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김태진(태진):대표적으로 밝고 명랑한 신세대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드라마에선 사뭇 다른 모습이에요. 무슨 일 있었어요?
한지혜(지혜):사실 쉬고 싶었어요. <미우나 고우나>를 8개월이나 찍고 나니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더라고요.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한참 달려오다 보니 인기는 좀 있고 가진 건 많은 것 같지만 도대체 나는 뭘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간적인 고뇌가 많았어요. 5월에 <미우나 고우나> 끝나고 <에덴의 동쪽>을 시작한 8월까지 3개월 사이에 쓴 일기를 보면 완전 우울증 수준이었어요.
태진: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연기가 달라졌어요. 좀 성숙해졌다고 할까?
지혜:그런 시간을 보내며 미래에 대한 생각이 명쾌해졌어요. 분명한 목표를 찾았다고 할 수 있죠. 그러고 나니 일하는 것도 즐겁고 편해졌어요.
태진:그래도 아직은 <에덴의 동쪽>에서 확 달라진 모습이 익숙하지 않다는 분들도 있어요.
지혜:이번 작품을 통해 ‘한지혜에게 저런 모습도 느낌도 있었어’ ‘저런 연기도 할 줄 알아’라는 얘길 듣고 싶었어요. 예전의 모습이 좋다며 어색하다는 분들도 있지만 전 지금의 제가 좋아요. 남들 시선을 의식하기보단 내 방식대로의 삶을 운영해가고 싶어요.
태진:자기 주관이 뚜렷한 것 같아요. 본인 성격의 장단점이 있다면.
지혜:장점이라면 남의 얘길 잘 듣고 충고나 본받을 점을 스펀지처럼 잘 흡수한다는 부분이에요. 반면 다른 이에게 상처받는 얘길 듣거나 지적받으면 그게 해결될 때까지 계속 고민하는 게 단점이에요. 그래서 확인하는 버릇이 있어요. 뭐든지 늘 확인받고 싶거든요.
태진:와! 완벽주의자네요.
지혜:네, 저 완벽주의자예요. 만족할 줄을 모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엔 만족할 줄 아는 방법을 훈련을 하고 있어요.
태진:그래서 그런지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시청률이 다 대박이에요. 작품 고르는 안목도 그런 완벽주의 덕분인가?
지혜:제가 흥행배우긴 하죠(웃음). 그렇지만 처음부터 대박 작품에만 출연한 건 아니에요.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게 돼 욕심내서 하지 못했던 적도 있어요. 게다가 <낭랑 18세> 땐 신인인데 갑자기 인기가 올라 반짝 콧대가 높아졌었죠. 나이도 스물한 살로 어렸잖아요. 지금은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 많이 생겼어요. 그분들로 인해 좋은 길로 갈 수 있고 더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됐어요. 사람들과의 관계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그들을 믿고 대화하면 할수록 좋은 판단을 할 수 있게 되니까.
▲ 드라마 <에덴의 동쪽> 한 장면. | ||
지혜:<에덴의 동쪽>을 하면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아요. 알면서 연기 하고 있다는 느낌? 예전에는 캐릭터를 내 삶에까지 끌어들였는데 이번 작품부터는 철저하게 분리하고 있어요. <미우나 고우나>할 때만 해도 저 역시 ‘나단풍’(극중 한지혜의 배역)처럼 살았거든요. 지금은 ‘지현’(극중 한지혜의 배역)이라는 정말 멋진 여자 친구와 친해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저와는 별개이면서 또 하나인 느낌?
태진:요즘 인터넷에서 ‘신가네 코믹 사진’이 인기절정이에요. 극중에선 냉철한 모습의 조민기 박해진 한지혜 씨가 너무 코믹한 모습으로 촬영한 사진들이잖아요.
