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전필수와 면담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일단 타깃을 잡으면 끝까지 따라가 범행을 저지른 것이 충격적이었어요. 이상성격자로 추측되기도 했죠. 전필수는 10월 9일 밤 11시 40분경 최민정 양의 집에 전화를 걸었어요. 이미 최 양을 살해한 후에 전필수는 ‘민정이 학교 선배인데 민정이가 집에 들어왔느냐’고 능청을 떨었다는 거예요. 아무것도 모르는 최 양의 집에서는 당연히 ‘아직 안 들어왔다’고 했고 전필수는 ‘아, 그러냐’며 전화를 끊었다는 겁니다. 이 얼마나 뻔뻔한 짓입니까. 그뿐만 아닙니다. 전필수는 최민정 양에 대해 ‘5년 전 우연히 디스코장에서 만나 짝사랑해 왔으며 그동안 계속 따라다녔다’고 거짓말을 늘어놓기도 했어요. 경찰의 집요한 추궁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받긴 했으나 전필수의 거짓말과 횡설수설 때문에 적잖은 애를 먹었습니다.”
김 연구관은 특히 당시는 전국 경찰이 ‘추석특별방범비상근무’ 방침에 따라 연일 철야근무를 했던 때였다고 회상했다.
“서울청으로 연일 접수되는 강력 사건들 때문에 저도 정신이 없었습니다. 10월 9일 새벽에는 동작구 상도동의 한 이발소에 침입한 10대 강도에게 방범대원이 찔려 중상을 입는가 하면 같은 날 10시경 도봉구 방학동에서는 30대 식당 여주인이 내연남에게 피살되는 사건도 벌어졌었죠. 연일 계속되는 강력사건에 ‘경찰은 뭐하냐’는 식의 언론의 비난도 만만찮았는데 언론보도에 관한 업무를 담당했던 제 입장이 무척 난감했었던 기억도 나네요.”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