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0일 참사가 벌어진 후 철거민들이 경찰의 현장 수습에 반발하며 몸싸움을 하고 있다. 사진=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더구나 검찰이 전국철거민연합(전철련)으로 수사를 확대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전철련 지도부의 도덕성을 비판하면서 경찰 쪽에 힘을 보태는가 하면 진보진영에서는 본말이 전도된 수사라고 질타하고 있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대규모 촛불집회도 준비하고 있다. 용산 참사는 이제 ‘사건’의 차원을 뛰어넘어 정치적 이슈로 변하고 있는 형국이다.
무엇이 사건을 이토록 키우고 있는지 용산 참사의 각종 쟁점들을 들여다봤다.
쟁점 1 전철련 간부들 재산
용산 참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전철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철련이 철거민 농성의 배후로 지목됐고 이후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대리투쟁’ 의혹이다.
우선 검찰은 전철련이 지난 2007년 경기 A지구 재건축과 2008년 시작된 서울 B구역 재개발 지역에서 세입자들에게 “전철련과 함께 이주거부 투쟁을 하면 추가 보상비가 지급될 것”이라며 세입자들로부터 매달 50만원씩을 받아 대리투쟁을 벌였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용산 참사에서도 전철련이 비슷하게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남경남 전철련 의장(55)이 용산철거대책위원회 이 아무개 위원장으로부터 약 6000만 원에 이르는 돈을 자신의 통장으로 넘겨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이 위원장이 이번 시위를 벌였던 철거민 세입자들 중 6명으로부터 1000만 원씩을 받아 이 돈을 남 의장에게 넘겨줬다”며 “남 의장은 이 돈으로 화염병, 망루 등 시위에 필요한 자재들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검찰은 남 의장 개인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그의 재산 형성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검찰은 남 의장이 안산 지역 거주지 외에도 또 다른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측에 따르면 남 의장은 지난 2008년 1월부터 경기 안성시의 한 지역에 262㎡(약 80평)에 이르는 텃밭이 딸린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는 별도로 ‘제법 큰’ 주택을 가지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는 것. 아직 조사 중이라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주소까지 적시한 제보라 터무니 없는 얘기는 아닌 것 같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90년대 중반부터 운동권에서만 활동해온 남 의장의 전력을 감안하면 이 같은 재산 형성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검찰은 또 남 의장이 재개발 지역에서 보상을 노리고 불공정 행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남 의장이 지난 95년 중순경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의 10㎡와 8.2㎡의 토지를 취득한 후 이듬해 매도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남 의장은 97년 4월에도 같은 지역에 있는 상가 8개를 보존등기하고 4개월 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보상금을 노리고 일명 ‘알박기’를 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전철련의 다른 일부 간부들도 비슷한 의혹을 사고 있다. 검찰 측의 한 관계자는 전철련 간부 A 씨가 용산구 등지에서 건물과 대지를 구입했다 팔기를 세 차례나 반복했고, B 씨도 지난 97년경 부천의 한 지역에서 다세대주택 몇 채를 수차례에 걸쳐 사고팔아 차익을 남긴 정황이 포착돼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쟁점 2 경찰 과잉진압 논란
경찰이 과연 적법하게 진압작전을 폈느냐 아니면 과잉진압을 했느냐는 전 국민의 관심사다. 용산참사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보혁대결 양상을 보일 만큼 입장이 갈리는 것도 다름 아닌 과잉진압 여부를 둘러싼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 명확한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하고 있다. 시너와 화염병이 원인이 됐다는 것만 밝혀냈을 뿐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입장정리를 못하고 있다.
