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경찰에 투신한 김영래 팀장(45·경위)은 자칫 미궁으로 빠질 뻔한 노래방강도사건을 깔끔하게 해결한 일등공신이다. 자타공인 타고난 ‘형사체질’인 김 팀장이지만 마치 사막에서 바늘찾기와도 같았던 당시 수사과정을 설명하면서 여러 번 한숨을 내쉬었다. 수개월 동안 상부의 질타와 언론과 시민의 비난을 받으면서 고되고 외로운 수사를 벌였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다.
당시 어찌나 스트레스를 받았던지 옥 씨를 검거할 땐 수개월 동안 묵혀있던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는 게 김 팀장의 얘기다. 특히 김 팀장은 이 사건을 ‘경찰의 자존심’이 걸린 사건이었다고 회고했다. “그 무렵 한 일간지에서 ‘강도 하나 못잡는 경찰, 과로로 쓰러지다’는 기사를 보고 너무 치욕스럽고 가슴이 아팠어요. 수표에 기재된 필체와 장물판매과정에서의 인적사항 기록, PC방 회원 등재기록 등 다양한 요인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뛰는 범인 위에 나는 경찰이 있다는 것을 범인에게 보여준 거죠.”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