1위 인강 업계인 메가스터디 안에서도 대표 강사로 손꼽힌다. 친근한 경상도 억양과 함께 주어진 지문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이도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하는 획기적인 수능 맞춤 수업으로 학생들에게 수년간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반면 정지웅 강사는 학생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호소력이 강한 강의로 정평이 나있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에 대해선 꼼꼼한 설명과 함께 인강 임에도 불구하고 게시판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일일이 답글을 달아주고 있다.
* 수리 영역=실제 이름보다 삽자루로 더 잘 알려진 비타에듀 우형철 강사와 EBSi를 통해 학생들에게 탄탄한 인지도를 쌓으며 떠오르고 있는 김현정 강사가 선정됐다.
우형철 강사는 7차 교육과정에서 이뤄진 모의평가 및 수능 기출문제 700문제를 철저히 분석해 단기간에 성적을 급상승시키는 최적화된 수업이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예인 뺨치는 외모로 학원가에서 최고 얼짱으로 통하는 김현정 강사는 이화여대 대학원 수학 석사를 이수한 실력파다. 철저한 개념 정립을 통해 학생들이 수학에 재미를 붙이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수업방식을 택하고 있다. 특히 풀다가 막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섯 가지 비법을 연구해 학생들로부터 높은 신뢰감을 형성하고 있다.
* 외국어 영역=이태완본어학원의 이태완 강사와 메가스터디 김기훈 강사가 신구 대결 구도를 보이고 있다.
이태완 강사는 90년대 말부터 활동을 시작한 1세대 인강 강사로 영어 성적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내공 다지기’식 수업을 한다. 많은 문제를 풀어보는 것보다는 학생의 수준에 맞춰 하나를 풀더라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김기훈 강사는 ‘나를 따르라’식의 카리스마 넘치는 강의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무작정 쉬운 수업이 아니라 실전 문제풀이를 중점적으로 해강사에게 의존하는 성향을 가진 요즘 학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쭑 사회탐구 영역=메가스터디에서 이름을 날리다 현재는 비상에듀로 자리를 옮긴 반주원 강사와 현재 메가스터디 사회탐구 강사인 설민석 강사가 이름을 올렸다.
우선 반주원 강사는 여자 강사임에도 수업을 이끌어나가는 강한 주도력으로 학생들을 사로잡고 있다. 정확한 발음 구사가 강점이고 예시를 통한 자세한 설명과 분석으로 쉽게 이해시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사회탐구 영역에 있는 11개 과목 중 8개 과목을 가르치는 통합형 강사라는 점에서 학년을 가리지 않고 수능과 내신 모두를 잡아준다.
설민석 강사는 특유의 성대모사와 역사적인 인물들의 묘사를 통해 자칫 지루하기 쉬운 역사 과목에 대한 흥미를 극대화한다. 또한 역사적 사건 간의 유기적인 사례 분석이 뛰어나다.
* 과학탐구 영역=이투스 민석환 강사와 박기웅 강사가 나란히 선정됐다.
이투스에서 물리를 담당하는 민석환 강사는 철저히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수업을 한다. 물리는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 중 하나인 만큼 매 강의를 마치 영화 시나리오처럼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는 강의를 한다.
생물을 가르치는 박기웅 강사는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이해도를 극대화 시키는 스타일이다. 단순 암기식보다는 원리적인 접근으로 실생활에서 적용될 수 있는 예를 많이 들어 암기과목으로 치부될 수 있는 생물에 대한 수능적인 사고방식을 확립시켜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기타=10대 강사 외에도 국내에는 각자의 영역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유명 강사들이 많다. 주로 실력을 검증받은 강사는 메가스터디, 이투스, 비타에듀, 엑스터디, EBSi 등 주요 인강 사이트에 포진돼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10대 강사들은 2010년 수능의 전반적인 경향에 대해선 대부분 예년에 비해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7차 교육과정이 막바지에 다다른 지금, 계속 문제가 쉬워져 대학들이 수능의 변별력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있어 난이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올해 거세게 불고 있는 대학자율화 움직임 속에 등급보다는 원점수를 반영하는 대학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면 학생들의 득점분포를 세분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언어영역은 지난해와 출제유형 면에서는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전 분야에 걸쳐 출제되는 방대한 지문에 대한 대비다. 이에 대해 이근갑 강사는 출제범위가 워낙에 방대하고, 특히 비문학 지문의 경우 모두 출제교수들이 직접 쓰기 때문에 어떤 지문이 나오더라도 문제를 풀 수 있도록 답을 찾아내는 스킬을 길러야 한다고 충고한다.
