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은 환경호르몬 홍수 속에 노출된 채 호르몬 균형에 치명적인 습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여성들의 월경전 증후군만 봐도 평소와는 다른 호르몬 분비에 의해 성격이나 신체 변화를 쉽게 알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외부적인 요인들로 인해 인공적인 호르몬에 과다 노출돼 체내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면 남성의 경우 탈모, 비만, 여유증 등이 나타날 수 있고 특히 여성의 경우 피부질환, 불규칙한 생리, 극심한 생리통, 자궁근종, 자궁 내막증 등 심각한 자궁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고기, 단맛 위주의 식습관 주의
호르몬 불균형의 원인은 우리의 식습관과 환경 속에서 쉽게 발견된다. 2013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고기 섭취량이 약 44kg으로 4년전보다 22.3%가 상승했다. 고기를 섭취하면 혈중 콜레스테롤이 증가하고 에스트로겐은 이 콜레스테롤이 합성돼 만들어져 결과적으로 고기를 많이 먹게 되면 에스트로겐이 다량으로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유나 치즈 같은 유제품에 들어있는 불포화지방산 역시 체내 에스트로겐 수치를 높이게 한다. 게다가 가축을 사육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에스트로겐성 사료로 인해 고기와 유제품 자체가 이미 에스트로겐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단 음식 역시 호르몬 불균형에 영향을 미친다. 보통 여성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인 과자, 빵, 아이스크림, 초콜릿은 물론이거니와 다이어트를 하면서 먹게 되는 샐러드 드레싱 역시 설탕이 과다하게 들어있다. 이렇듯 현대인들은 평소에 생각보다 많은 양의 단 음식을 먹게 되고 따라서 체내 인슐린 수치가 높아진다. 인슐린은 체내 에스트로겐 수치를 높이기 때문에 단 음식을 다량 섭취하는 현대 여성들에겐 체내 에스트로겐이 많아지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여성 질환을 유발하는 호르몬 교란물질, 제노에스트로겐
우리는 인공적인 호르몬을 뿜어내는 것들에 항상 둘러 쌓여있다. 대표적으로 거의 모든 플라스틱 제품에서는 환경호르몬이 나올 뿐 아니라 샴푸, 비누와 같은 합성세제를 비롯 화장지나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도 환경호르몬이 발견된다. 무엇보다 이 환경호르몬 중 제노에스트로겐(xenoestrogen)은 체내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구조와 기능을 가져 정상적인 에스트로겐의 기능을 방해 또는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외부에서 비롯되는 에스트로겐’이라는 의미에서 ‘제노에스트로겐’으로 명칭하게 된 것이다. 특히 여성들이 자주 사용하는 매니큐어와 유화제가 들어간 각종 세제, 세면 용품, 화장품에서부터 가임기 여성들이 매달 사용하는 생리대나 속옷과 같은 제품에서도 많이 발견되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제노에스트로겐은 인체에서 스스로 분비되는 호르몬의 활동을 방해해 생리 이상, 자궁근종, 자궁경부 형성장애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잘못된 식습관과 더불어 매일 수많은 화학제품에 둘러싸여 에스트로겐 과다로 인한 위험에 1년 365일 노출돼 있다. 이렇게 과다 분비된 에스트로겐은 자궁 안에서 근육층의 세포가 더 쉽게 변이를 일으키도록 돕는다. 이로 인한 대표적인 자궁 질환이 바로 자궁근종이다. 가임기 여성 2명 중 1명이 앓게 된다는 자궁근종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에스트로겐에 과다 노출된 환경 속에 사는 여성들이라면 주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사를 통해 진단할 필요가 있다.
강남베드로병원 하이푸클리닉센터장 조필제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은 “급증하는 자궁근종과 같은 여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평소 식생활이나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자궁근종과 같은 질환은 특별한 증상 없이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이므로 가임기 여성의 경우 생리이상 체크 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1년에 한 번은 예방 차원에서 산부인과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증 같은 질환의 경우 심한 경우 난임과 불임을 불러올 수 있을뿐 아니라 자궁적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고민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최근에는 절개를 하지 않고 초음파만으로 자궁의 근종을 제거하는 하이푸시술과 같은 새로운 치료법을 통해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다.
박창식 기자 ilyo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