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경찰에 투신한 배성진 형사(35·경사)는 오랜만에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꺼내보면서 ‘안타깝다’는 말을 많이 했다. 억울하게 희생된 피해자들이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은 젊은이를 생각할 때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이다.
“뭐든지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한 법이죠. 남녀 간의 사랑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최 씨가 진짜로 이진경 씨와 그 가족들을 살해하려고 작정하고 그랬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헤어진 여자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버리지 못한 나머지 그런 무서운 생각을 은연중에 하게 됐고 나름대로 범행을 준비하다가 술기운을 빌려 범행을 저지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애증 속에서 자기 스스로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해서 일어난 참극이라 더욱 안타깝습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