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이 처음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무렵. 채권자들 중 일부가 이 병원장을 상대로 서울 강동경찰서에 사기죄 등으로 진정, 고소하면서 이 사건은 불거졌다. 현재 사건은 서울지검 동부지청에 이첩돼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의 병원장 부부는 서울 강동구에 소재한 B병원 원장 H씨와 그의 부인 Y씨(B병원 의사). 이들 부부가 병원 운영과 관련해 종교관계자 1백2명으로부터 차입한 돈의 액수는 1백50억원(H씨가 2003년 11월13일 서울지법 파산과에 제출한 답변서에 기재한 규모)에 이르고 있다.
H씨 부부가 종교 관계자들로부터 병원운영자금 명목으로 돈을 차입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서울 대형교회인 K교회 권사였기 때문. 대부분의 채무자들은 돈을 빌려줄 당시 H씨가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데다 같은 종교인이라는 점 때문에 특별한 의심없이 돈거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H씨가 종교계 인사들로부터 돈을 빌리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 2003년까지 6년간. 그가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 의하면 차입금 규모는 한 사람당 최저 5백만원에서 11억5천만원에 이르는 등 매우 다양하다.
H씨는 돈을 빌리면서 일부 인사들에게는 특별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대다수 채권자들에게 15∼30%의 높은 이자를 제시하기도 했다. H씨는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차입한 돈을 병원 운영, 어음결제, 부채상환 등 대부분 병원의 경영과 관련해 공적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H씨측이 제시한 차입금 내역장부에 따르면 H씨 부부는 지난해 9월까지 종교 관계자들로부터 돈을 빌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의 자금운용을 했다.
그러다 H씨는 병원경영이 계속 어려워지자 결국 지난해 11월 병원을 부도내고 11월13일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고 말았다. 이날 H씨와 부인 Y씨 명의로 서울지법에 제출한 파산신청서에 따르면 H씨는 병원 경영이 어려워져 채무를 갚을 수 없어 파산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파산신청서에서 “파산재단을 구성할 만한 재산도 거의 없어 파산절차 비용도 부담하기 어렵다”며 “(자신을) 파산자로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서울지법은 지난해 12월2일 채권자를 상대로 채권내역 등을 조사했다. 그러나 병원은 현재 대부분의 부동산, 의료기기 등이 경매(채권자 우리은행)에 넘어간 상황이어서 개인적으로 금전거래를 한 채권자들이 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흥미로운 점은 1백2명의 채권자들 중 상당수가 자신의 신분노출을 꺼려 강력한 채권 행사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뷰에 응한 한 채권자의 경우 “같은 종교인으로서 도움을 주는 차원에서 돈을 빌려준 것일 뿐”이라며 채권행사를 강행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일부 채권자들은 H씨 부부를 사기혐의로 고소했지만 검찰측은 “대부분 차용증을 주고 돈거래를 했기 때문에 형사사건으로 다루기 어렵다. 또한 형사사건으로 고소된 경우도 H씨가 처음부터 변제할 의사가 없었음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사건해결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채권자들 중에는 사회적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K목사 등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H씨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K목사는 지난 2001년 7월4일 11억원을 빌려주고, 월 6백만원의 이자를 받기로 했다.
이에 대해 K목사가 소속돼 있는 K교회측은 “K목사의 개인명의로 빌려준 것이어서 교회로서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K목사는 현재 다른 사건과 관련해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어 연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K목사와 함께 C목사(교단 최고위직 역임)도 2002년 12월13일 15%의 이자를 받기로 하고 9억원을 H씨측에 빌려준 것으로 나타나 있다. C목사 역시 연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