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반 총장이 섣불리 대권행을 고백했다간 고건·정운찬 두 전직 국무총리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쑥덕공론이 적잖다. 고건 전 총리는 10년 전인 지난 2004년 가을, 차기 대통령 선호도에서 1위를 차지하며 잠룡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보도 이후 어떠한 행보나 인터뷰도 차기 대선과 연관되는 상황에 몰렸고, 이를 제어하지 못했다. 언론 역시 이전에는 전두환 정권부터 이명박 정권까지 현직을 지낸 ‘행정의 달인’으로 호감을 표시했다면, 이후에는 ‘예스맨이다’는 식으로 돌아섰다.
정운찬 전 총리는 정치권 외곽에 머물면서 여야 영입 경쟁을 관망하다 때를 놓친 케이스다. 정 전 총리는 서울대 총장으로 임명 직후부터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는데, 우리 사회는 정치권 입문이 예견된 외곽 인사에게 너그럽지 않다.
반기문 총장과 정운찬 전 총리는 공통 인맥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 인물이 노무현 정부 당시 미국 간첩으로 몰렸다 법적으로 구제된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이다. 백성학 회장은 정운찬 전 총리 서울대 총장 임명에 조력했는가 하면,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당시 정 전 총리에 1000만 원을 줬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백성학 회장은 반기문 사무총장 선출 과정에서도 등장한다. 지난 2007년 정치권을 뜨겁게 달군 ‘백성학-반기문 회동 녹취록(“반기문이 우리 손에 기어들어 왔어”)’ 보도가 그것이다. 백 회장은 당시 사무총장 선출을 앞둔 반 총장의 요청으로 만나 도움을 준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반 총장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백성학 회장은 지난해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반 총장이) 백성학 이야기만 나와도 불편해하신다는 말을 들었다”며 당시 섭섭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새누리당 외곽 조직의 한 인사는 과거 기자에게 “백 회장은 여야 정치권에 골고루 친분이 있는 간단치 않은 인사다. 지난 대선 박근혜 대통령 당선 1등 공신인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는 아삼륙”이라며 “반 총장이 앙금을 풀어내지 않는다면 정치적 행보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귀띔한 바 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