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경찰청은 지난 8일 아내가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가지면 남편이 이 남성들을 찾아가 “간통으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해 9천여만원을 뜯은 혐의(공갈)로 임아무개씨(41)와 임씨의 부인 장아무개씨(37)를 구속했다.
경찰 수사결과 재혼한 사이인 임씨 부부는 전처 소생의 아이 둘을 함께 키우고 있었으나 부인 장씨가 자신의 아이를 낳고 싶다며 평소 다른 남자와 자주 바람을 피웠다는 것. 남편 임씨는 정관수술을 한 지 오래돼 이들 부부는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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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장씨도 특별한 직업이 없어 남편의 수입에만 의존하던 가계는 나날이 궁핍해졌다. 급기야 카드빚을 제때 상환하지 못해 부부가 함께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면서 속칭 ‘카드 돌려막기’도 어려운 지경에 처하고 말았다.
사정이 이러하자 아내 장씨는 남편에게 색다른 제안을 했다. 장씨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돈 많은 대기업 간부 A씨와 정을 통할 테니 나중에 간통으로 협박해 돈을 뜯어내자는 제안이었다.
사실 장씨가 처음부터 A씨를 이용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애초 장씨는 오랫동안 교제해온 A씨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6천만원만 빌려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A씨가 이를 냉정히 거절하자 홧김에 장씨는 남편에게 범행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임씨는 어차피 아내가 드러내놓고 바람을 피우고 있으니 ‘돈이나 벌자’는 생각에 아내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결국 아내는 A씨와 정을 통했고, 임씨는 지난해 11월 A씨의 직장을 찾아가 자신이 장씨의 남편임을 밝히고 ‘간통으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했다. 진급을 앞두고 있던 A씨는 이 사실이 직장에 알려질 것이 두려워 합의를 요구했고 임씨에게 6천만원을 줘 사건을 조용히 처리했다.
A씨로부터 돈을 뜯어낸 임씨 부부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또다른 범행을 모의했다. 자신감을 얻은 임씨는 간통 고소에 필요한 것들과 합의하는 데 필요한 서류들을 꼼꼼히 챙겼다. 그리고 손쉬운 범행을 위해 A씨와 유사한 경우만을 골라 대상을 물색했다.
두 번째 피해자 역시 대기업 직장인으로 진급을 앞둔 B씨. 지난 1월에 장씨는 B씨가 직장에서 곧 진급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접근해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 정해진 각본에 따라 임씨는 B씨의 직장에 찾아가 간통으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해 또다시 3천만원을 뜯어냈다.
보통 간통사건은 현장이 발각되지 않으면 간통사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으나, B씨는 이런 사실이 직장에 알려지는 것 자체가 두려워 쉽게 합의금을 주고 무마했다.
B씨는 나중에 경찰에서 “남편이 직장에 찾아와 행패를 부리며 소란을 피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임씨는 달랐다. 커피숍으로 조용히 부르더니 자기가 장씨의 남편이라며 나를 ‘간통으로 고소하겠다’며 ‘돈을 주면 그냥 넘어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합의에 필요한 각서나 서류양식 등을 하나씩 꺼내 놓았다. 많이 해본 것처럼 태연하고 익숙한 솜씨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찰이 울산지역에서 ‘꽃뱀’들이 활개를 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수사하던 중 덜미가 잡혔다. 한 수사관계자는 “처음에는 부인 장씨가 자신의 내연남과 공모한 범행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임씨와 장씨가 실제 부부임을 알고 놀랐다. 이런 사건의 경우 실제 부부인 사례는 거의 없다. 대개 애인 사이거나 내연관계의 사람들이 금품을 노리고 범행하는 것이 보통이다”며 “더욱이 아내가 먼저 남편에게 범행을 제안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경찰조사에서도 이들 부부의 진술은 황당했다.
임씨는 “아내가 이혼하자고 여러 번 요구했다. 어차피 이혼할 거라면 차라리 돈이나 벌자는 생각에 범행에 나섰다”며 “아내가 바람을 피워도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정관수술을 해서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데다가 아내는 내 인생의 전부다. 아내가 내 곁을 떠나지만 않는다면 괜찮았다”고 진술했다. 뿐만 아니라 임씨는 구치소에서도 아내 장씨를 더 걱정하며 ‘잘 보살펴 달라’고 경찰에 부탁할 정도였다.
그러나 아내 장씨의 생각은 남편과 달랐다. 장씨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얻을 수 없다는 생각에 많은 남자들과 관계를 가졌다는 게 경찰 조사결과. 장씨가 상대한 남자들은 모두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연하였다는 점도 특이했다.
경찰 조사결과 스물아홉 살의 젊은 남자가 임씨를 찾아와 “당신의 아내와 결혼해야겠으니 이혼해 달라”고 요구한 적도 있다는 것. 그러나 남편 임씨는 장씨에게는 쓴소리 한마디 못하고 장씨가 자신을 떠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부인 장씨는 “그저 내 아이를 가지고 싶었다”며 “범행이 들통난 것도 운이 없어서일 뿐”이라고 주장해 경찰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수사 관계자는 “아무리 아내를 사랑한다지만 임씨의 방법은 잘못된 것이다. 법적으로 부부이긴 하지만 장씨가 임씨를 남편으로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며 임씨의 ‘아내사랑’에 혀를 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