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진출에만 초점을 맞춘 기사 때문에 당혹감을 느꼈다는 오승환. 그럼에도 그의 시선은 일단 메이저리그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2013년 2년간 최대 총액 9억 엔(계약금 2억 엔, 연봉 3억 엔, 옵션 1억 엔)에 한신 타이거즈와 입단 계약을 맺었던 오승환. 한신의 주전 마무리를 꿰차며 2014 시즌 64경기 2승 4패 39세이브 평균자책점 1.76의 성적으로 구원왕에 올랐다. 39세이브는 지난 1998년 선동열(당시 주니치 드래건스)이 세운 38세이브를 뛰어넘는 한국인 역대 최다 세이브 기록. 2년차인 올 시즌에도 오승환은 69.1이닝에 2승 3패 41세이브 평균자책점 2.73을 기록, 센트럴리그 세이브 부문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리며 확실한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9월 26일 허벅지 안쪽 근육인 내전근 부위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의 여정에서 제외된 채 재활훈련에 집중했다.
한신과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기 전부터 오승환의 진로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도 그럴 것이 2년 전 한신 입단 전에도 메이저리그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던 터라 일본 야구의 정상에 오른 그가 이번에는 더 큰 무대로의 도전을 꿈꾸지 않겠느냐는 예상 때문이었다.
그 예상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일본에서의 시즌을 마치고 공식 인터뷰 없이 조용히 귀국한 오승환은 대리인인 김동욱 대표에게 자신의 거취를 일임하며 먼저 메이저리그 진출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2년 동안 한신 타이거즈의 ‘수호신’으로 활약한 오승환. 연합뉴스
“2년 전 오승환의 신분은 완벽한 FA가 아니었다. 미국에 진출하려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지금은 어떠한 옵션도 붙어 있지 않다. 그만큼 2년 전에 비해 신분이 자유로운 상황이다. 한신 타이거즈와의 계약 기간을 2년으로 못 박았던 것도 2년 후 FA 자격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진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걸까. 한신과의 재계약이나 일본 다른 팀과의 계약은 아예 생각조차 안하는 걸까. 김 대표가 설명을 이어갔다.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선수 입장에선 일본에서 2년 동안 자신의 가치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둔 메이저리그 진출에 집중해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 부분이 ‘무조건 미국행’은 아니라는 점이다. 입단 계약에 사인하기 전까진 어떤 결론이 나올지 알 수 없다. 현재 메이저리그 팀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고, 긍정적인, 기대를 가질 만한 내용의 이야기들을 듣고 있는 게 사실이다. 대리인으로선 선수에게 좀 더 유리한 계약을 이끌어 내려고 노력 중인데 그게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일본 잔류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현재 한신과의 재계약은 물론이고, 일본 내 다른 팀으로부터 입단 제안을 받은 상태라 신중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김 대표는 한신에서 오승환을 혹사 시키는 바람에 팀을 떠나고 싶어 한다는 소문에 대해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혹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오승환은 오히려 한신 팀에 고마워하고, 오사카 팬들한테 큰 감사를 느낀다. 오사카 생활도 적응이 돼서 잘 지냈고, 팀에서 항상 배려를 해줬기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었다. 워낙 오승환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최근에는 일본 코치와의 불화설까지 나돌더라. 전혀 사실무근이다.”
김 대표는 말 한 마디, 단어 하나 선택에 굉장히 신중했다. 행여 자신의 생각과 다른 기사가 나갈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로선 미국 측이나 일본 측에 똑같은 마음을 갖고 협상에 임할 계획이다. 그런데 그게 자칫 잘못하면 서로 ‘간을 본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하겠다는 선수가 일본에 잔류한다면 그 또한 비난을 받을 부분이고, 일본 잔류를 선언했다가 미국에 가는 것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그래서 곤란한 것이다. 다시 정리해보면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일본 잔류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게 오승환의 정확한 입장일 것이다.”
또 다른 소문 중 하나는 오승환이 삼성 라이온즈로의 복귀도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오승환이 삼성을 떠난 이후 지난 2년 동안 임창용이 그 자리를 메웠지만 이미 40대를 넘긴 나이라 임창용을 대신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아야 하는 게 삼성의 현실이다. 만약 오승환이 삼성으로 복귀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대안은 없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와 관련해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내가 다른 문제와 관련해선 조심스럽지만, 한국 복귀 문제는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오승환의 진로와 관련해 한국 복귀는 1%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 지금 우리의 계획에 한국 복귀는 포함돼 있지 않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은 오승환이 2년 전 LA 다저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로부터 적극적인 영입 제안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구체적인 얘기까지 오갔던 걸로 알고 있다. 금액을 제시하는 단계에서 입장 차이가 커 무산됐다고 들었다. 당시에도 오승환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던 팀이라 FA가 된 오승환에 대해 두 팀의 관심은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가 좋아하는 일본 무대에서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평가받았고, 꾸준히 성적을 냈기 때문에 그 가치가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다.”
