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로 내려가는 길은 가구와 시멘트벽 등으로 위장되어 있었다.벽을 부순 후 나타난 철문(왼쪽)과 모습을 드러낸 밀실 내부. | ||
지하 밀실로 가는 첫 관문은 복지시설 건물 1층 비상구 계단 아래의 문. 이 문을 열면 또다시 숫자키로 잠겨 있는 두 번째 문이 나타난다. 비밀번호를 모른다면 자물쇠를 부수지 않는 한 들어갈 수 없게 돼 있다.
두 번째 문을 통과하면 거실과 부엌이 달린 방들이 나오는데 이는 어느 가정집의 모습과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이곳에는 ‘비밀의 방’으로 통하는 숨겨진 문이 있었다.
찬장을 오른쪽으로 밀면 또 하나의 철문이 나온다. 이 문을 열자 어둡고 좁은 복도가 나타났다. 복도 끝쪽은 콘크리트로 발라 놓아 막다른 벽처럼 보였다. 그러나 경찰이 해머와 드릴로 이곳을 부수고 들어가자 또다시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과 철문이 나타났다.
마치 땅굴 속을 지나는 기분으로 이곳을 통과하자 이번에는 박스들이 쌓여 있는 긴 복도가 눈에 다가온다.
이 박스들에는 잣죽 통조림과 꼬리곰탕 통조림이 가득 담겨 있었다. 대부분 96년도에 생산된 것으로 유통기한은 3년이었다. 이 통조림이 든 박스들은 무려 5톤 트럭으로 3대나 실을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종말’에 대비한 비상식량이었을까. 왜 통조림들을 이곳에 가득 쌓아놓은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신도들은 단지 식품창고였을 뿐이라는 얘기만 반복했다.
세 번 정도 큰 각도로 꺾어진 복도를 따라가면 다시 부엌이 나오고 또 하나의 철문이 등장한다. 이곳을 열면 바로 비밀 예배당이다. 대리석으로 바닥과 기둥을 장식해 얼핏 보면 최신식 목욕탕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곳 예배당 가운데엔 돗자리와 좌식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한눈에 교주 송씨가 신도들에게 교리를 전파하던 자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곰팡이가 핀 성경책과 불경 책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예배당 한켠에는 침대와 대형 TV가 자리잡고 있었고 반대쪽에는 작은 방이 하나 있었다. 이 방이 교주 송씨의 시체가 발견된 곳이다. 피가 엉겨붙은 자국이 시체가 있었던 자리라는 것을 말해주는 듯했다.
현장에서 경찰은 이렇다할 흉기나 살해도구를 발견하지 못했다. 냉장고에는 뜯지도 않은 음료수들이 남아 있었다. 음료수 중에는 제조일자가 2000년 4월 이후의 것도 있어 처음 언론보도처럼 99년 송씨 사망 직후 밀실이 폐쇄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바깥세계와 철저하게 단절되도록 만든 이중 삼중의 철문과 비밀문, 복도 가득 쌓여 있던 비상식량들, 어두운 미로를 통과해야 도착할 수 있는 지하 예배당. 이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과연 이들은 무엇을 이루려고 했던 것일까.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