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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랜드 | ||
사기 일당의 주모자인 일명 ‘전세계금융연합’ 총수 황아무개씨(여·54·전 부동산중개업)는 일당 20여 명을 데리고 지난해 11월16일 강원랜드 호텔을 찾았다. 당시 황씨 일당은 VIP룸인 프레지덴셜스위트룸, 로얄스위트룸 등 호텔 24층 전체(7개 객실)를 얻어 1박을 했다.
이들은 투숙하자마자 강원랜드 관계자들을 만나 “우리는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전세계금융연합’이다. 강원랜드를 인수하고 싶다”고 뜻밖의 제의를 해왔다. 또한 이들은 “전·현 정권의 실세들과 인수절차에 대한 이야기가 다 끝났다. 현재 수백조원의 돈을 보유하고 있으며 곧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및 국내 대형 호텔도 인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들이 그 근거로 내비친 것이 바로 수백조원대의 위조 채권.
황씨 일당으로부터 황당한 제의를 받은 강원랜드측은 이들을 수상하게 여겨 경찰에 바로 신고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정선경찰서 관계자는 “우리가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자 황씨 등이 ‘수색영장 가져오면 제시하겠다’고 완강히 버텨 결국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총수라는 황씨는 부자집 사모님처럼 보였으나 나머지 황씨를 수행하는 사람들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 중에는 자신을 정년퇴임한 교사로 소개한 사람도 있었다. 황씨 일행은 사업가로 보이기보다 일종의 종교집단처럼 보였다. 그러나 범죄혐의를 찾을 수 없어 이들을 조사할 수는 없었다”고 술회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당시 황씨 일당이 의심스러워 다음 날 바로 퇴실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강원랜드측의 요구에 따라 투숙비 5백70만원을 지불하고 황급히 호텔을 떠났다고 한다. 그로부터 3개월여 만에 위조 채권을 이용한 황당 사기극의 전모가 드러나게 된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2003년 황씨의 주도하에 지방의 한 호텔에서 모임(전세계금융연합)을 결성하고 허위 사업계획서로 사업설명회를 열어 투자자를 끌어 들이려고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압수한 이들의 사업계획서는 ‘카지노 목포랜드’ ‘1245국무성 세계 초인류 신도시건설(화성,안산)’ ‘강화종합리조트’ 등 황당하기 그지없거나 정부의 승인 없이는 결코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서울경찰청 외사과의 한 관계자는 “황씨 자신이 부동산 전문가여서 피해자들이 재개발 사업과 관련된 황씨의 그럴듯한 거짓말에 쉽게 현혹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황씨가 일당들을 모아 놓고 마치 무당처럼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면서 “일당들이 모두 황씨를 신앙집단의 교주처럼 받드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황씨를 따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전직 이발사, 택시운전기사 등 평범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한다. 따지고 보면 이들 또한 황씨 사기극의 1차 피해자라는 게 수사 관계자의 얘기다. 이들은 “내 조상이 미국 독립과정에서 도움을 준 대가로 받은 거액의 미국 재무부 채권과 금 보관증(약 3백75조원)을 가지고 있다”는 황씨의 말에 너무 쉽게 넘어갔다. 또 황씨가 투자자들로부터 끌어들인 10억원 정도의 돈을 가지고 전국 유명호텔을 돌아다니며 손 큰 사업가 행세를 하자 더욱 황씨를 믿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황씨는 겉만 화려한 사기꾼에 불과했다. 그가 지니고 있던 위조 채권 등도 탑골공원에서 3백만원에 사들인 것이었다. 황씨는 자신이 투숙한 호텔에서 사업설명회를 열면서 투숙비를 계산하지 않고 야반도주한 사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