송 위원은 다저스와 보스턴 양 팀 모두 불펜 투수 영입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건 팀이 처한 현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보스턴에는 일본 출신의 우에하라란 마무리 투수가 있지만 올해 나이가 마흔 살을 넘겼고, 사회인야구 출신으로 화제를 뿌렸던 다자와 준이치도 ‘믿을맨’은 아니라 또 다른 불펜 투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동양인 선수들을 선호하는 보스턴의 특성상 일본 무대를 거쳐 온 오승환은 매력적인 선수일 수밖에 없다. 다저스는 켄리 얀센, 크리스 해처 외에는 제 역할을 해주는 불펜 투수가 없다. 류현진이 내년 시즌 복귀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또 다른 한국 선수의 영입은 마케팅 차원에서도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다. 다저스도 오승환에게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내년 메이저리그 FA 시장을 살펴볼 때 A급 마무리 투수들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도 오승환한테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라트로이 호킨스(43·토론토)를 제외하면 에드워드 뮤히카, 호아킴 소리아, 짐 존슨, 서지오 산토스 등이 FA로 풀린다. 문제는 시속 100마일을 던지는 아롤디스 채프먼(신시내티)과 토론토의 브렛 세실이 FA 시장에 나오는 2016년이다. 오승환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린다면 이번이 적기인 셈이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오승환이 메이저리그에서 뛴다면 처음부터 붙박이 마무리 투수를 맡기란 어려울 것이다. 일단 팀 합류 후 실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7, 8회에 나와 ‘브릿지’ 역할을 해주면서 실력을 보여주고, 마무리 투수로 자리를 잡아가는 게 현명한 판단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즌 마치고 다음 진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소녀시대’ 유리와의 결별이 더 큰 이슈를 모았지만, 오승환은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 ‘돌직구’로 대변되는 그의 공을 메이저리그 마운드에서 볼 수 있을까. 이번 겨울은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과 관련해 스토브리그의 이슈가 상당히 풍성해질 전망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손아섭·황재균도 ML 도전장 너만 가냐? 나도 간다! “손아섭, 메이저리그 진출 공론화” “황재균, 구단에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 밝혀” 왼쪽부터 손아섭, 황재균.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의 핵심 타자 두 명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롯데는 지난 14일 손아섭이 정규리그 종료 후 구단 측에 메이저리그 도전을 허락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올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친 손아섭은 7년 자격을 채워 소속 구단이 허락할 경우 비공개 입찰경쟁(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에 진출할 수 있다. 외야수인 손아섭의 어깨는 국내 최정상급이다. 3000타석 이상을 소화한 타자들 가운데 장효조(0.33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타율(0.323)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손아섭은 메이저리그 진출도 하기 전에 먼저 넘어야 할 ‘산’이 나타났다. 같은 팀 동료인 황재균도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터라 롯데 입장에선 두 선수 중 한 사람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KBO 규약에 의하면 한 구단에서 포스팅을 신청할 수 있는 선수를 한 해 1명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손아섭, 황재균뿐만 아니라 올 시즌 FA로 풀리는 김현수도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았지만, 내심 메이저리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다수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잠실야구장을 찾아 김현수를 관찰했다. 포스팅 시스템이 아닌 FA 신분이 되는 김현수로선 메이저리그 구단의 제안이 들어오면 자유롭게 진로 모색을 할 수 있는 입장이다. 여기에다 일찌감치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박병호도 시즌 종료 후 다음 행보를 위해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미 강정호의 에이전트인 앨런 네로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은 박병호는 넥센 이장석 대표가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는 상황이라 이변이 없는 한 그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어느 때보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가 러시를 이루고 있자, 야구 관계자들은 이 모든 게 ‘강정호 효과’라고 말했다. 같은 무대에서 뛰던 동료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입단한 첫 해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엄청난 활약을 펼친 부분이 한국에 있는 다른 선수들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긍정적인 면만 비추진 않는다. 송재우 해설위원은 “강정호, 박병호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선수의 가치를 판단했지만 손아섭, 황재균은 강정호, 박병호에 비해 네임 밸류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실력도 독보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잘라 말했다. 송 위원은 “손아섭은 외야수로서 장타를 쳐주거나 무조건 3할의 성적을 올릴 수 있을 지가 의문이고, 황재균은 강정호가 한국에서 보인 유격수 최초의 40홈런이란 성적표를 받아들 정도의 임팩트 있는 모습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두 선수들은 지난해 김광현, 양현종이 왜 메이저리그 진출에 실패했는지 그 이유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