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경찰에 투신한 윤석엽 수사관(41·경사)은 ‘강력반 형사를 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말이 꼭 어울리는 사람이다. 아직 ‘반장’을 거치지 않은 그의 얘기를 이번 ‘수사백서’에서 다루게 된 것도 ‘강력반장급’과 마찬가지라는 주위의 평가 때문이었다. 태권도 4단과 프로격투기 4단의 무술 고단자인 그는 사건이 터지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현장으로 달려가는 근성의 소유자다. 아무리 골치 아픈 사건이라 할지라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끝을 보고 마는 탓에 관내에서는 ‘경안천(용인시를 지나는 하천) 괴물’로 불린다.
사실 윤 수사관은 이 사건을 다시 들추기를 꺼렸다. “이미 5년이나 지난데다가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이었다. “형사생활을 하는 동안 이런 사건을 다시 다룰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그의 말에선 당시 받았던 정신적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래서인지 윤 수사관은 말문을 연 뒤에도 연신 “아까운 생명들이 억울하게 희생됐다”면서 “아무쪼록 이번 후일담이 우리 사회의 생명경시 풍조에 하나의 경종으로 작용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형사생활 16년 동안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 게 항상 마음에 걸린다는 윤 수사관은 “이따금 퇴근길에 동네 횟집에 아내를 불러내 조촐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으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며 “말없이 이해해주는 아내와 두 아들에게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