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시점에서 친박계가 ‘반기문 대망론’을 꺼내들어 그 의도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박 대통령이 8월 23일 청와대에서 방한 중인 반기문 사무총장을 접견하는 모습. 사진제공=청와대
최근 친박계가 국가경쟁력 강화포럼 활동에 박차를 가한 것도 ‘무대의 교실 시리즈’에 대항키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테이블 아래서 논의되던 반기문 카드가 최초 등장한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지난 10월 29일 국가경쟁력 강화포럼은 제9차 세미나 주제를 ‘차기 대선’으로 정하고, 그간 비공개로 열던 것을 이날만큼은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반기문 대망론을 언론에 내던진 격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반기문 카드는 친박계의 김무성 대권 견제용이라는 해석이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친박계 한 핵심 당직자는 장시간 불만을 터트리며 또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일단 “친박계가 김무성 견제용으로 반기문 총장을 띄운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포럼에 참석했던 한 초선 의원 역시 “무슨 반기문 대망론, 그런 분위기 아니었다”며 “과거 ‘홍삼 게이트’, ‘이상득 게이트’와 같은 사건이 터지지 않는 이상 현 정권에 대한 지지가 당장 안 무너진다. 반기문 총장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대망론까지는 아니었다. 시기상으로도 2016년 이후 논의되는 게 맞지, (친박계가 띄운다는 이야기는) 다른 의도를 갖고 매도하려는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당시 세미나에 참석해 반기문 대망론의 진원지로 지목되기도 한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시 세미나에서 일부 여론조사에 반기문 대선지지율에 거품이 있다고 전제했는데, 그런 부분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언론과 호사가들이 조장하는 것 같다”며 “현재 반기문 총장과 박원순 시장 대선 지지율이 그다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대망론이 계속 거론되면 격차가 더 좁혀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여권 일각에서는 김무성 대표에 대한 견제보다 더욱 설득력 있는 것이 ‘개헌을 전제’로 한 ‘반기문-김무성 빅딜설’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앞서의 친박계 당직자는 “반 총장 쪽에서는 현 상황을 엔조이하며(즐기며) 가끔씩 정치적 레토릭(수사)을 던질 것”이라며 “결국 여권에서 흠이 나는 것은 박근혜 정부일 뿐이다. 김무성 대표 쪽도 무사안일하다. 역사적으로 영조가 일찍 사도세자에 양위 선언을 한 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보라. 지금 튀면 당에서 숙청될 터인데, 이후 석고대죄를 해도 늦다”고 전했다.
반기문 대망론은 야권으로도 튀었다. 지난 3일 권노갑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은 최근 출간한 자신의 저서 <순명> 출판기념회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와서 ‘새정치연합 쪽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타진해 왔다”고 전했다. 기자들 입장에서는 원로 정치인 출판기념회에서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수확이었고, 앞 다퉈 보도되기 시작했다.
친박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이 10월 29일 차기 대선 정국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을 집중 조명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18일 열린 국가경쟁력 강화포럼 창립총회. 연합뉴스
곧바로 꾀가 많은 박지원 의원이 ‘정밀 타격’에 나섰다. 박 의원은 권 고문 출판기념회 다음날(4일) 기자들에게 “새누리당은 이미 경선 구도가 짜였기 때문에 반 총장은 새정치연합에서 경선하면 이길 수 있다”, “뉴DJP 연합을 통해서 호남과 충청이 다시 손잡으면 승리할 수 있다”, “반기문 총장의 대북정책이 햇볕정신이다. 남북 간 실질적인 전환점이 올 수도 있다” 등의 워딩을 쏟아내며 새정치연합에 어울리는 인물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여론 지형은 그렇지 않다. 지난 10월 27일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반기문 총장이 대선에 불출마할 것이란 응답이 61.4%로 압도적이었고, 여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란 응답이 19.9%, 야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란 응답은 2.8%에 불과했다. 이택수 대표는 “반 총장이 여당과 더 교집합이 있다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며 “이후 여권발 개헌 논의나 야권발 제3지대 관련 논의가 커질 경우에 또 다른 교집합들이 생길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의 한 고참 당직자 역시 “야권, 특히 친노 진영에서 반기문 총장에게 보수 지지층 확장 이상의 역할을 맡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저쪽은 모시겠다는데, 이쪽은 경선에 참여하라면 초장부터 기우는 것 아닌가. 그렇다고 권노갑 고문이나 박지원 의원이 밝힌 반기문 측근 접촉설이 완전한 거짓말이라고 할 수는 없고, 만남을 토대로 일종의 여지를 놓은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반기문 총장 측에서는 야권 인사들과의 접촉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반 총장 동생인 반기호 보성파워텍 부회장은 직접 언론 인터뷰에 나서 “측근들이란 전부 형 이름을 파는 사기꾼”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또 다른 측근으로 지목된 성완종 전 의원은 “대통령이 집권한 지 2년도 되지 않았고 반 총장도 임기를 많이 남겨둔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한 중진 의원은 “정치적으로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며 “반기문 총장이 여권 쪽이라는 징표 같은 게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UN 시절 업적과 성향을 보면 야권 쪽을 향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반기문 총장은 다시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