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김종인 대표 체제가 내부적으로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한 지점 직원의 거액 횡령사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롯데마트 서울역점 매장. 최준필 기자
사택 지원금을 총괄하는 부서도 아닌 지방의 한 지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이처럼 거액의 돈을 빼돌릴 수 있었던 데는 어쩔 수 생기는 허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롯데마트의 사택 지원은 전세금을 부담해주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일정 기준에 따라 집을 정하면 회사에서 전세금을 지원해주는 식인데 문제는 인사이동이 있을 때다.
수년마다 한 번씩 이뤄지는 인사이동 시기가 잔여 계약기간과 딱 맞아 떨어지면 문제 될 게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어쩔 수 없이 짧게는 1~2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집을 비워두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계약기간이 남은 만큼 전세금을 돌려줄 의무가 없으니 이런 일이 발생하면 회사 측에서도 사택 지원금을 회수를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다. 문제의 직원은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허점들을 교묘히 이용했다. 본인이 거주하지도 않는 집을 계약했다며 지원금을 받는가하면 빈집들을 월세로 돌려 주머니를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서야 이를 눈치 챈 마트 측에서는 문제의 직원에게 해명할 것을 요구했으나 결과적으론 뒤통수를 맞은 형국이다. 적극적으로 소명 의사를 밝히던 해당 직원이 돌연 잠적을 해버린 것. 이에 롯데마트는 사택 지원금을 빼돌린 직원을 검찰에 고소하는 한편 정확한 피해규모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번에 큰 문제를 일으켰지만 해당 직원은 평소 업무 성과도 뛰어나고 성실해 신임이 두터운 편이었다. 그런 직원이 횡령 사건을 저지를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해 지점 측도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또 갑자기 해당 직원이 잠적까지 해버려 난감한 상황이지만 빠른 시일 내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전국의 사택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하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문제가 되는 부분은 깨끗하게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택 지원금 횡령 사건뿐 아니라 곳곳에서 직원들의 비리가 적발돼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감사가 연장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마트 측은 이를 부인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직원 비리로 감사가 연장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업무 정기 감사는 본래 5~6년에 한 번씩 진행된다. 보통 대표가 바뀌면 이뤄지는데 과거 노병용 대표가 취임한 직후에도 있었다. 보편적으로 감사가 한 번 시작되면 기간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연장에 대해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김종인 대표 체제 빛날까 “대표도 직원이다” 조직에 신바람 예기치 않은 횡령 사건에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으나 ‘롯데마트 김종인호’의 항해 100일 성적표는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사실 김종인 대표가 처한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이마트, 홈플러스에 이어 ‘만년 꼴찌’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출도 2012년부터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롯데마트 매출은 5조 9900억 원으로 전년보다 7.85%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 감소는 훨씬 심각한데 지난해 영업이익은 2240억 원으로 전년보다 29% 줄어들었다. 김종인 대표(오른쪽)가 오산물류센터를 점검하는 모습. 사진제공=롯데마트 이런 악조건 속에서 수장을 맡게 된 김 대표는 ‘도전과 변화’를 통해 올해를 롯데마트 재도약의 해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실제 김 대표는 취임 직후 전국 영업조직을 기존 7개에서 9개로 늘려 보다 가벼운 조직으로 변신시켰으며 보고 체계 및 회의 분위기 전환을 통해 직원들도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 기존 문서로 작성하던 기획서나 보고 자료를 개인 메일로 보내도록 지시했는데 이를 통해 이동시에도 스마트폰으로 내용을 보고 빠른 피드백을 줄 수 있게 됐다. 회의 분위기도 한층 부드러워졌다는 평이다. 김 대표는 보고와 지시만 이뤄지던 수직방식의 회의가 아닌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고 한다. 솔선수범하는 자세는 내부적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김 대표는 대형마트의 ‘의무’라고 여겨지던 가격파괴 경쟁에서도 과감하게 뒤로 물러섰다. 김 대표는 최근 임원회의에서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가격전쟁에 끼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와 홈플러스가 10원 단위로 가격을 내리는 최저가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여기에 합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업계 3위인 업체가 섣불리 최저가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수익성만 더욱 악화될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김 대표는 품질개선 강화를 택했다. 신선식품의 유통기한을 줄이고 품질기준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 우수 농가와 직접 계약해 생산자를 표시하는 판매정책과 자체브랜드 상품인 ‘통큰’ 시리즈를 다양한 품목에 접목시켜 차별화를 두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대표님이 취임식에서 ‘대표는 역할이 다른 똑같은 직원이다’라는 말을 했다. 도전과 변화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맞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 단기간이지만 조직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어떤 점에서 문제가 생겨도 무조건 직원들에게 책임을 지우기보다는 똑같은 실수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