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경찰에 투신한 양영용 반장(43·경감)은 “증거가 없는 탓에 섣불리 수사를 진행하다가는 낭패를 볼 확률이 높았다. 단순히 직감이나 심증만으로 덤벼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모든 수사가 살얼음판을 걷듯 무척 조심스레 이뤄져야 했다”며 3년여전의 힘겨웠던 수사과정에 대한 기억을 풀어냈다.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재학 중인 두 딸과 유치원에 다니는 늦둥이 아들을 두고 있는 양 반장은 이 사건 자체의 엽기성보다는 단란했던 한 가정이 무참히 깨져버린 것을 안타까워했다. 범인을 잡아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풍비박산 나버린 한 가정의 행복은 무엇으로도 회복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A 씨의 아들이 어머니가 죽어 있는 끔찍한 현장을 목격한 것이 가장 마음 아파요. 어린 나이에 받았을 충격이 어땠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한숨밖에 안 나옵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