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의 한 경찰서장이 고향 후배인 조폭두목과 술을 마시고 사건을 조작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직위해제된 사건도 그 중 하나.
문제의 경찰서장은 평소 지방 소재 M중학교 선후배들과 호형호제하며 룸살롱 등에서 술을 자주 마셨는데, 이들 중에는 목포와 무안지역에서 나이트클럽을 하는 조직폭력배 두목도 있었다는 것.
더구나 문제의 경찰서장은 자신의 학교 후배가 고소건에 휘말리자 고소인을 피의자로 둔갑시키는 등 사건을 조작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결국 이 경찰서장은 청와대, 경찰청 감사실 등으로 날아든 이 같은 내용의 진정서로 인해 지난 12월31일자로 직위해제되고 말았다.
경찰의 품위를 추락시킨 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사건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9월이었다. 당시 서울 강남에서 건설업을 하는 A씨에게 평소 사업관계로 잘 알고 지내는 B씨가 찾아왔다. B씨는 A씨에게 “사업자금이 필요하니 어음을 좀 빌려달라”고 간청했다. 평소 동업자나 마찬가지인 B씨의 어려움을 그냥 넘길 수 없던 A씨는 자신의 명의로 어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러나 섣불리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 화근이었다. 어음 만기일이 도래하면서 A씨에게 하나둘 어음이돌아오기 시작한 것. 문제는 금액이었다.
B씨로부터 어음을 받은 17명의 채권자로부터 날아온 액수는 2백60억원에 달했다. 이미 B씨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그 돈을 변제할 수가 없었고, A씨로서도 능력 밖의 액수였다.
A씨는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으나 이미 손을 쓸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B씨를 다그쳐 보았지만 사업이 어려워서 어쩔 수가 없었다는 대답밖에 들을 수가 없었다. 고심 끝에 A씨는 어음을 사고처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고어음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법규상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했다. 결국 A씨는 B씨가 자신의 허락없이 어음을 발행한 것으로 신고하는 한편 B씨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가 않았다. B씨가 발행한 어음을 받은 17명 또한 어음이 결제될 수 없음을 알고 A씨를 경찰에 고소해버린 것. B씨가 마음대로 발행한 어음일지라도 그 발행인은 A씨였기 때문이었다. 졸지에 A씨는 사기 피의자로 몰리는 신세가 되었다.
그런데 사건은 엉뚱한 데서 더 복잡하게 얽혀 들어갔다. A씨가 B씨를 고소한 서울 강남의 한 경찰서의 Y서장이 B씨와 중학교 동창생이었던 것이다.
진정서에 의하면 B씨는 Y서장에게 자신은 억울한 피해자라고 강변했고 Y서장은 B씨의 말만 믿고 A를 불러 사기혐의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는 것. 처음에는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던 A씨는 경찰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려 하였으나 엉뚱하게도 피의자의 신분으로 심문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도 자신이 고소한 B씨에 대해 경찰에서는 아무런 조사도 할 기미가 없었다. 게다가 경찰소환에 응하지 않던 A씨에 대해 경찰서측은 체포영장까지 발부했다.
이렇게 되자 A씨는 B씨가 Y서장과 중학교 동창생이며, 서로 잘 알고 지낸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A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해결하기 위해 B씨와 Y서장의 동태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진정서에 의하면 평소 B씨와 Y서장은 조폭 두목인 김아무개씨, 벤처사업가 이아무개씨와 어울려 서울 역삼동의 모룸살롱에서 자주 술을 마셨다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Y서장과 같은 중학교 선후배 관계였고, 조폭두목 김아무개씨는 지방소재 M관광호텔과 K나이트클럽을 소유한 조폭두목이었다. 또 이아무개씨는 지방에서 벤처회사를 경영하고 있었다.
A씨는 B씨가 단골인 모룸살롱의 마담으로부터 B씨와 Y서장이 사건조작을 공모했다는 내용의 말을 전해들었다. 술자리에서 Y서장은 B씨에게 “A씨에 대한 고소가 많이 들어와 있으니까 사법처리를 해줄테니 아무 염려 말라”고 말했다는 것.
이같은 증언을 확보한 A씨는 지난해 11월29일 청와대와 경찰청 감사실로 진정서를 보냈다.
경찰청 감사실이 자체 조사를 한 결과 Y서장과 B씨와의 친분관계가 사실로 드러났고, 같이 술을 마신 고향 후배 중 한 명이 지방 조폭두목인 것으로 드러나 결국 Y서장은 직위해제됐다.
그러나 사건을 담당한 경찰청 감사실의 김병철 과장에 따르면 Y서장과 B씨는 진정서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의혹을 부인했다고 한다. B씨는 “사건과 관련해 Y서장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또 Y서장 역시 “고향 후배들이 서울에 왔다기에 순수하게 사적으로 단 한 번 만났을 뿐 부당하게 사건을 왜곡한 적은 없다”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과 김 과장은 “현재 A씨가 잠적중이기 때문에 모든 사실관계는 A씨가 나타나야 확실하게 파악될 것 같다. 지금으로선 A씨의 행방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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