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정년퇴직을 앞둔 최정호 팀장(58·경위)은 끔찍한 그 사건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여러 번 손사래를 쳤다. 75년 경찰에 투신해 수없이 많은 강력사건을 맡아왔지만 이 사건만큼은 두 번 다시 떠올리기도 싫다는 것이었다.
“30년이 넘는 형사 생활 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고 증거를 포착하는 과정에서 더없이 큰 쾌감을 느껴왔어요. 범인을 잡고 사건을 해결하는 기쁨과 보람이 나를 형사로 살게 한 원동력이었죠. 하지만 범인을 검거한 후에도 뒤끝이 개운치만은 않은 사건들이 있어요.”
바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거나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을 피해자들 때문이라고 한다. 이 사건 역시 그런 사건 중의 하나로 기억되는 사건이라고.
“억울하지 않은 피해자가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이 사건의 경우 딱히 범행의 이유조차 없는 ‘무동기’ 범죄이기에 더욱 씁쓸할 수밖에 없습니다. 옛 애인이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와 닮았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인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범죄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건은 해결했지만 아무 이유 없이 잔혹하게 살해된 오 씨의 억울함은 누가 보상할 겁니까. 또 A 씨가 받은 정신적·육체적 피해와 상처는 무엇으로도 치유될 수 없겠죠. 피해자들 생각에 더없이 마음이 아팠던 사건이었습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