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은퇴는 빠를수록 좋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지구 우승이 확정되던 날 추신수는 사석에서 “야구를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예상보다 좀 빨리 은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꺼냈다. 이유를 묻자 그는 “야구선수로선 더할 나위 없는 시간들을 만끽하고 있지만 남편, 아빠로서의 역할은 빵점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4일 동안 집에서 아이들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는 말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경기 마치고 밤늦게 퇴근하면 아이들은 이미 자고 있고, 아침에는 아이들이 일찍 일어나 학교와 유치원을 가기 때문에 홈 경기가 있는 날에도 아이들 얼굴 보기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추신수는 선수로서 정점을 찍었지만 아내와 아빠로는 빵점이라고 고백했다. 원안 사진은 텍사스의 지구 우승이 확정된 후 샴페인 세례를 받는 모습. 연합뉴스
무엇보다 아이들 교육을 아내 하원미 씨한테만 맡기는 것도 미안하고, 아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성장하려면 아빠의 역할이 중요한데 자신은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래서인지 추신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피곤해도 가급적이면 아이들을 학교에 태워다 주는 일을 자신이 맡으려고 한다. 새벽 늦게 잠자리에 들어도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들의 등교를 도우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시즌 막판에는 체력 안배 차원에서 아이들의 등교에 동행을 해주지 못했는데 추신수는 그것조차 너무 미안하다며 진심으로 마음 아파했다.
“돈을 많이 벌면 뭐하겠나. 가족들이 행복을 못 느낀다면 그 돈은 아무 가치가 없는 것이다. 이전에는 몸값을 올리고, 내 가치를 인정받는 걸 목표로 삼고 달려갔다. 지금은 어느 정도 여유가 있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아빠를 필요로 할 때마다 그 옆에 있어주지 못하는 현실이 제일 견디기 힘들다. 그래서 은퇴 시기를 좀 더 앞당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봤다.”
# 댈러스 한인 사회와 추신수
미국 댈러스에서 만난 한인들은 추신수의 사생활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추신수의 가사 도우미로 누가 가는지, 추신수 아이들의 교육 지도를 누가 맡고 있는지, 청소 및 집안 관리는 누가 해주는지, 미확인 소문들을 만들어내며 연예인급 관심을 쏟아냈다.
추신수 아내 하원미 씨는 “한인 마켓이 있는 데만 나가도 나를 다 알아보기 때문에 행동하기가 불편한 부분도 있다”면서 “한인들과 어느 정도 교류를 하고 싶어도 소문들이 이상하게 와전될 수 있다는 걱정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다. 그래서 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추신수와 그의 가족들.
추신수의 집에서 일하는 도우미는 외국인들이다. 한인들 중에서도 손만 내밀면 얼마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한인들 대신 인도, 파키스탄 등 제3국인들을 고용한다.
단 아이들 공부를 가르치는 과외 선생님은 미국인과 한국인 두 사람에게 맡긴다. 한국인 선생을 고집하는 이유는 아이들의 한국어 사용을 돕기 위함이다. 추신수는 집에서만큼은 아이들에게 한국어 사용을 강조하고 있고, 아이들이 영어로 대화를 나누기라도 하면 금세 혼이 나기 때문에 아이들은 영어와 한국어를 적절하게 섞어 사용할 줄 안다.
1억 3000만 달러의 사나이도 휴식일에는 아이들과 댈러스에 있는 사우나를 즐겨 찾는다. 댈러스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2곳의 사우나가 있는데 추신수는 양쪽을 적절한 횟수로 오가며 균형감 있게 방문하는 편이다. 추신수를 알아본 팬들이 사우나 안에서도 사인 요청을 해오지만 추신수는 이전 클리블랜드나 신시내티에선 상상도 못한 환경들을 만끽하며 즐기고 있는 중이다.
# 한 달 13억 벌어도 구제옷 좋아하는 아내
최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디비전시리즈 1, 2차전을 위해 토론토를 방문했을 때 아내 하원미 씨도 선수단 전세기에 동승했다. 남편이 아침 일찍 야구장으로 출근하면 경기가 열리기 전까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야 했던 그. 그가 향한 곳은 토론토 시내의 유명 백화점이 아닌 시내 부근의 구제 옷집들이었다. 옷 하나에 10달러, 20달러씩 하는 구제 옷들을 고르는 재미에 푹 빠졌던 그는 300달러를 지출하고, 15벌 정도의 옷들을 구입할 수 있었다.
아내가 산 구제 옷들을 본 추신수는 “왜 이런 것들을 샀느냐. 남이 입던 옷들 아니냐”며 이해를 못하겠다는 반응을 나타냈지만 하원미 씨는 “난 백화점에서 비싼 옷을 사 입는 것보다 이런 데서 좋은 옷을 싸게 사는 재미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남편 앞에서 싸게 산 옷들을 입어 보이며 행복한 웃음을 짓던 하 씨. 추신수는 “내가 돈 많이 벌어줘도 아내가 사치할 줄 모른다. 그런 점에선 난 정말 복 받은 남자일 것이다”라고 은근히 자랑을 하기도 했다.
기자가 가까이에서 본 하원미 씨는 순수한 ‘여우’였다. 돈 많이 버는 남편 만나서 모든 걸 다 가진 듯해 보이지만, 그 과정까지 그가 겪고 감당했던 어려움들은 일일이 거론하기가 입 아플 정도다. 추신수가 아내에게 가장 고마워하는 부분은 세 아이들을 건강히 낳아줬고, 잘 키웠으며 아빠를 존경하게끔 끊임없이 유도했다는 점이다. 미국과 한국에 자산관리사를 두고 계획적이고 구체적으로 재테크를 하고 있는 하 씨는 추신수로부터 ‘회장님’으로 불리기도 한다.
