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매매 사기극을 벌이는 대개의 사기꾼들은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키기 않기 위해 속칭 대포폰, 대포통장을 이용해 ‘거래’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S 씨는 사뭇 달랐다. 자기 명의로 된 휴대폰과 통장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사진으로 찍어 거래 상대에게 이메일로 보내줄 정도로 스스로를 드러냈다.
얼굴과 주민등록번호, 거주지까지 선명하게 찍힌 주민등록증 사진을 본 사람들은 당연히 S 씨를 믿었다. 그리고 S 씨가 인터넷 물품 구매 사이트에 올려놓은 물품을 사기 위해 그에게 돈을 보냈다. S 씨가 판다면서 내놓은 가짜 물건들은 오토바이, 카메라, 게임아이템, 중고 피아노, 중고 기타, 명품 의류 등 주로 고가 제품이었기에 피해금액도 상대적으로 컸다. 피해자들은 S 씨의 주민등록증을 믿고 적게는 20만 원에서 많게는 150만 원까지 돈을 보냈다. 그러나 S 씨는 돈이 입금된 것을 확인하고도 전혀 물품을 보내지 않았다.
S 씨는 각종 인터넷 매매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 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린 사람들을 주로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오토바이 매매 사이트에서부터 자동차 튜닝 용품 사이트, 다음 카페, 클래식음악 사이트, 온라인 게임 아이템 거래 사이트 등 구매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다. 그리고 진짜로 물건이 있는 것처럼 가짜 사진을 만든 후 자신의 연락처, 주민등록증 등을 버젓이 공개하며 신뢰할 만한 판매자인 것처럼 행세했다.
S 씨는 중고라도 1000만 원대가 넘는 트랙터를 팔겠다며 글을 올린 뒤 구매 의사를 보인 최 아무개 씨에게 선금 100만 원을 요구해 돈만 챙기고 연락을 끊기도 했다. 그는 고가의 오토바이, 자동차 튜닝 액세서리 등을 팔 때도 “물건을 받은 후 마음에 들면 차액을 보내 달라”는 등의 말로 피해자들을 안심시킨 뒤 물건 값의 3분의 1 정도의 선금을 요구하여 이를 가로채는 수법을 썼다.
S 씨는 이런 식으로 지난 2005년 1월부터 2006년 8월까지 수백 건의 사기극을 벌여왔다. 당시 전국 수십 개 경찰서에 수배자로 등록됐을 정도였다고 하니 얼마나 피해자가 많았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알고보니 S 씨는 이와 비슷한 사기를 치다 기소돼 이미 2004년에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집행유예 기간임에도 반성은커녕 아예 대놓고 사기극을 벌였던 것이다.
S 씨는 사기를 치고도 피해자들이 전화를 해서 항의하면 욕을 해대거나 “형이 나한테 용돈 주었다고 치라”는 등 약을 올렸다. 심지어 한 피해 여성에게는 “얼굴이 예쁘냐. 예쁘면 만나주고 돈도 돌려주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전화를 피하지도 않고 시시덕거리며 능글맞게 구는 S 씨의 모습에 피해자들은 더욱 분노가 치밀었고 추가 피해를 막고 그를 잡기 위해 ‘사기꾼 ○○을 잡자’는 이름의 인터넷 카페까지 만들었다. 경찰들도 S 씨를 잡으려고 백방으로 뛰어다니긴 했지만 여관, 찜질방, 친구집 등을 전전하며 숨어 다니는 그를 쉽게 붙잡을 수는 없었다.
심지어 S 씨는 사기극에 사용된 자신의 통장에 경찰이 지급정지 조치를 해놓자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피해자에게 돈을 돌려줄 테니 지급정지를 해제해 달라”라고 태연히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가 그에게 수배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며 경찰서에 나오길 요구할 때도 “이왕 이렇게 된 거 돈도 좀 더 벌고 이름값을 올린 뒤에 잡히겠다”며 “내 발로는 안 갈 테니 한번 잡아보라”고 말할 정도로 뻔뻔하고 대담했다.
S 씨는 어린 나이에 사기혐의로 붙잡혔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나오자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오히려 ‘법의 관대함’을 악용했다. S 씨는 사기 행각이 점차 늘어나 피해자들이 해당 사이트 게시판 등에 피해사실을 올리는 등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자 친구의 이름을 빌어 다른 사람인 것처럼 행세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친구의 이름으로 렌터카를 몰고 다니다가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냈는데 결국 이 사고로 S 씨는 자신이 자주 가던 카센터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S 씨에게 적용된 죄목은 10개가 넘었고 신고를 한 피해자만도 250여 명에 달했다. 사기 사문서 위조, 공문서 부정행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S 씨는 지난 4월 10일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S 씨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해 현재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장유지 프리랜서
너무 젊은 나이에 희대의 사이버 사기꾼이 되고 만 S 씨. 그에게 하루 석 장씩의 반성문을 요구했던 항소심 재판부가 과연 어떤 판결을 내놓을지 결과가 주목된다.
장유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