지혜:그러게요. 촬영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고 서로 친해 자연스럽게 찍은 사진들을 미니홈피에 재미삼아 올렸는데 반응이 정말 뜨거워요. 2탄도 준비 중이에요. 이번엔 ‘이가네 코믹사진’? 본래는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 뒤 지현이가 ‘춘희’(극중 이미숙의 배역)네 집에 들어가서 사는 설정이라 ‘이가네 코믹사진’을 계획했는데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앞으로 드라마의 내용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두고 요즘 작가선생님이랑 감독님이 계속 회의 중이거든요. 그래서 드라마가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몰라요. 그런데 지금 인터뷰 괜찮은가요? 잘 되고 있나요?
태진:그럼요. 얘기가 얕게 겉돌지 않고 진지한 분위기라 너무 좋아요.
지혜:그래요? 다행이네요. 이거 봐요? 확인하잖아요. 저는 늘 확인받아야 돼요.
태진:(웃음)배우 생활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선배분들한테 연기를 많이 배우게 될 것 같아요.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은 누군가요?
지혜:아무래도 이순재 선생님이시죠. 학교(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서 선생님의 수업을 통해 기본기를 많이 배우게 됐으니까요. 작품을 하면서는 박근형 선생님을 빼놓을 수가 없어요. 대본 리딩 때마다 혼을 많이 내시거든요. ‘너희 연기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작품 전체를 파악해야 하고 대본도 많이 읽어야 돼.’ ‘다 대본 안에 있어.’ ‘그리고 너 왜 연기를 그렇게밖에 못해?’ 등등 얼마나 무서우신데요.
지혜:그럼요. 저흰 매주 혼나요. (이)다해는 특히 심하죠. 박근형 선생님이 극중 아빠니까. 저랑 (박)해진 오빠는 조민기 선배님이랑 집이 같은 방향이라 조민기 선배님이 맡아서 가르쳐주시고 있어요. 저희는 아직 너무 모자라잖아요. 많이 듣고 배우면서 선배님들 따라가고 있어요.
태진:많은 분들이 박근형 씨를 최고의 선생님이라고 뽑더라고요. 에릭 씨도 그랬고. 혼날 땐 야속한데 작품 끝나고 나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고. 매주 두 번은 꼭 영어 공부를 한다고 들었어요. 잘하세요?
지혜:그냥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예요.
태진:영어 공부를 하는 게 할리우드 진출을 생각해선가요?
지혜:기회만 되면 해보고 싶어요. 동양적인 얼굴에 키가 큰 게 제 장점이잖아요. 그래서 전 외국에서도 잘 될 것 같아요(웃음). 연기력이야 한국에서 갈고 닦으면 되니까 틈틈이 영어 공부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태진:이제 곧 스물여섯, 20대가 꺾이네요. 서른이 되기 전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지혜:너무 많은데 다 말하기 부끄러워요. 우선 내년을 정말 ‘한지혜의 해’로 만들고 싶어요. 몇 년 전 우리나라를 들썩거리게 한 이효리 신드롬처럼. 배우와 스타일리시한 모습, 그리고 인간 한지혜의 모습으로 내년은 정말 한지혜의 한 해를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세웠어요. 그리고 스물여덟까지는 여우주연상을 꼭 받고 싶어요. 배우를 시작했으니까 1등은 꼭 한 번 해봐야죠. 일회성 말고 꾸준히 노력해서 여러 번 받고 싶어요. 그렇게 연기력도 키우고 인간적으로도 성숙해져 서른이 되기 전에는 꼭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싶어요.
태진:결혼은 언제 하고요?
지혜:서른 살은 돼야겠죠? 서른 넘으면 결혼을 하고 공부도 해야겠다는 목표를 세워뒀어요.
태진:마지막으로 좀 민감한 질문인데 이제 공개연애는 안 할 거죠?
지혜:그냥 솔직하고 싶어요. 애인이 생기면 생겼다, 혹 없으면 없다고. 시시콜콜하게 어떤 사람이고 같이 어디를 갔는지까지 다 말하고 싶진 않아요. 사실 공개연애라는 게 너무 힘든 일이에요. 할 때나 끝나고 나서나. 그런 아픔을 두 번 겪고 싶진 않아요.
정리=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