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현지가 이곳에 온 것도 바로 그 성매매 때문이다. 그렇다고 피해자로 와 있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언론에는 이런 기사가 큼지막하게 실렸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이 법에 의해 청소년이 형사입건됐다’는. 그 ‘문제 청소년’이 바로 현지다.
현지가 그때 일로 조사받은 곳은 서울 방배경찰서였다. 지난 4일 현지는 인터넷에서 만난 회사원 등에게 돈을 받고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소녀가 지난 7월 초부터 열다섯 차례에 걸쳐 정아무개씨 등과 성관계를 갖고 모두 70여만원을 대가로 받았다고 밝혔다.
그간 청소년들은 성매매 사실을 들켜도 훈방 조치를 받는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상습성이 있거나 재범 우려가 있는 미성년자는 형사입건하라는 수사지침이 내려졌고 현지는 그 첫 사례로 입건됐던 것이다.
‘열세 살 소녀가 상습 성매매라니….’ 혀를 차던 형사들은 현지의 뜻밖의 ‘당당한’ 태도에 더 놀랐다. “어린 학생들은 경찰에 불려오면 긴장하게 마련인데 현지는 전혀 달랐다. 두려움이나 수치심 따위는 아예 없어 보였다. 이걸 대담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사정을 알고 보니 현지는 이미 ‘베테랑’이었다. 놀랍게도 올 들어 성매매로 경찰서에 들락거린 게 이번이 네 번째. 맹랑한 태도 때문일까. 앞서 현지를 조사했던 서울 북부·남부·종로경찰서 관계자들도 소녀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현지가 처음부터 ‘문제 학생’은 아니었다. 급우들로부터 따돌림받는 왕따도 아니고 결손가정의 아이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학교 주변에서 현지는 평범하고 명랑한 소녀일 뿐이었다. 그런 현지가 성매매에 눈길을 돌린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돈’ 때문이었다.
현지의 부모는 서울 외곽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다. 어린 딸에겐 매달 용돈으로 3만원씩을 줬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현지는 더 많은 용돈을 바랐지만 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에 그냥 말을 삼켰다.
하고픈 것 사고픈 것 많은 열세 살 나이. 자꾸 친구들 휴대폰이 눈에 밟혔다. PC방 게임도 눈에 아른거렸다. 소녀는 자신이 돈을 벌겠다고 마음먹었다. 방법은 쉬워 보였다. ‘PC방 언니들에게서 고개 너머로 배운 게 있지 않은가.’ 또래에 비해 큰 키와 성숙해 보이는 외모도 소녀의 결심을 부채질했다.
현지는 채팅 사이트에 들어가 남성들에게 쪽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돈을 주면 뭐든 하겠다.” 얼마 뒤 하나둘씩 응답이 왔다. 올 4월 어느 날의 일이었다.
돈으로 성을 사려던 사람들은 20대 중반의 대학생과 30대 안팎의 직장인들이었다. 이들은 소녀의 나이를 이내 알아채고도 별다른 거리낌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들이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는 아이라는 데 흡족해했다. 현지는 그렇게 처녀를 팔았고 대신 손에 8만원을 쥐었다.
그날 이후 ‘아저씨’들은 모텔, 자신들의 집, DVD방 등 장소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현지를 불렀다. 그러나 여러 차례 만나면서 이들이 건네주는 돈의 액수도 차츰 줄어들었다. “단골은 원래 깎아주는 것”이란 설명과 함께. 처음엔 8만원, 두 번째는 5만원, 세 번째는 3만원…. 심지어 어떤 아저씨는 용돈 주듯 1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성매매를 할수록 학교에 결석하는 날도 잦아졌다. 현지는 집에도 잘 들어가지 않았다. 돈이 생기면 PC방에서 숙식을 해결했고 돈이 떨어지면 다시 ‘아저씨’들을 찾았다. 알고 지내는 ‘오빠들’ 집에 찾아가 혼숙을 하기도 했다. ‘아저씨와 오빠’들은 현지를 상대로 ‘옷 벗기 고스톱’ 같은 놀이를 즐겼다. 그들에게 소녀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현지는 경찰에서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모두 34차례나 성매매를 했다고 털어놨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옷을 벗은’ 셈이었다. 그러면서도 소녀는 경찰서 분위기에 주눅 들지도, 형사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형사들에게 농담까지 건넬 정도였다. 그런 소녀의 맹랑한 모습에 형사들은 처음에 화가 났고, 그 다음엔 가슴이 아렸다.
“현지는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건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내가 좋아서 한 건데 뭐가 잘못이냐’는 식이다. 처음엔 어이가 없다가도 이젠 연민의 정이 든다. 어쩌다 어린 아이가 저렇게까지 됐는지….”
경찰은 현지를 검찰로 송치하는 대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넘겨 ‘보호처분’을 요청했다. 한 형사는 “요즘 성매매 청소년들이 관례적으로 청소년성보호법에 의해 자신들이 처벌받지 않음을 알고 성매매를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처분은 이런 풍조에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의 보호처분을 받은 현지는 벌써 일주일 넘게 부녀자보호소에서 머물고 있다. 웬일인지 현지는 부모의 면회를 거절한 상태다. 소녀의 부모 역시 벌써 네 번째 사고를 친 골치 아픈 딸을 아직은 찾아오지 않았다. 현지는 부모의 허락이 없는 한 일정기간 이곳에서 ‘보호’받아야 한다.
방배경찰서의 한 여성 경찰관은 얼마 전 현지를 만나러 부녀자보호소로 면회를 갔다. 이 여경은 “쾌활한 성격의 현지가 그곳 아이들 사이에서 분위기를 휘어잡으며 대장 노릇을 하고 있더라”고 전했다. 보호소에서 현지를 지도하고 있는 한 교사는 “현지가 여기서 학과공부도 하고, 여가를 이용해 꽃꽂이도 배우고 있다. 다만 이곳이 답답하다고 밖으로 보내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 하지만 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현지는 당분간 계속 이곳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다.
‘사랑’을 배우기도 전에 ‘돈’을 먼저 만지게 된 소녀. 아마도 현지는 보호소 밖으로 나서면 다시 누군가에게 채팅 쪽지를 보낼지도 모른다. ‘열세 살 소녀가 성매매를 권하는 사회.’ 소녀를 탓해야 할까, 우리 사회를 탓해야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