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소환조사를 받은 장자연의 전 매니저 유장호 씨. | ||
애초 유가족은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다. 14일 오후 3시경 통합형사3팀 김용구 팀장이 유가족을 만나기 위해 고인의 집을 찾았지만 5분여 만에 되돌아 나오고 말았다. 당시 고인의 집에는 고인의 언니와 숙모 등의 유가족, 그리고 실신한 고인의 언니를 돌보기 위해 찾아온 지인 네다섯 명이 있었다. 그렇지만 저녁 6시 40분경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가지고 다시 고인의 자택을 찾자 유가족은 입장을 바꿔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다음 날인 15일에도 다시 유가족을 만나 진술을 들었다. 문건에 고인뿐 아니라 고인의 언니도 협박을 받았다는 내용이 있어 유가족이 이미 고인이 술접대 및 성상납을 강요받아왔음을 알고 있을 수도 있어 이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했다.
관건은 문건에 이름이 오른 피의자들의 혐의 입증 여부다. 또한 혐의가 입증돼도 처벌이 가능할지도 의심스럽다. 이런 상황을 미리 대비해 놓은 듯 고인은 문건 첫 부분을 ‘배우 장자연의 피해 사례입니다’로 시작하고 마지막에 날짜와 주민번호, 서명과 지장 등을 남겼다. 게다가 법률문서에나 볼 수 있는 간인까지 각장에 찍어놓았다. 그렇지만 고인의 일방적인 주장이라 이것만으로는 법적 처벌이 어렵다. 문건에 구체적인 정황까지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확보돼야 한다는 것. 경찰이 “문건에 명단이 있어도 개인 프라이버시 때문에 발표하기는 어렵다”면서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공익에 따라 실명 공개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까닭이 여기에 있다. 만약 수사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실명 공개는커녕 별다른 수사 성과 없이 조용히 마무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경찰은 술접대 및 성상납의 직접적인 증거 확보는 물론 이를 매개로 이뤄진 이권 청탁 등의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모두 아홉 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전방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문건에 실명이 거론된 연예인의 수사 협조 여부도 커다란 변수가 될 수 있다. 고인은 결정적 문건을 남겼으나 이미 세상을 떠난 데 반해 다른 피해 연예인들이 수사에 협조할 경우 피의 사실 확인이 훨씬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항간에선 문건에 술접대와 성상납을 받은 경찰과 검찰 관계자의 실명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정상적인 수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