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살밖에 안되는 딸이 어느날 갑자기 아버지를 강간범으로 몰아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일이 인천에서 벌어졌다. 얼마 전 인천 남부경찰서는 친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최 아무개 씨(42)를 검거했다. 경찰은 “어떻게 인간이 이런 금수 같은 짓을 저지를 수 있느냐”고 문책했다. 최 씨는 “나는 죄가 없다”며 눈물을 흘리며 한사코 부인했지만 결국 구속됐고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다. 그런데 이 사건 뒤에는 깜짝 놀랄 진상이 따로 숨어 있었다. 검찰에서 최 씨의 딸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진 것. 과연 이 부녀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또 이 딸은 왜 아버지를 강간범으로 몰아붙였을까. 이 황당하고도 희한한 사건의 내막을 추적해봤다. 지난 9월 11일 인천 남부경찰서는 인근 태권도장 관장의 신고로 최 아무개 씨(42)를 긴급 체포했다. 친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였다. 최 씨의 딸 C 양(11)은 경찰조사에서 “아버지가 상습적으로 구타하고 성폭행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최 씨의 딸 C 양은 성폭행을 당한 흔적이 있었고 온몸에 멍 자국이 있었다. 최 씨는 경찰서에서 눈물까지 보이며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지만 경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모든 정황이 최 씨를 범인으로 몰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 씨는 계속 “억울하다”고 하소연했지만 결국 구속됐고 지난 12일 최 씨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다. 그러나 인천지방검찰청의 사건담당 검찰은 C 양의 진술을 의심했다. C 양의 진술이 그럴듯하게 포장은 돼 있었지만 앞뒤가 맞지 않은 점이 많았고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장소를 번복하는 등 계속해서 석연찮은 행동을 보였기 때문. 검찰은 C 양을 추궁하기 시작했고 결국 얼마 못가 C 양은 “거짓말을 했다”며 모든 사실을 자백했다. 검찰 측 관계자에 따르면 C 양이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게 된 이유는 “남자친구와 함께 지내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C 양은 열한 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벌써 몇 차례 가출을 하는 등 부모의 골치를 썩여왔다고 한다. 3개월 전부터 남자친구 A 군(10)을 사귀면서부터 C 양의 가출은 더욱 잦아졌다는 것이 검찰 측의 설명이다. 열한 살밖에 안된 딸의 가출에 C 양의 부모는 무척 속상해 했고 가출과 외박이 점점 잦아지자 아버지 최 씨는 속상함을 넘어 분통이 터졌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난 9월 1일경 C 양이 또 다시 외박을 하고 늦게 들어오는 것을 본 최 씨는 이성을 잃고 말았다. 이날 최 씨는 딸을 매질하며 심하게 야단쳤고 C 양은 다시 집을 나가버리고 말았다. 집을 나왔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었던 C 양은 자신의 남자친구가 다니던 인천 학익동에 위치한 한 태권도 체육관으로 갔다. C 양은 이날 이후 며칠 동안 낮 시간의 대부분을 체육관에서 지냈다. 며칠간 체육관을 찾아와 살다시피 하는 C 양을 이상하게 여긴 체육관 김 아무개 관장(32)은 C 양에게 “왜 집에 안가고 매일 체육관에 오느냐”고 물었다. C 양은 “남자친구를 보러 그냥 놀러왔다”고 대답했고 김 관장도 C 양을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밤이 늦도록 집에 가지 않고 체육관을 지키고 있는 C 양을 본 김 씨는 C 양이 가출한 아이임을 짐작했다. “집을 나온 것이 아니냐?”며 김 관장이 질책하듯이 묻자 C 양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김 관장은 C 양을 집에 돌려보내기 위해 “부모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고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C 양은 그럴듯한 핑계거리를 찾아야만 했다. 이때 C 양이 생각한 거짓말이 “아버지에게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 C 양은 관장에게 며칠 전 아버지에게 맞은 부위와 상처를 보여주며 거짓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폭력과 성폭행이 몇 년간 이어져 집에 들어가기가 끔찍하니 그냥 여기 머물게 해달라”며 있지도 않은 온갖 일을 꾸며냈다. C 양의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김 관장은 곧바로 인천 남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로 신고했고 이에 C 양의 아버지 최 씨가 경찰에 입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C 양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난 10월 1일 아버지 최 씨는 결국 풀려났다. 한편 경찰의 검사결과 나타났던 C 양의 성폭행 흔적은 자신의 남자친구와의 성관계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은 진실이 밝혀지고 나자 “열한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가 가출을 밥 먹듯 했다는 사실도 믿기 어렵지만 열 살 된 남자아이와 성행위를 했다는 사실은 더욱 믿기지 않는다”며 “나도 어린 자식이 있는 사람인데 자식의 거짓말로 감옥에 간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그 충격을 전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