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에서 두 여성이 자신을 괴롭히는 남자 친구에게 불을 질러 복수한 사건이 일주일 간격으로 일어나 남자들의 가슴을 섬뜩하게 하고 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두 남녀가 집안끼리도 잘 알 정도로 오래 사귀었다는 것과 두 여자는 범죄와는 거리가 먼 ‘순진한’ 여자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사건 직후 이 여성들은 “남자가 너무 얄미웠다”고 범행동기를 밝히고 있다.
남자들이 얼마나 여자를 괴롭혔기에 여자들이 남자에게 불을 지를 정도로 화가 난 것일까.
지난 3월8일 부산 동래경찰서는 애인에게 불을 질러 화상을 입힌 김아무개씨(여·23)를 구속했다. 김씨의 애인 조아무개씨(21)는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은 지난 4년간 사귀었던 애인에 대한 야속함과 증오가 쌓일 대로 쌓였기 때문이었다.
김씨가 애인 조씨와 사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두 사람이 스무 살이었을 때였다. 김씨는 조씨에게 헌신적이었다. 당시 조씨는 일정한 직업 없이 부모에게 용돈을 타 쓰고 있었다. 전문대를 다니던 김씨는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돈을 조씨를 위해 사용했다. 데이트 비용뿐만 아니라 조씨에게 옷을 사주기도 하고 선물도 자주 사주었다.
두 사람이 만난 지 1년 뒤 조씨가 군에 입대한 뒤에도 김씨의 헌신적인 사랑은 계속되었다. 꼬박꼬박 면회를 갔고 휴가를 나올 때마다 용돈을 주기도 했다. 이미 양쪽 집안의 부모들까지 이들이 사귀는 것을 알고 있을 정도로 두 사람의 사이는 점점 깊어져 갔다. 김씨 또한 조씨를 장래 결혼 상대자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조씨는 김씨를 결혼 상대자로까지 생각하지는 않았다. 경찰에서 김씨가 밝힌 바에 따르면 김씨는 조씨의 아이를 세 차례나 임신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조씨는 아이를 지울 것을 요구했고 김씨는 세 번이나 낙태를 해야 했다.
게다가 조씨는 김씨 이외의 여자들과 만나며 김씨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김씨가 전화를 해도 조씨가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다른 여자들을 만나다 보니 김씨와 만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심지어 조씨가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을 김씨가 목격하기도 했다.
김씨는 조씨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더 많은 선물과 돈을 조씨에게 건넸다. 그럴 때만 조씨가 즐거워하며 김씨를 만나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그때뿐 다시 조씨는 김씨를 멀리했다. 김씨의 마음 속에는 조씨에 대한 야속함이 점점 쌓이고 있었다.
사건 당일 새벽 3시 김씨는 조씨를 만나 여관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김씨는 그간의 야속함을 드러내며 조씨의 행동을 나무랐고 조씨 또한 김씨에게 맞서면서 두 사람은 심한 말다툼을 하게 되었다. 밤새 싸운 두 사람은 결국 지쳐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어 먼저 깨어난 사람은 김씨였다. 그는 잠든 조씨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경찰에서 김씨가 밝힌 바에 따르면 “남자 친구가 속편하게 자는 모습을 보니 너무 얄미웠다. 그동안 이용당한 것이 너무 분했다. 남자친구를 괴롭혀 주려고 불을 붙였다”고 당시의 심정을 밝혔다.
김씨는 조금만 뜨거워지면 조씨가 깜짝 놀라 깨어날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불에 라이터불을 갖다 대는 순간 순식간에 이불에 불이 번졌다. 당황한 김씨는 불을 끌 생각도 미처 하지 못했다. 이불 속에서 곤히 잠들어 있던 조씨는 이불에 불이 다 옮겨 붙은 뒤에야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조씨는 몸의 18%에 2도 화상을 입었고 현재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불을 끄러 급히 달려온 여관주인 임아무개씨(67)는 더 심한 화상을 입었다. 김씨의 장난이 김씨의 의도와 달리 큰 불을 일으켰고 엉뚱한 사람에게 불똥이 튄 것이다. 김씨는 사건 후 “여자친구가 그럴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황담함을 털어놓았다.
또다른 사건은 지난 2월29일 부산진구 당감동의 한 아파트에서 일어났다. 이아무개씨(여·20)가 남자친구인 김아무개씨(23)의 집 현관에 불을 지른 것. 이 사건 또한 자신을 괴롭히던 남자친구에게 앙갚음을 하려다 불이 옮겨 붙으면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이씨와 김씨는 2002년 부산의 한 전문대에서 만나 캠퍼스 커플로 사귀어 왔었다. 그런데 김씨가 여자친구인 이씨를 괴롭혔던 것은 김씨가 이씨에 대한 의심과 질투심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김씨는 이씨가 학교친구 혹은 선후배 남자와 얘기를 하는 것만 봐도 질투를 느꼈고 이씨에게 다른 남자와 얘기도 하지 못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정작 김씨는 이씨 이외의 다른 여자들을 만났다. 그것도 여자를 계속 바꿔가며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했다. 만나는 여자들과 성관계까지 가지면서도 이씨에게는 철저하게 다른 남자와 얘기도 못하게 하면서 자신의 소유물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이씨가 그만 만나자며 이별을 요구하면 그때는 사과의 편지와 인형을 사들고 와서 용서를 빌곤 했다.
이런 식으로 몇 년간을 사귀어 오다 마침내 이씨는 양산의 모 대학교에 편입을 했다. 그러자 김씨가 전화를 걸어 “나와 같이 여기서 살자. 떠나지 말아 달라”며 애원했으나 이씨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김씨는 “떨어져 있더라도 친하게 지내면서 전화도 자주 하고 메일도 자주 교환하자”고 이씨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또다시 김씨의 괴롭힘은 계속되었다. “떠나지 말아라. 그렇지 않으면 끝까지 쫓아가서 괴롭히겠다. 다른 남자를 만나는지 계속 확인하겠다”며 전화를 한 것이다. 김씨는 이씨가 전화를 받지 않자 문자메시지와 인터넷 이메일로 같은 내용을 계속 보내기 시작했다. 이씨 또한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응대했다. “그렇게 나오면 지금까지 받은 인형과 편지 모두 불태워 버리겠다. 그러면 기분이 좋겠는가”라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가 계속 만날 것을 요구하자 마침내 이씨는 김씨에게 복수할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새벽 1시30분 이씨는 김씨로부터 선물받았던 인형과 편지들을 김씨의 집 앞에 두고 불을 질렀다.
그런데 불은 마침 아파트 현관에 쌓여 있던 폐신문지와 폐가구에 순식간에 번졌다. 이씨는 긴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김씨에게 인형과 편지가 타는 것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초인종을 누르고 도망을 갔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없었으나 김씨의 아파트 복도가 다 타버렸다.
사건 후 이씨는 “깨끗하게 헤어지면 되는데 왜 나를 괴롭히는가”라며 남자 친구였던 김씨에 대한 야속함을 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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