정지웅 강사 역시 출제 가능한 제재와 문학작품을 선별해서 정리하기보다는 정확한 지문 분석 능력을 기르는 것에 초점을 두고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수리영역은 예전에 비해 어려워질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현정 강사는 전반적으로 문제 난이도는 비슷하겠지만 4점짜리 어려운 문제를 통해 원리까지 제대로 공부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의 격차가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1등급을 얻기 위해서는 어려운 문제와 맞닥뜨리는 연습도 병행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우형철 강사 역시 변형된 문제에 대한 응용력을 기르지 않는다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다수 출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외국어영역 역시 변별력을 갖출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평가원이 특목고 학생들을 고려해 변별력을 갖출 수 있도록 어렵게 출제했다고 발표했지만 실패한 바 있기 때문이다.
김기훈 강사는 2008학년 수능부터 유지한 기조인 ‘어려운 지문, 평이한 문제’ 경향이 그대로 이어질 것이지만 이러한 변별력 있는 문제들로 인해 단순히 문제풀이에만 열중하면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태완 강사 역시 올해는 특목고 학생들을 의식한 추론형 최고 난이도 문제가 6~8문항 정도 출제될 것으로 보고, 이 부분에서 명문대의 당락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사회탐구영역은 7차 교육과정에서부터 과목이 총 11개로 늘어났다. 학생들은 이 가운데 2개에서 최대 4개까지 선택해서 시험을 볼 수 있었던 만큼 전략적인 과목 선택이 중요했다. 주로 선호하는 과목이 사회문화, 한국지리, 정치경제, 역사 등이다.
반주원 강사는 최근엔 전반적인 사회 현상에 대한 융합적인 문제가 많이 출제된다면서, 과목을 가리지 않고 전반적인 흐름을 익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시사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 꾸준히 출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설민석 강사는 지난해에도 변별력을 갖춘 문제들이 강화됐다면서 암기형 학습보다는 철저한 개념 이해와 입체적인 자료 분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 과학탐구영역은 올해에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학원가는 보고 있다. 특히 변별력 확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출제하는 몇몇 문제들이 학생들을 괴롭힐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기웅 강사는 생물 과목이 예전과 비슷한 난이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발굴될 가능성이 높다며 각 단원 간 통합적인 내용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인터넷 강의 공부법
2010학년도 수능을 준비하는 고3 학생들의 입시전략에도 다소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특정 과목이 취약한 학생들에게는 1년 만에 성적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강사들은 하나같이 특정 과목을 포기하고 다른 과목에 집중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설명한다. 아무리 자신이 약한 과목이라도 일단 개념만 정립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는 쉽게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수능이기 때문에 비경제적이라는 것.
오히려 이태완 강사는 유독 특정 과목의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성적을 빨리 올릴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이미 한 과목에서 추론적 사고가 정립된 학생은 다른 부족한 과목에서도 성적을 올리기가 더 쉽다는 것이다.
인강을 통한 실력파 스타강사들의 개념정리 수업이 인기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강을 무작정 듣기만 해서는 결코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 강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근갑 강사는 자기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는 결코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한다. 자신은 방법을 알려줄 뿐이지 그것을 소화해내기 위해서는 철저한 복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복습은 이 강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강사들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강제력이 없는 인강이 가진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은 복습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강사 선택에 있어서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좋은 강사라도 학생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인강 사이트에서는 결제하기 전에 강의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커리큘럼 소개나 맛보기 강의 등이 구비돼 있다. 무조건 유명세만 보고 고를 것이 아니라 이러한 것들을 반드시 확인해야 금전적 시간적인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또한 강사는 한 번 정하면 자주 바꾸지 않는 편이 유리하다. 강사마다 진도를 나가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언제나 공부할 시간이 부족할 만큼 입시는 시간과의 싸움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강사를 바꾸면 새 강사에 적응해야 하고 진도를 처음부터 다시 나가야 된다. 반주원 강사는 만약 자신이 듣는 강사가 남들이 잘 모르는 무명 강사라 하더라도 한 번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꾸준히 듣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수험생 스스로 자신을 신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사들은 강조한다. 김현정 강사는 “대부분 하위권 학생들의 경우 그동안 공부를 소홀히 한 자격지심 때문인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해 목표를 너무 낮게 잡는 경향이 있다”고 하면서 “자신감을 갖고 목표를 높게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학부모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부모들이 나서서 자기 아이의 목표를 미리 정해버리면 그 이상 올라갈 수 있는 학생까지도 목표 달성은커녕 목표보다 못한 결과를 낳기 쉽다는 지적이다.
이진언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