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전과자’의 항변

“검·경·언론 탓에 내 인생 망가졌다”

수사 과정에서 명확한 증거의 확보 없이 피의자의 자백만으로 혐의를 인정했던 검찰과 경찰의 수사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5월 31일 대법원은 상습절도 및 마약류 관리에 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아무개 씨(51)에 대해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습절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 씨는 마약(대마초 흡연)에 대한 혐의만 인정되어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이미 만기출소한 상태다.

최 씨 사건이 처음 알려진 것은 2005년 7월. 당시 신문과 방송에서는 ‘초호화 절도 마약 사범’에 대한 뉴스를 알렸다. 본지(688호)에서도 당시 ‘초호화 절도 마약범 스토리’라는 제목으로 이 사건을 보도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마약 복용 혐의로 검거된 최 씨와 김 아무개 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최 씨의 60평대 고급 아파트에서 보석 밍크코트 고급양주 등 값비싼 물건들이 즐비한 것을 발견했다며 물건들 중 상당수가 훔친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 경찰은 “최 씨와 김 씨 등은 2003년부터 2005년 검거 전까지 100여 차례에 걸쳐 약 10억 원에 이르는 금품을 훔쳤다”며 “두 사람은 절도로 많은 재산을 모으면서 마약이라는 쾌락에 빠져들었다”고 발표했다.

이후 최 씨는 상습절도 및 마약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됐고 법원은 1심에서 최 씨의 마약 혐의와 일부 절도 혐의만을 유죄로 인정해서 징역 1년 10월을 선고했다. 검찰과 최 씨 측 등 쌍방은 모두 이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지난해 6월 서울고법은 항소심에서 최 씨의 일부 절도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무죄를 선고하며 최 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피고인(최 씨)이 검찰에서 공소 사실을 자백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경찰에서 여러 건의 절도사건 중 하나의 범행만 자백하면 다른 범행에 대한 처벌을 면하여 준다고 회유하여 허위로 자백하고, 이러한 상태가 검찰 수사시까지 이어진 결과 검찰에서도 허위로 자백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고…’라며 증거 불충분을 무죄 이유로 들었다. 또한 법원은 최 씨 집에서 발견된 일부 물품이 몇몇 피해자들의 도난당한 물품과 단지 동일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 사실의 증거가 될 수 없고, 최 씨가 법정에서 일관되게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는 이유로 역시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일부 절도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항소심에서 최 씨는 마약 혐의만 유죄가 인정되어 징역 10월로 감형됐다.

이후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이번에 대법원에서 이를 기각하면서 결국 최 씨의 상습절도 혐의는 무죄로 최종 확정됐다. 이에 대해 최 씨는 “경찰과 검찰의 잘못된 수사와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나에 대한 사실이 잘못 알려져 결국 내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고 내 인생도 완전히 망가졌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감명국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