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씨는 경찰서에서 때늦은 후회를 했다. | ||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의 A사 공장 옆 공터에 한 남자가 술에 취한 채 쓰러져 있었다. 마침 이곳을 지나던 행인이 이 장면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곧바로 119 대원들이 남자를 병원으로 후송하기 위해 달려왔다. 그러나 그 순간, 구급대원들은 깜짝 놀랐다. 술에 취해 쓰러진 줄 알았던 이 남자의 몸에서 주루룩 하고 피가 떨어진 때문이었다.
놀란 구급대원들은 즉시 남자의 몸을 수색했다. 그러나 외상은 없었다. 구급대원들은 급히 피가 나는 곳을 확인했다. 피가 나는 곳은 이 남자의 아랫도리였다. 급히 바지를 벗기고 상처를 확인하면서 구급대원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 남자의 성기가 절단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 사실은 곧 당직을 서고 있던 양주경찰서 강력반에 전달됐다. 경찰은 피의자를 찾는 것보다 먼저 절단된 이 남자의 성기를 찾기 위해 그가 쓰러져 있던 주변을 샅샅이 수색했다. 경찰 10여명과 피해자의 동료 5명이 그날 밤부터 다음날 밤까지 꼬박 하루동안 일대를 뒤졌지만 끝내 절단된 성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심지어 경찰은 피해자가 다니는 공장에서 키우는 두 마리의 개들이 절단된 부분을 먹은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결국 피해자는 신체의 일부를 찾지 못한 채 봉합수술을 받아야 했고 며칠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가까스로 퇴원을 할 수 있었다.
사건의 피해자는 경기도 양주시의 한 섬유공장에서 일하는 중국인 최아무개씨(33). 피의자는 최씨와 동거를 하고 있었던 조선족 장아무개씨(여·44)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들의 사연은 이랬다.
최씨와 장씨가 알게 된 것은 사건 발생 1년 전. 두 사람 모두 중국 출신으로 돈을 벌기 위해 머나먼 한국 땅으로 와 섬유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당시 장씨의 여동생이 한국으로 건너와 최씨가 통역도 해주고 일자리를 알아봐주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언니인 장씨와 어울리게 되었고 이역만리 타향에서 외롭고 힘들게 지내던 두 사람은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최씨에게는 중국에서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있었다. 최씨의 어머니와 이모, 그리고 동생 등 가족들은 이미 한국에 모두 건너와 한국 사람과 결혼하는 등 한국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반면 장씨는 중국에서 스무 살 때 결혼해 현재 스무 살 된 아들과 부모는 중국에 거주하고 있다. 남편과는 이혼한 상태였다.
한국에서 자리를 잡아가자 최씨는 약혼녀를 한국에 데려와 결혼할 계획이었다. 최씨는 12세 연상의 장씨와는 그리 오래 사귈 생각은 아니었다. 사건 발생 10일 전 최씨는 어렵게 장씨에게 “결혼을 약속한 여자가 중국에 있는데, 이제 너와 헤어져야 할 때가 되었다”고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장씨에게 그 말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었다. 40 넘은 나이에 타향에서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보장은 전혀 없었다. 앞이 캄캄했던 장씨는 이후 매일 술을 마셨고 최씨와 툭하면 말다툼을 벌였다.
지난 2월15일 장씨는 최씨와 공단 인근의 한 술집에서 술을 마셨다. 두 사람은 심한 말다툼을 했고 그 사이 술 또한 만취할 정도로 많이 마셨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많이 마신 최씨는 집으로 오던 도중 길에 쓰러졌다. 그러나 장씨는 그런 최씨를 그대로 놓아 둔 채 홀로 집으로 돌아왔다.
장씨가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처지를 되돌아보니 서러움이 북받쳐 눈물이 솟았다. 마음 한켠엔 최씨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다. 장씨는 부엌에서 식칼을 집어들고 최씨가 쓰러진 장소로 향했다. 쓰러진 최씨는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장씨는 최씨의 바지 지퍼를 내리고 성기를 꺼낸 뒤 갖고 온 식칼로 성기를 잘라버렸다. 최씨의 바지 지퍼를 다시 올린 장씨는 최씨의 성기를 그대로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장씨는 흥분이 가라앉자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짐을 쌀 겨를도 없이 장씨는 핸드백만 들고 집을 나섰다. 잘라낸 최씨의 신체 일부는 화장지로 싼 뒤 핸드백에 넣었다.
이후 장씨는 경북 구미 일대와 서울의 지인들의 집을 전전하며 지냈다. 그러다 지난 4월26일 그녀의 소재를 추적하던 경찰에 검거되었다.
경찰은 무엇보다도 잘려진 신체의 일부를 먼저 확인했다. 장씨는 핸드백 속에 넣어두고 있던 최씨의 성기를 서울의 어느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정확한 장소를 기억하지 못했다.
경찰서에서 만난 장씨는 자신의 순간적인 흥분 상태에서 저지른 범행에 대해 많이 후회하는 모습이었다. 수갑이 채워진 장씨의 손은 험한 노동으로 거칠어질 대로 거칠어진 모습이었다. 장씨는 무엇보다 중국으로 추방되는 것을 가장 걱정하고 있었다.
최씨의 성기를 절단하게 된 동기에 대한 물음에 장씨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 신문에 내지 말아 달라. 지금 안 좋다. 미안하다”라고 울먹였다.
심장병이 있는 장씨는 경찰 조사 후 여동생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으로 향했다. 한편 피해자 최씨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졌다.
사건 직후 장씨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던 최씨였지만 지금은 장씨에 대해 동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합의할 뜻을 보이고 있다.
최씨의 가족들도 장씨에게 “허벅지를 찌르던가 손가락을 자르지…”라며 분노했으나 지금은 많이 누그러진 모습이다.
최씨가 성적으로 불구가 된 상황에서 최씨와 함께 살아줄 수 있는 여자가 장씨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건을 담당한 양주경찰서 강력반의 한 형사는 “피해자가 불쌍하다. 지금은 장씨가 최씨와 함께 살겠다고 합의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 약속이 얼마나 갈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또 장애인 혜택을 줄 수 있을까 하고 법률을 검토해 보았으나 이런 경우 장애등급이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도 난감하다”며 안타까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