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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청주지법(형사3단독)은 협의 이혼을 한 뒤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해 전 남편을 협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 부인과 ‘합의금’을 건넨 뒤 다시 그 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남편에게 각각 4백만원과 2백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양측 모두 억울함을 주장하며 항소할 뜻을 밝히고 있어 이들 이혼 남녀의 법정 싸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아무리 헤어지면 남이 된다는 부부사이지만 이들 이혼 남녀는 결별 뒤 서로 원수만도 못한 악연을 맺고 말았다. 대체 두 사람에게 어떤 곡절이 있었던 걸까.
전 남편 이아무개씨(40)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각각 한 번씩 결혼에 실패한 후 지난 2001년에 만나 재혼했다. 이씨가 교사로서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있었고 부인 김아무개씨(38)도 맞벌이로 보험설계사 일을 해 생활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몇 가지 문제로 두 사람 사이에 급격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들 이혼 부부의 주장은 불화의 원인에 대해서도 서로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전 남편 이씨는 당시 부인 김씨가 자신과 결혼하기 전에 전 남편과의 사이에 둔 세 자녀가 문제였다고 주장한다. 당시 아이들이 친아버지(김씨의 전 남편)와의 동거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다가 급기야 집에서 쫓겨나올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 김씨가 자신의 아이들이 고생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아이들이 거주할 작은 빌라를 얻어주었고 여기서부터 불화가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 부인 김씨의 얘기는 다르다. 김씨는 “이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전 남편의 자식들은 잘 살고 있다”며 “이혼은 전 남편의 자식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이씨가 다시 전 부인과 재결합하겠다며 폭언과 폭행을 행사해 이혼에 이르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에 따르면 당시 남편 이씨는 김씨가 집에 있는데도 전처를 집으로 불러들였고 아이들이 있는 데서 김씨에게 폭언과 폭행을 행사해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고 한다. 김씨의 변호인측은 “이혼 후에도 이씨는 김씨의 집 주위를 맴돌며 김씨에게 계속 전화해 괴롭혔고, 김씨의 차에 흠집을 내기도 했다”면서 “이씨의 집요한 성격으로 인해 김씨가 받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로 마음이 멀어진 두 사람은 결국 지난해 9월17일 협의 이혼했다. 부인 김씨 명의로 돼 있던 집의 소유권을 남편 이씨 앞으로 이전하고 대신 이씨가 김씨에게 3천5백만원을 주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혼 후에도 이씨와 김씨는 재산문제 등으로 다시 심하게 부딪치게 된다.
전 남편 이씨는 김씨에게 주기로 약정한 돈을 다 줬다는 입장인 반면 김씨는 합의금 2천만원을 아직 받지 못했다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이런 와중에 두 사람 사이에 웃지 못할 고소 공방전이 시작됐다.
먼저 법원의 문을 두드린 것은 전 부인 김씨였다. 김씨는 “전 남편 이씨가 ‘합의금’ 2천만원을 주지 않고 있다”며 재산분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소송을 내자 교직에 몸담고 있던 이씨가 문제가 시끄러워져 자칫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을 염려해 나와 합의하려 했다”면서 “당시 이씨가 2천만원을 줄 테니 소송을 취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초 이씨가 1천6백만원짜리 수표와 4백만원짜리 차용증을 건네며 영수증을 써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김씨가 영수증을 작성하는 사이에 이씨가 수표를 훔쳐 달아났다는 것이다.
김씨는 그 길로 경찰서에 찾아가 전 남편 이씨를 절도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자 한 달여가 흐른 지난해 11월 중순 이번에는 이씨가 ‘반격’에 나섰다. 전 부인 김씨를 사문서 위조 및 협박 혐의로 맞고소한 것.
이씨는 소장에서 전 부인 김씨가 이혼 전에 위조된 위임장을 가지고 자신의 예금을 담보로 2천만원을 대출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씨가 불법 과외 전력을 폭로하겠다며 자신을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동료교사가 녹음한 김씨와 자신의 대화 녹취록도 경찰에 제출했다. 이 ‘불법 과외 폭로 협박’ 부분은 ‘이씨가 합의금을 훔쳤다’는 전 부인 김씨의 주장과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대목이다.
전 남편 이씨는 “지난 2000년 김씨의 소개로 과외를 하게 됐는데 이제 와서 그것을 빌미로 나를 협박했다. 게다가 당시 김씨가 소개해 준 학부모는 바로 김씨의 친구였다”고 주장했다. 이씨에 따르면 김씨가 문제의 학부모에게서 ‘이씨가 불법과외를 했다’는 확인서까지 받아 가지고 와서 교육청에 고발하겠다고 겁을 줬다는 것.
이씨는 “(김씨가) 확인서를 들고 학교까지 찾아와 동료 교사와 교장선생이 보는 데서 내가 불법과외를 한 것을 인정하라고 윽박질렀다. 당시 학교에서 망신당하고 교직에서 쫓겨날 판이었다”며 “김씨가 집요하게 괴롭혀 현금 2천만원을 주고 합의하기로 했다. 대신 다시는 불법과외 건으로 협박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각서를 써 줄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씨는 지난해 10월 초 김씨를 불러내 수표 1천6백만원을 건네며 ‘추후 4백만원을 주겠다’는 확인서를 써주고 김씨의 각서를 받았다는 것. 그러나 김씨가 각서를 빼앗아 찢어버리고 ‘4백만원을 다 받은 후 각서를 써주겠다’고 해 이씨도 1천6백만원짜리 수표를 도로 빼앗았다는 주장이다.
사실 불법 과외는 공소시효가 3년이어서 이씨의 경우 이미 시효가 지난 상태였다. 이씨는 “그때는 내가 법을 잘 몰라 공소시효가 지난 것도 알지 못했다”고 뒤늦은 ‘후회’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 부인 김씨의 얘기는 이 같은 이씨의 주장과 전혀 다르다. 김씨는 “당시 이씨의 학교에 찾아간 건 사실이지만 불법과외를 폭로·협박하러 간 것은 아니다. 단지 이씨의 동료교사가, 나와 이씨가 나눈 대화를 몰래 녹취하고 그것을 이씨에게 넘겨준 것을 항의하러 간 것이다”면서 “이씨로부터 받았다가 다시 빼앗긴 1천6백만원은 이혼 때 받기로 했던 합의금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씨는 대출과 관련한 사문서 위조 혐의에 대해서도 “예금계좌의 명의는 이씨의 것이지만 사실상 내가 관리하는 통장이고 입금된 돈도 모두 내가 저금한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이들 이혼 남녀는 각각 절도와 사기 및 협박 혐의로 법정에 선 뒤에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법원은 두 사람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혼 두 달여 만에 벌어진 두 사람의 ‘흙탕물 고소전’이 결국 서로에게 상처와 전과만을 안겨준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