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국 형사과장은 올해 1월부터 전임 김동민 형사과장의 뒤를 이어 연쇄 살인 사건 실무 책임자로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윤 과장과의 일문일답.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다.
▲부담스럽다. 그러나 꼭 해결할 것이다. 경찰의 명예가 걸렸기 때문이다. 담당 수사관들이나 형사들이 휴가를 반납하면서 사건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문제의 사건들이 일어난 강남, 동대문, 서대문경찰서간 수사 공조 상황은.
▲거의 매일 보고서가 올라오며 매주 목, 금요일에는 3개 서의 수사 책임자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갖고 있다.
― 수사는 진척상황은.
▲네 건 모두 결정적인 단서나 증거가 발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동일 수법의 전과범이나 정신이상자, 사건 당시 관할 지역 편입자 등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네 건이 동일범 소행이라고 추정하나.
▲개별 사건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단 신사동 건을 제외한 나머지 세 건은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 세 건 모두 같은 제품과 크기의 신발 족적이 찍혔다는 점에 따른 추정이다.
―애로사항은.
▲수사관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어 걱정이다. 그야말로 악전고투다. 수개월째 이 사건에 매달린 형사들은 거의 녹초가 되었다. 수사가 장기화되면서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니….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국민적 관심이 쏠렸을 뿐더러 경찰 개개인의 명예도 달려 있는 사안이지 않은가. 수사관들을 쉬게 하고 싶지만 나부터 “절대 손 놓으면 안된다”고 말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신사·삼성동 사건 - 정성기 강남서 형사과장
―수사상황은.
▲수사중이라 모든 것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빨리 끝내야 할 문제다. 담당 형사 모두 휴가를 반납하고 이 일에 매달리고 있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증거확보가 미진하다. 때문에 탐문, 혹은 동일 전과자 추적 등 1차적인 수사에 매달리고 있는 점이 가장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언론에서 경찰의 늑장 수사를 지적할 때마다 형사들 보기 안쓰럽다. 현재로선 수사 형사들의 사기 저하 문제가 가장 염려스럽다.
―현재까지 작성한 수사 보고서는 어느 정도 되나.
▲현재 수사진은 이들 두 사건과 관련해 1백90만여건의 데이터를 수집해 놓고 있다. 수사 보고서는 톤으로 표현해도 될 듯싶다. 여기에 예방 차원으로 작성된 보고서까지 합하면 어마어마하다.
―신사동 사건(약대교수 부부 살해사건)은 나머지 세 건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신사동 사건은 약간 다르게 보고 있다. 현재까지 수사 상황대로라면 그렇다.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신사동 사건은 주변 인물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혜화동 사건 - 조종완 동대문서 형사과장
―피곤해 보인다.
▲(전임 김동규 형사과장이 지난 1월 전보됨에 따라) 수사 책임을 넘겨 받았기 때문에 수사기록을 검토하는데 시간을 많이 보냈다. 일을 해보니 상당히 부담스럽다. 더 이상 수사의 진척을 보이지 못해 답답하다.
―애로점은.
▲직원들이 상당히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볼 때다. 엄청나게 많은 용의자를 선별하고 일일이 대조하는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고초가 크다.
―용의자에 대한 수사는.
▲인상착의가 비슷한 용의자를 추적했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화면으로는 정확한 신원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구기동, 삼성동 사건과 동일범으로 추정되는데.
▲지금으로선 결론짓기 어려우나 동일한 족적이 발견된 점으로 미루어 가장 근접한 가능성만을 확인한 것이다. 용의자는 다양하게 수사하고 있다. 혜화동 지역 전출입자나 연고 있는 전과자, 노인 상대 범행 전과자, 방화 전과자, 성격 이상자 등을 모두 불러 심층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구기동 사건 - 강인철 서대문서 수사과장
―현재 수사선상에 오른 용의자는.
▲15명 정도다. 그러나 이들을 수사했으나 사건 현장의 단서가 없어 이들의 사건 당일 행적과 연관시키지 못하고 있다.
―수사상황을 요약하면.
▲다른 경찰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전국적으로 동일 전과자, 가출자, 방화 전과자 등을 중심으로 탐문 수사를 벌이고 있다. 원점에서 사건을 다시 수사하고 있다. 피해자와 금전 관계에 있는 사람은 물론, 원한 관계에 있을 만한 용의자를 찾는 부분에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강남, 동대문 경찰서와의 공조상황은.
▲매주 한 번씩 정기적으로 모여 수사 내용을 교환하고 보완해야 할 점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 내가 못 본 점을 다른 수사관이 볼 수 있지 않은가.
―수사과정에서 아쉬운 점은.
▲전문 수사 인력의 부재를 실감했다. 미국은 살인 사건의 경우, 살인 사건 전문 형사가 따로 배치돼 수년 동안 한 사건에만 몰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현재 이들 사건을 맡고 있는 형사들 대다수가 일반 사건만 처리하다 갑자기 큰 사건을 맡게 된 케이스다. 다분히 수사 기법이나 수사외 과정에서 단서를 찾는 능력의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강력계 형사 전체의 핸디캡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