# 신흥 부촌에 살고 있는 ‘추 패밀리’
추신수는 텍사스 레인저스 홈구장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사우스레이크에서 살고 있다. 처음에는 그의 집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는 게 싫어 철저히 비밀에 부쳤지만, 지금은 집안 공개는 못해도 그의 집이 어디에 위치해 있다는 것 정도는 부담 없이 얘기를 하는 중이다.
수영장이 딸린 집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고, 1층은 추신수 부부 침실과 게스트 룸, 부엌이, 2층에는 세 아이들이 사용하는 각각의 방과 소규모의 웨이트트레이닝실, 소형 영화관과 놀이방 등이 자리해 있다. 집의 크기가 어느 정도 되는지 정확히 헤아리진 못해도 방만 7개(또는 8개)와 서재, 부엌, 그리고 차고가 2개나 될 정도의 저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집을 구입한 비용은 베일에 싸여 있다. 일반의 예상보다는 훨씬 싸게 집을 구입했다는 게 추신수의 귀띔이다.
레인저스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이후 추신수에게 “우승하고 나서 가장 생각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다. 그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내가 야구할 수 있게끔 만들어준 부모님이 아니겠느냐. 이렇게 좋은 날 현장에서 직접 지켜보셨더라면 그 의미가 남달랐을 텐데 그러질 못해 많이 아쉬웠다”는 소회를 전했다. 추신수 아버지에 대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남아 있고, 그로 인해 추신수도 심적 고통이 컸지만, 그래도 그의 가슴 한편에는 ‘오늘의 추신수’를 있게 해준 부모님의 뒷바라지가 고마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추신수의 진한 안타까움이 크게 와 닿았던 순간이었다.
미국 댈러스=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미국 기자가 본 추신수와 배니스터 감독 “팀 다잡기 위해 베테랑 괴롭힌 것” 메이저리그 현장을 취재하다 보면 매일 만나는 부류 중에 현지 기자들이 제일 많다. 그들과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기자가 기자를 취재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이라면 절대 자신의 속내를 한국에서 온 기자에게 꺼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만약 어느 한 경기가 감독의 투수 교체 실수나 판단 착오로 패했다고 한다면 기자들끼리는 감독을 안주 삼아 이런저런 뒷담화를 할 수도 있을 텐데 그들은 좀처럼 자신의 진짜 생각을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추신수와 배니스터 감독. 연합뉴스 그런 가운데 기자는 우연히 텍사스주 지역 매체 <포트 워스 스타 텔레그램>의 제프 윌슨 기자를 만날 수 있었다. 레인저스 전담이고 추신수가 레인저스에 입단했을 때부터 추신수에 대한 기사를 자주 게재했던 이력이 있다. 그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승낙하면서 이전 추신수와 배니스터 감독의 갈등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먼저 추신수의 후반기 반등에 대해 윌슨 기자는 “지난해 부상을 이기고 올 시즌 이런 활약을 했다는 게 믿기 힘들 정도다”면서 “4월까지 별로 좋은 성과가 없어서 걱정했다. 하지만 5월에 잠깐 빛을 봤다가 다시 사라졌는데 후반기에 완전히 다른 선수로 변모돼 우리들 앞에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베이스 러닝도 좋고, 타율은 물론 수비까지 좋아져서 깜짝 놀랐다. 지금의 이 모습을 보고 구단이 거액을 제시하며 계약을 했던 것이다. 아마 존 다니엘스 단장이 자신의 방 의자에 앉아 만족스런 표정을 지으며 소리 없이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대반전을 이룬 선수다. 어떠한 연유로 이렇게 다른 사람이 됐는지는 모른다. 중요한 건 자기가 받은 FA 금액이 합당한 금액이었다는 걸 성적으로, 실력으로 직접 증명했다는 사실이다.” 윌슨 기자는 “9월의 활약만 놓고 봤을 때는 (추신수에게) 더 큰 돈을 줘도 아깝지 않을 정도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신수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텍사스 팬들이 좋아하고 응원할 만한 선수로 거듭났다. 지난해에는 부상으로 뭔가를 보여줄 겨를이 없었다. 겨울 동안 열심히 훈련하고 노력한 덕분에 올 시즌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확인시켜주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추신수가 빠진 텍사스 라인업은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이다.” 인터뷰를 이어 가던 윌슨 기자는 한 가지 인상적인 설명을 곁들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난 배니스터 감독이 추신수에게 굳이 그런 행동을 해야 했을까 싶다. 루키를 다루려면 때론 그런 행동(아마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해 추신수를 자주 경기에서 뺐던 걸 의미하는 듯하다)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나 추신수는 루키가 아닌 베테랑 선수다. 그런 베테랑 선수를 힘으로 ‘잡으려고’ 하다 보니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었다. 배니스터 입장에선 올해가 첫 시즌이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중요했다. 그런 상황에서 시즌 초반 부진을 거듭하자, 베테랑 선수 중 한 명을 목표로 삼고 잡으려 했던 것이다. 그건 정말 불필요한 행동이었다. 결과적으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돼 다행이다. 그 일은 선수, 감독한테 중요한 교훈과 경험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두 번 다시 그런 불필요한 소모전은 팀 내에서 발생하면 안 된다. 그들의 마무리가 행복해서 정말 다행이다(웃음).”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