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정보공개 청구 대상이 된 정부기관은 66개, 공공기관은 304개로 총 ‘370개’에 달한다. 사회정상화운동본부에 따르면 이중 351개 기관에서 회신을 받았으며, 나머지 19개 기관은 내부 공개여부 검토 등 정보공개 청구 과정이 진행 중이다. 사회정상화운동본부 김두진 이사장(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팀장)은 “공무원들의 힘이 막강한 상황에서 잔존 부조리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고 기관 내부에서 징계도 원칙대로 되고 있지 않다”며 “이대로 가다간 똑같은 범죄가 계속 일어난다는 생각에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정보공개 청구에 해당하는 기간은 2011년 1월 1일부터 2014년 10월 31일로 약 4년이다. 공개 대상은 소속기관에서 절도, 횡령, 금품수수 등의 혐의로 징계처분을 받은 공무원들이다. 징계처분 결과뿐만 아니라 절도, 횡령, 금품수수액과 적발 부서까지 공개 대상이 됐다.
<일요신문>이 사회정상화운동본부로부터 입수한 정보공개 청구 자료에 따르면 ‘100만 원’ 이상 뇌물을 수수하였거나 공금을 횡령해 자체 징계된 공무원들은 총 ‘269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죄종별로 보면 금품수수가 208건으로 가장 많았고, 횡령이 57건, 절도가 4건으로 나타났다. 뇌물을 받는 잘못된 관행이 공무원 사회에서 쉽게 뿌리 뽑히지 않는다는 점을 방증하는 셈이다.
금품수수액과 횡령, 절도 금액도 주목된다. ‘1000만 원’ 이상 비리를 저지른 공무원은 총 51명으로 공개됐다. 이중 5000만 원에서 1억 원 이상 고액 비리를 저지른 공무원도 다수 포착됐다. 대표적으로 강원랜드 공무원이 1억 200만 원, 8400만 원을 각각 횡령해 계약종료가 됐고, 교육부의 한 공무원은 1억 4000만 원, 환경부의 한 공무원은 1억여 원의 뒷돈을 받아 각각 파면당했다. 통일부에서는 운영지원과 공무원이 5100만 원을 횡령해 결국 파면 조치당했다.
무엇보다 자체 징계처리된 비리 공무원이 가장 많이 포착된 곳은 ‘국세청’이다. 국세청은 총 ‘119건’의 공무원 비위가 적발돼 자체 징계 처리했다. 119건 모두 금품수수다. 하지만 금품수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아 그 규모는 파악하기 어렵다. 국세청은 정보공개 결정 통지서에서 “일부 자료는 별도로 보관하지 않고 있어 부분 공개함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란다”라고 이유를 짤막하게 밝혔다. 설명대로라면 피해 금액과 관련한 자료를 보관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에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밖에 국세청 뒤를 이어 교육청이 57건, 국방과학연구소가 11건으로 공무원 비위 적발 건수가 높았다. 국방과학연구소 공무원들의 비리 역시 모두 금품수수로, 그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국방과학연구소 비리는 지난 2013년 2월 감사원 감사에서 모두 적발됐다.
사회정상화운동본부는 각 기관 100만 원 이상 비리자들을 다시 형사고발했다.
비리 공무원들의 내부 징계처리 부분도 관심의 대상이다. 비리 공무원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정보공개 청구 자료에서는 이러한 정황이 다수 포착돼 논란이 예상된다.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 비리 처벌은 정직이 96건으로 가장 많았고, 견책 74건, 감봉 45건, 해임 18건, 파면 14건, 불문 2건, 근신 3건순이었다. 반면 형사고발조치는 총 ‘44건’에 불과했다.
특히 5000만 원에서 1억 원 이상 고액 비리를 저지른 공무원의 경우 파면 조치 외에 형사고발 조치는 거의 되지 않는 상황이다. 자료에서 파악된 5000만 원에서 1억 원 이상 고액 비리를 저지른 공무원 총 8명 중 형사고발 조치된 공무원은 단 ‘2명’밖에 되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는 모습이다.
공무원 직무 관련 형사 고발은 국무총리훈령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게 원칙이다. 각 지자체마다 다르지만 통상 ‘200만 원’ 이상의 횡령액은 형사고발 조치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국무총리훈령 제601호 ‘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 고발지침’에 따르면 ‘뇌물수수, 공금횡령, 배임 등 직무에 관한 부당한 이득 또는 재물취득과 관련한 범죄는 고발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더욱 엄정히 처리하여야 함’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김두진 이사장은 “공무원 범죄에 있어서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사실이 여전히 드러났다. 이에 100만 원 이상 공금횡령, 금품수수로 자체 징계처리된 공무원 269명을 각 경찰청에 고발조치했다”라고 전했다. 현재 각 경찰청은 해당 사안을 조사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많은 공무원들이 고발됐기에 해당 사안을 검토하고 있다. 각 기관에 추가 자료 공개를 요구한 상태”라며 “이미 각 기관에서 징계 처리가 됐기에 또 다시 형사처벌이 가능한 사안인지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법무부의 경우 유일하게 정보공개 청구에 응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9월 비공개 결정한 데 이어, 최근에는 비공개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이 제기되자 이를 기각하기도 했다. 사회정상화운동본부 측은 “대체 왜 공개를 안 하는지 배경이 의심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법무부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해당 자료는 법무부에서 별도로 관리하는 자료가 아닐뿐더러,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면서 “공개를 한 다른 기관이 오히려 잘못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사회정상화 운동본부란? 사회정상화운동본부는 ‘과거로부터 지속된 잘못된 관행과 제도, 부정부패, 도덕적 해이 등을 바로잡자’는 목적으로 지난 6월에 설립된 시민단체다. 정보공개 요청, 정책제안 등을 주 활동으로 하고 있으며, 본부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해 있다. 이사장은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팀장을 지낸 김두진 씨가 맡고 있으며, 이사진으로는 전현직 청와대 행정관 및 비서관, 기업인, 교수 등이 다수 포진돼 있다. 비교적 신설 단체이지만 정보공개 청구를 주된 활동으로 삼아 공무원 등의 관가 비리에 대한 워치도그 역할을 충실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