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경찰에 투신한 박성수 팀장은 경찰학교 유도사범 출신답게 유독 탄탄한 체격이 돋보이는 베테랑 형사다. 나지막한 목소리와 온화한 미소 뒤에는 매번 피의자들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눈매가 숨겨져 있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다는 소리를 듣는 강력반 형사지만 2년 반 전에 발생한 석촌동 살인 사건의 기억을 들추면서 박 팀장은 여러 번 한숨을 내쉬었다.
“대낮에 아파트 상가건물에서 그런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아무 원한도 없는 사람을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살해한 이유를 정말 모르겠더군요. 특히 무심코 범행 현장을 목격한 ‘죄’로 끔찍하게 살해당한 젊은 청년의 목숨은 누가 보상하겠습니까. 아무리 세상이 험하다고 하지만 사람 목숨이 너무도 가벼이 여겨지는 현실에 당면할 때마다 느끼게 되는 착잡한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돕니다. 이들을 송치시키기까지 우리 팀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박 팀장은 강력반 형사생활을 감당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가족을 꼽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가족만 생각하면 힘이 납니다. 제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불평 한마디 없이 묵묵히 내조를 해준 아내와 경찰 아버지를 자랑스레 생각하는 세 아이들 덕분이죠.”
20년 넘게 경찰로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경찰이 된 것을 후회해본 적이 없다는 박 팀장은 “해결해야할 사건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며 다급히 경찰서를 나섰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