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경찰서는 친딸을 중학교 2학년때부터 27세가 된 최근까지 성폭행한 박 아무개 씨(58)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 14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친딸을 성폭행해오면서 이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딸의 나체사진 등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딸을 협박하는 등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행각들을 저질러왔다. 또한 8년 동안 매일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이를 기록으로 남기는 등 스토킹 행각도 벌여왔으며, 딸이 성인이 되어 직장에 다니면서 벌게 된 월급도 빼앗아쓰는 등 온갖 악행을 자행했다. 박 씨는 심지어 경찰 조사에서까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딸이 동의해서 성관계를 맺었다는 식의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다. 12년간 자신의 친딸을 성폭행한 한 남자의 인면수심 스토리를 파헤쳐봤다.
박 씨의 가족은 아내와 아들 한 명과 딸 두 명까지 총 5명이었다. 오랫동안 부산에 살다 올 3월 서울로 이사해왔다. 박 씨는 가끔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기도 했지만 오랫동안 변변한 직장이 없던 탓에 빵집을 운영하는 아내와 직장을 다니는 자식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다.
오랫동안 직장이 없던 탓에 생긴 심리적인 무력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자괴감 때문이었을까. 평소 얌전했던 박 씨는 가정 내에서만큼은 폭력을 일삼는 가장이었다. 사건을 수사한 형사의 말에 따르면 가족 구성원 누구도 박 씨의 말과 행동을 거스르지 못했다고 한다. 폭력과 폭언이 일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는 것. 박 씨는 자식들에 가혹하리만큼 엄격했으며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막내딸 박 양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특히 더 난폭한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그저 권위적인 가장이었던 박 씨가 변한 것은 지난 1996년 10월 막내딸 박 양이 중학교 2학년이던 어느 시점부터였다. 당시 박 씨는 발기부전으로 인해 정상적인 성생활을 할 수 없었고 여기서 비롯되는 성적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딸을 그 대상으로 삼았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박 양은 단둘이 있을 때는 아버지 박 씨가 어떤 말을 해도 복종하도록 길들여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시작된 아버지의 성폭행은 무려 12년 동안 이어졌다. 박 씨는 성적욕구가 생길 때마다 자신의 딸에게 몹쓸짓을 했다. 한때는 ‘이래서는 안된다’라는 생각에 절제하려고 노력해봤지만 이미 욕망의 노예로 길들여진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다고 경찰에게 말하기도 했다. 오히려 각종 보조기구 등을 동원해 변태성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경찰이 박 씨의 집에서 증거물로 입수한 각종 보조기구만 해도 서너 가지나 됐다.
그렇다면 이런 성폭행이 12년간 계속되었음에도 가족들조차 이 사실을 알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박 씨는 딸이 반항하면 이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박 씨는 이런 저런 이유로 딸이 성관계를 거부하는 날이면 다른 가족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짜증을 내며 가정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딸은 자신으로 인해 다른 가족들이 피해를 보는 것도 싫고 이 사실이 가족들에게 알려질 경우 안 그래도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다른 가족들이 받을 피해를 걱정해 아버지의 요구를 오랫동안 거절하지 못했다. 박 씨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딸의 나체 사진 등을 촬영해놓고 성관계 사실을 폭로할 경우 가족 및 친구들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딸을 오랫동안 성폭행해왔던 박 씨는 어느덧 딸의 스토커로도 변해 있었다. 딸이 고3이 되던 2001년부터 박 씨는 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노트를 만들었다. 박 씨는 이 노트에 경찰에 체포되는 순간까지 약 8년에 걸쳐 박 양이 집에서 나가고 들어온 시간, 행선지, 만난 사람, 생리통 여부까지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일지에는 박 양이 누구와 통화했는지도 상세히 적혀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기록한 노트가 2001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1권씩 총 8권이다. 이 기간 동안 박 양에게는 자유라는 것이 없었다. 대학교에 다니면서도 친구들과 놀러가는 것은 물론이고 전화하는 것도 자유롭지 못했다. 일이 있어 잠깐 외출할 때면 으레 박 씨에게 ‘무슨 이유로 누구를 만나느냐’는 전화가 걸려왔다.
박 씨의 스토킹 행각은 박 양이 취직한 후에도 계속됐다. 박 양은 회사가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달려가야 했다. 저녁 7시가 넘으면 박 씨에게서 온갖 협박성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날아오기도 했다.
박 씨의 이런 행각도 결국에는 꼬리를 잡혔다. 지난 6월 가족들이 이 같은 사실을 눈치 채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들통난 것. 설마했던 가족들은 처음엔 경찰에 박 씨를 고소하지 않고 상담을 요청했다.
경찰은 진술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피해자인 박 양을 불러 사건의 전모를 들으려 했으나 박 양은 쉽게 입을 열지 않았고 경찰도 박 양을 돌려보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 양이 집으로 돌아간 이 날도 박 씨는 박 양을 성폭행했고 결국 박 양은 다음날 경찰에 나와 그동안의 모든 사실을 밝히고 박 씨의 처벌을 요구했다. 경찰은 곧바로 박 씨의 집에 찾아가 그를 긴급체포했고 관련노트 및 성보조 기구 등을 확보했다. 박 양의 가족들은 경찰조사에서 “다시는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게 해달라”며 박 씨의 처벌을 강력하게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에는 자신의 범행을 전면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이 입수한 증거물을 들이대며 추궁하자 일부 추행사실만 인정하다가 나중에는 딸의 동의 하에서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을 조사한 형사는 “겉으로 보기에는 이런 일을 저지를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며 “친딸 성폭행 사건은 여럿 있었지만 이처럼 가혹하게 딸을 유린했던 사건은 없었다”고 말했다.
박혁진 기자 ph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