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경찰에 투신한 손은호 팀장(41·경위)은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단시간 내에 해결하는 것으로 유명한 자타공인 베테랑 수사관이다.
이 사건에서도 손 팀장의 노련한 수사기법이 돋보였다. 가족을 상대로 패륜을 저지른 후 잠적한 피의자를 추적, 6일 만에 검거했던 것. 가족들을 죽이고 막가는 심정이 된 피의자가 앞으로 어떤 행동을 벌일지 예측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범인 검거는 그만큼 시급했다는 것이 손 팀장의 얘기다.
‘한 집안의 비극’이라 말하기가 상당히 조심스럽다는 손 팀장은 오랜만에 수사기록을 펼쳐보며 다음과 같은 소회를 밝혔다.
“카드대금 문제로 인해 가족들과 심각한 불화를 겪어왔던 청년이 결국 큰일을 내고 말았어요. 김 씨는 갚아줄 능력이 되면서도 자신을 나무라기만 하는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던 것 같아요. 특히 8000만 원의 빚 때문에 자신의 생활이 엉망진창이 되자 이성을 잃어버린 거죠.
그리고 그후 애인에게 보낸 메일을 보니 말이 안나오더라구요. 그는 가족을 상대로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작업’이란 말로 표현했는데 정말 소름끼쳤죠. 엽기적인 내용의 이메일을 쓴 이유에 대해서도 ‘그냥 썼어요’라고 대답했어요.”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