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스 피싱 범인들이 발송한 법무부 장관 명의 위 조 문서. | ||
최근에는 보이스피싱 범인들이 법무부 장관 명의의 팩스까지 발송하는 대담함도 보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부산에 있는 한 중소기업에 서울검찰청을 사칭하며 회사 계좌 잔고 등을 알려달라는 전화가 왔다. 피해자가 보이스피싱임을 의심하며 이를 거절하자 범인들은 법무부 장관 명의의 문서를 팩스로 송부해왔다.
팩스로 온 문서는 ‘법무부가처분명령’이라는 제목 하에 ‘금융사건 수사와 관련하여 협조하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문서명의자에는 ‘법무부장관 김경한’이라고 적혀있었고 위조한 직인까지 찍혀있었다. 주관부서로 ‘법무부 검찰국 검찰과’라고 기재한 다음 마치 정상적으로 전자 결재를 거친 것처럼 기안자, 과장, 장관 명의의 자필 서명까지 위조돼 있었다.
회사 측에서 계좌번호 등을 알려주기 전에 검찰에 신고해 실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근래 들어 볼 수 없었던 신종 보이스피싱이었다.
정부 보조금을 사칭한 보이스피싱도 활개를 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정부와 여당에서 빈민층을 돕기 위해 쿠폰 또는 현금을 지급하는 것 등이 논의되자 이를 악용하는 보이스피싱이 등장했다. 특히 피해자의 의심을 없애기 위해 인터넷 메신저로 피해자의 주소, 주민번호, 가족, 친구관계 등을 미리 파악한 뒤 지인으로 가장해 계좌이체를 시키거나 법원통지서를 미리 팩스로 발송해 피해자를 믿게 한 뒤 사기전화를 거는 수법도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신번호 역시 060, 080 등에서 일반 전화번호로 바뀌는 추세고, 아무한테나 전화하던 초창기와 달리 개인정보를 다른 경로로 미리 파악한 뒤 전화하는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다.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정부가 접수한 보이스피싱 신고 건수는 7만 건을 넘고 피해액은 22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는 신고되지 않은 금액까지 감안하면 실제 피해액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했다.
유형별로는 우체국택배 사칭 보이스피싱이 3만 6078건(46.7%)으로 가장 많았고, KT(8520건), 은행(5556건), 검찰청(5530건), 휴대폰·인터넷통신(2769건), 경찰청(1847건), 국민건강보험공단(1831건), 카드사(1830건), 법원(1237건) 사칭 순이었다.
권익위는 보이스피싱의 주요 특징으로 △ARS 전화사용 및 통화감도 불량 △어눌한 말투와 북쪽지방 사투리 △조목조목 되묻거나 강경대처시 전화 끊음 등을 꼽았다.
권익위는 “전화를 이용한 계좌번호 및 카드번호, 주민등록번호 요구, 현금지급기를 이용한 세금 및 보험료 환급 안내에 일체 대응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또한 예방요령으로 △전화사기범에게 자금이체시 거래은행에 지급정지 신청 및 경찰신고 △개인정보를 알려준 경우 은행 또는 금융감독원에 신고 △동창생 또는 종친회원이라며 입금을 요구할 경우 사실관계 재확인 △발신자 전화번호 확인 등을 제시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