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머물던 가회동 전세집. 현재는 고급 한옥호텔로 변신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집터의 ‘정기’ 때문이었을까. 가회동 이사 이후, 공교롭게도 이 전 대통령은 지지율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결국 17대 대선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를 거둔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기존에 살던 논현동 사저로 이사했는데, 이후 가회동 한옥은 ‘대권 명당’이라는 소문과 함께 프리미엄이 붙어 시세가 상당히 높게 형성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대권 명당’은 현재 어떻게 변신했을까. <일요신문>은 지난 16일 오전 이 전 대통령 내외가 살던 가회동 한옥을 직접 찾아가봤다. 한옥에는 자그마한 파란색 간판으로 ‘취운정’(翠雲亭)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현재 한옥은 리모델링을 거쳐 고급 한옥 호텔로 운영 중이라고 한다. 취운정 관계자는 “2011년부터 리모델링해서 운영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살았던 집 구조 자체가 변하진 않았지만 상당 부분 바뀌었다”라고 전했다.
취운정을 운영하는 이 아무개 씨는 이 전 대통령에게 세를 내줄 당시 상황에 대해 “종로 쪽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었는데, 이 전 대통령이 꽤 자주 왔었다. 대선을 앞두고 이사 갈 계획을 들었는데, 마침 저희 집이 괜찮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이후 참모진들이 한옥을 쭉 둘러보더니 결국 나중에는 ‘낙점했다’라고 찾아와서 계약을 했다”라고 회상했다.
계약을 한 후 이 씨는 리모델링을 하며 집 곳곳에 여러 문양을 새겨놓았다고 한다. 이 씨는 “이 전 대통령의 띠인 뱀과 김윤옥 여사의 띠인 돼지 그림을 서로 마주보지 않게 천장에 그려 놓았다. 좋은 기운을 준다고 해서 인간문화재까지 불러 그린 것이다. 이미 이 전 대통령이 이곳으로 들어왔을 때부터 대통령이 될 것임을 확신하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 씨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이 곳을 찾아 식사를 하고 가기도 했다고 한다. 같이 식사를 하던 이 씨가 “대통령이 나온 집이라고 주변에서 대단하다고 하지만 실제로 얻은 것은 하나도 없고 피해만 봤다. 보상 받아야 한다”라고 푸념을 하자 이 전 대통령이 박장대소를 했다고 한다.
한국풍수지리연구원 전항수 원장은 이 전 대통령이 머물던 집이 풍수지리적으로 상당히 좋은 지형이라고 평가했다. 기자와 함께 취운정을 둘러본 전 원장은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형에 주변 시계가 확보돼 풍수적으로 상당히 좋다. 용맥을 잘 타고 나서 조선시대에도 웬만한 위치에 있는 고관이 아니고서야 이 집에 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박원순 서울시장의 가회동 공관은 어떨까. 전 원장에 따르면 가회동 공관 역시 상당히 좋은 위치를 타고 났다고 한다. 기자와 함께 공관을 쭉 둘러본 전 원장은 “전형적인 동사택(남동 대문에 북쪽 안방) 집으로 배산임수가 잘 되어 있다. 감사원 용맥을 타고 온 것으로 보이는데 정치인에게 상당히 유리한 지역이다. 다만 걸리는 것은 공관과 주변이 조화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공관 앞에는 나무가 바싹 붙어서 자라고 있는데 이것도 풍수지리적으로는 기를 차단하기 때문에 좋지 못하다. 이것만 제거해주면 길한 기운이 더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렇듯 이 전 대통령 집과 박원순 시장의 공관은 정치인으로서 상당히 ‘길’한 공간으로 추측되고 있다. ‘서울시장-유력 대권주자-가회동 거주’ 등의 평행이론이 성립되는 셈. 다만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의 집이 박 시장의 공관보다 조금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자리한 가회동은 서울을 수도로 정한 조선시대부터 정치의 중심지로 전해진다. ‘가회’(嘉會)란 표기 자체가 ‘어진 신하들이 어진 임금과 만나 국운이 창성하는 좋은 모임’이란 뜻으로 정치인들에게는 최고의 명당으로 꼽혀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가회동에서 집을 구하던 시기에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던 손학규 전 새정치연합 상임고문 역시 가회동에 집을 구하려 했으나 찾지 못했다는 후문도 있다. 이밖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등이 가회동에 거주했다.
앞서의 전 원장은 “풍수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곳에서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좋은 풍수에 사는 사람은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