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의 진가가 나타난 것은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진행됐던 대선자금 수사였다. 당시 대선자금 수사에서 기업 수사는 대부분 그의 손에서 이뤄졌다는 게 수사팀 관계자들의 중론이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에 따르면 그의 역할은 기업의 ‘입’을 여는 것이었다. SK사건 수사 전까지 검찰 내부엔 대기업의 비자금이 아주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면 사법처리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SK 수사로 판도라 상자가 열린 것이다. 기업이 불법으로 비자금을 만들었고 탈세는 물론 이 비자금으로 정치권 로비를 한 고리가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이인규 중수부장은 SK 수사 때처럼 그 고리의 첫 단추인 기업 비자금을 찾는 일을 맡았다. 당시 삼성그룹의 삼성전기, LG의 LG홈쇼핑, 현대차의 현대캐피탈, 롯데의 롯데건설 등의 압수수색은 모두 그의 정보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당시 대기업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비자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짚었고 이 점을 공략해 굳게 다문 기업인들의 입을 열었다. 특히 그는 현대차의 경영권 승계 가능성을 주목하고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현대모비스와 인수합병을 준비 중이었던 본텍을 압수수색해 현대차 경영권 승계 작전을 원점으로 돌리기도 했다. 이 같은 전례 때문에 이 부장이 지휘하는 대검 중수부가 최근 경영권 승계나 지주회사 설립 등을 마친 대기업들을 수사할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이정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