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이태란(이): 영화제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너무 기쁘고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응했어요. 일정이 해외 화보 촬영이랑 겹쳤는데 어렵게 조정해서 화보 촬영을 미리 갔다 어제 귀국해 바로 전주로 왔어요. 어쩌면 내겐 낯선 자리인지도 몰라요. 그래도 이번 개막식 사회를 계기로 영화계가 좀 더 친근해진 것 같아요.
김: 그러고 보면 이태란 씨가 영화에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는 영화보다 드라마에서 더 자주 볼 수 있었어요.
이: 영화와 드라마를 딱히 구분하진 않아요. 공채 탤런트 출신이라 드라마에 출연할 기회가 더 많았고 꾸준히 드라마에 출연하느라 좋은 영화에 출연할 기회도 몇 차례 있었지만 드라마와 촬영이 겹쳐서 포기해야 했어요. 그래도 데뷔작은 영화 <남자의 향기>예요. 10년 만에 <어깨너머의 연인>으로 다시 영화에 출연했는데 평소 친분이 없던 (이)미연이 언니가 저를 추천했다고 해서 출연을 결심했어요.
김: 영화 출연이 조금 두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드라마에선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새로운 영역인 영화에서도 늘 흥행에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잖아요.
이: 아니에요. 한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도 많았어요. 심지어 4%를 기록한 드라마도 있는 걸요. 흥행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하죠. <어깨너머의 연인> 역시 흥행 성적은 부진했지만 영화관계자들에게 좋은 평을 받았어요. 앞으로도 흥행 생각하지 않고 좋은 스태프가 만드는 좋은 영화가 있다면 꼭 출연할 거예요.
김: 얼마 전에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 프로모션을 위해 중국에 방문했다는 얘길 들었어요. 중국 팬들 반응이 엄청났다고 하던데.
이: 중국에선 마치 제가 아이돌 스타가 된 듯한 기분이었어요.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 정도인 줄은 몰랐거든요. 공항, 호텔, 방송국 등에 팬들이 몰려드는 것은 기본이고 숙소였던 호텔에 방을 잡은 팬들, 심지어 택시를 타고 일정을 계속 따라다니는 팬들도 있었어요. 어느 순간 제가 TV에서만 보던 모습의 주인공이 돼 있더라고요.
김: 최근 중국 한류 최고 히트작인 <대장금>을 제치고 <소문난 칠공주>가 역대 한류 시청률 1위를 기록했어요. 기록으로 봤을 땐 이영애 씨를 뛰어넘은 것인데 기분 좋겠어요.
▲ 영화 <어깨너머의 연인> 중에서 | ||
김: 이제 중국 진출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겠어요. 벌써 제안이 쇄도할 것 같은데.
이: 드라마와 CF 제안을 받았는데 아직 결정내리지 못하고 고민 중이에요. 중국 진출도 좋지만 그보다는 한국 연예계가 더 중요하니까요. 그래도 기회가 되면 중국 작품에 출연해보고 싶어요.
김: 만학도세요.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 재학 중이라고 들었는데 학교생활은 재미있나요?
이: 현재 2학년 1학기예요. 매니저에게 최대한 학교 수업과 다른 스케줄이 겹치지 않도록 해달라고 부탁해 놨어요. 덕분에 드라마를 촬영하면서도 수업은 거의 빠지지 않았어요. 부득이하게 외국에 나갈 때는 수업에 못 들어가는데 그것마저 너무 아쉬워요.
김: 학교생활이 정말 재밌나 보다. 그만큼 얻는 것도 많이 있나요?
이: 최근 들어 젊어졌다느니 동안이라느니 하는 얘길 많이 들어요. 아마 어린 친구들하고 같이 학교 다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젊어지는 것 같아요. 처음 입학했을 무렵엔 생각보다 적응하는 게 어려웠어요. 주변에서 절 불편하게 만든 게 아니라 스스로 주위를 너무 의식했던 것 같아요. 나이도 있고 연기 경력도 있는 만학도인지라 나를 향한 기대치가 높을 텐데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거든요. 학교에 조금씩 적응해 가면서 스스로 버릴 것은 다 버리고 나니 편해지기 시작했어요.
김: 같이 수업 듣는 학생들하고도 친하게 지내나요?
이: 그럼요. 화보 촬영 때문에 해외에 나가느라 수업에 빠졌는데 한 남학생이 오늘 전화해서 숙제를 알려주더라고요. 안 그래도 전화해서 물어보려 했는데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라요.
김: 이태란 씨 개인 번호로요? 와~ 나도 공부해서 같은 과에 들어가면 개인 전화번호 알 수 있겠네요^^. 성적은 어떤가요?
이: A+는 받아봤는데 아직 F는 없어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성적은 좋지 않은 편이에요. 아무래도 일과 학업을 병행하려다 보니 성적까지 잘 받는 것은 좀 힘들더라고요, 게다가 내가 워낙 시험에 약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출석 점수라도 잘 받으려 출석에 목숨 걸고 있어요.
▲ 영화 <어깨너머의 연인> 중에서 | ||
이: 원래 뭐든 잘 먹고 먹는 걸 워낙 좋아하는 편인데 요즘 잘 못 먹어요. 오랜 기간 연예계에서 활동하다 보니 식사가 불규칙해 소화기관이 많이 약해졌나 봐요. 그래서 과식하면 고생하게 돼 어쩔 수 없이 음식량을 조절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살도 빠졌고.
김: 벌써 30대 중반이세요. 결혼은 언제쯤 하실 계획이세요?
이: 아직 결혼 생각은 없어요. 본래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쯤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 좋은 사람을 못 만났어요. 그래서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좋은 사람만 생기면 언제라도 하고 싶어요.
김: 집에서 부모님이 결혼 서두르라고 부담주진 않으세요?
이: 신기하게 어머니는 결혼에 대해 부담을 안주세요. 내 또래 친구들 보면 하나같이 집에서 엄청난 부담을 준다던데 우리 집은 안 그런 편이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철없이 다니고 있죠. 하지만 난 일도 사랑하고 남자도 사랑한답니다.
김: 10년 넘게 배우로 활동했지만 아직 못 해본 역할, 그래서 꼭 하고픈 역할이 있다면?
이: 지금까지는 너무 모범적인 캐릭터만 많이 맡아서 그런지 악역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그렇다고 미움 받는 악역은 싫고 설득력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악역, 그래서 동정심을 유발할 수 있는 악역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김: 가만 생각해보니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자주 못 본 것 같아요. 오늘 사회를 정말 잘 보시던데 예능 프로그램 진출 계획은 없나요?
이: 예능 프로그램 너무 하고 싶은데 잘할 자신이 없어요. 게다가 생방송 징크스까지 있어요. 신인 시절에 크게 한 번 사고 친 적이 있거든요. SBS 공채 탤런트가 된 직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연예 정보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제가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엄청 헤맸어요. 거기서 그쳤어야 하는 데 마지막에 “아까 대답을 잘못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말까지 하고 말았죠. 그때 이후로 생방송을 조금 겁내는 편이에요.
김: 그렇지만 생방송으로 진행된 오늘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 볼 땐 전혀 안 떨고 잘 하시던데요. 오늘 인터뷰 정말 감사드려요. 다음엔 영화제에선 사회자가 아닌 수상자로 뵙길 기대할게요.
정리=신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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