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눈엔 ‘딸도 먹잇감’
지난 4일 수원 서부경찰서는 여동생을 4년간 성폭행한 혐의로 중학생 A 군(15)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달아난 아버지 B 씨(39·무직)를 같은 혐의로 수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군은 2003년부터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여동생 C 양(13·중학생)을 위협해 성추행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일주일에 2~3번꼴로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더욱이 A 군은 자신을 거부하는 여동생을 협박해 변태적 성행위까지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점입가경’인 것은 아버지의 행동이었다. 아들 A 군이 딸 C 양을 성추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 B 씨는 A 군을 나무라기는커녕 자신이 더 몹쓸 짓을 저질렀다. B 씨는 최근까지도 한 달에 2~3번꼴로 C 양을 둔기로 위협해 성폭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수보다도 못한 부자라는 얘기가 저절로 나올 만한 상황이다.
A 군은 어렸을 때부터 인터넷 채팅을 통해 친구들을 만나 가출을 자주 했고 인터넷을 통해 야한 동영상을 보곤 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A 군이 포르노를 보면서 여동생을 추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진술에 따르면 A 군이 여동생 C 양을 성폭행한 것은 아버지 B 씨가 C 양을 성폭행하는 모습을 보고 이를 따라한 뒤부터인 것 같다”고 전했다. 아버지가 딸을 성폭행 하고 방에서 나가면 아들이 뒤이어 들어가 여동생에게 몹쓸 짓을 했던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 간에 암묵적 동의가 이루어져 친딸과 여동생을 유린하는 생활이 이어졌던 셈이다.
사건은 C 양이 “죽고 싶다”며 친구들에게 자신의 처지를 털어놓으면서 밝혀지기 시작했다. C 양의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이 지난 2일 원스톱지원센터에 신고하면서 이들 부자의 엽기적인 범죄 행위가 꼬리를 잡힌 것. 하지만 B 씨는 경찰의 연락을 받은 C 양의 할머니가 사실 확인을 위해 건 전화를 받고 곧바로 도주한 뒤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A 군과 C 양은 새어머니 밑에서 자라났지만 친오누이 사이. 새어머니는 밤마다 일하러 나가야 했기 때문에 한 집안에서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진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C 양은 현재 보호시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끔찍한 죄를 저지른 A 군이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큰 죄악인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A 군은 전혀 후회의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성폭행 가해자들이 죄의식을 못 느끼는 경우는 복합적일 때가 많다”면서 “A 군의 경우 가정환경과 같은 복합적 문제도 있지만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상태에서 포르노의 영향을 받아 성폭행이 범죄라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A 군이 포르노에서 보이는 남성중심의 지배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여 자신의 여동생을 성폭행한 것에 대해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터넷 포르노물을 보고 성추행을 배우고 아버지의 몹쓸 짓을 보고 성폭행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는 A 군. 훗날 A 군이 잘못을 깨닫게 됐을 때 과연 자신의 ‘과거’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윤구 기자 trus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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