또한 검찰은 경찰의 과잉진압 여부와 더불어 화재의 원인이 된 시너가 어떻게 망루에 쏟아지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검찰은 “화재발생 1분여 전 시너로 추정되는 액체가 망루 지붕에서 떨어지는 것을 동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동영상에서는 경찰이 지붕을 뜯어내려고 모서리를 벌리는 순간 액체가 쏟아지다 멈추고 다시 쏟아지는 장면이 찍혀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해 “물대포에서 쏟아지는 물이 흐른 것이었다면 계속 쏟아져야 정상일 텐데 해당 액체가 떨어지는 모양을 봐서는 시너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시너가 과연 어떻게 망루에 뿌려지게 됐느냐는 것. 경찰이 지붕을 뜯어내는 과정에서 실수로 쏟아졌다면 경찰도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 반면 일부의 주장처럼 시위대가 뿌린 것이라면 화재에 대한 경찰의 책임은 상당 부분 희석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동영상 화면에 액체가 뿌려지는 것 외에는 사람 손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아 누가 뿌린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떨어진 것인지 파악이 안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은 “대검찰청에 곧 해당 동영상에 대한 분석을 맡길 것”이라며 “대검에서 분석이 끝나면 경찰의 과실 여부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여지를 남겼다.
▲ 다음날인 21일엔 현장에서 상여소리를 방송하며 차량 시위를 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또 다른 논란은 용역 업체가 당시 용산 참사에서 진압작전에 참여했는지 여부다. 철거민 측에서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진압 현장에 분명히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 측에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유정 의원은 “용산 참사가 일어난 당일 오전 6시 24분부터 29분까지 현장 책임자와 지휘본부 간의 교신내용을 볼 때 경찰은 철거용역업체와 합동진압작전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휘관으로 추정되는 상급자가 가급적이면 용역철거반원을 동원해 신속하게 진입로의 장애물 제거 작업을 진행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며 “보고자가 현장 상황을 다시 확인했거나 지시를 이행하고 몇 분 뒤에 다시 보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경찰의 무전교신 기록 등을 살펴보면 참사 당시 용역업체 직원들이 옥상으로 향하는 철제문을 해체해 경찰에게 진입로를 확보해 주는 등 진압작전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동영상에도 용역직원은 전혀 등장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옥상 문 잠금장치를 해체했다는 특공대원의 진술도 나왔다”며 “용역 직원들이 진압 당시 건물 내에 있었다는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시위를 벌였던 철거민들은 “전날 밤에 옥상에서 나오지 못한 것도 건물 3층에서 용역업체 직원들이 막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용역 직원들이 건물 3층에 진입해 옥상장애물에 망치질을 하고 폐타이어에 불을 질러 위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쟁점 4 누구를 위한 과속이었나
용산구청이 무책임하게 세입자들을 몰아내려고만 해 이번 참사를 불렀다는 주장도 또 하나의 쟁점이다. 참사를 당한 철거민들이 보상을 제대로 받지도 못한 상황에서 무조건 내쫓으려고만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용산구청이 이같이 서두른 데는 모 건설사의 로비가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일요신문> 872호 참고).
용산 재개발 지역에서 이번 참사를 겪은 철거민들 외에도 90여 명에 이르는 세입자들이 지난해 11월 동산이전비를 받지 못한 채 이사했고 그 당시를 전후해 이전비를 받을 수 있게 도와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용산구청은 이를 계속해서 묵살해 이번의 과격시위를 부른 한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장규 용산구청장은 희생된 철거민들을 일명 ‘떼잡이’로 비하하기도 했다. 박 구청장은 지난 20일 용산 철거민 화재참사가 일어난 지 불과 몇 시간 뒤 용산구 보광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2009 신년인사회 및 동정보고회’에 참석해 “그들은 세입자가 아니다. 전국을 쫓아다니면서 개발하는 데마다 돈을 내놓으라는 떼잡이들이다”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국제상가세입자대책위 남기문 사무국장은 이 같은 박 구청장의 발언에 대해 “조합 측이 철거용역업체를 동원해 위협을 가하고 명도소송 등을 통해 다양한 압박을 가하는 바람에 세입자들이 법에 보장된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쫓겨난 것”이라며 “이들은 피해자로서 정당한 보상을 바란 것이지 부당한 이익을 얻기 위해 시위를 벌인 것이 결코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