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 연구관의 사건 회고] 부산 어린이 연쇄살인

가장 치욕스런 미제사건

“벌써 33년이 지났네요.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미스터리한 사건입니다. 검·경이 합동해서 그렇게 오랫동안 집중적인 수사를 했는데 범인이 어떻게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 있었는지…. 원래 그 정도로 수사를 하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게 돼있거든요. 하지만 이 사건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드러난 게 없었어요. 만약 범인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50~60대가 돼 우리 주변 어딘가에 버젓이 살아가고 있겠죠. 무고한 어린 생명들을 빼앗은 자가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분노가 솟구칩니다.”

김원배 연구관은 ‘얼굴 없는 범인’이 지금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소한의 양심이 남아있다면 살인 공소시효가 끝나버린 지금이라도 자백을 하고 피해 어린이들과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적인 처벌은 피할 수 있겠지만 양심의 형벌은 죽는 순간까지 범인의 마음을 짓누를거라는 게 김 연구관의 말이다.

“이 사건은 70년대의 대표적인 미제사건입니다. 미제사건은 경찰로서 더없이 치욕스러운 일입니다. 특히 미처 피어보지도 못한 채 잔혹한 죽음을 당한 어린이들 앞에서 경찰은 죄인일 수밖에 없어요.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범인을 잡지 못했다는 자괴감은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들에게는 평생 한으로 남을 겁니다. 이 기사가 나가면 범인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네요.”

이수향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