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엽. 작은 사진은 지난 12일 열린 디초콜릿 주주총회 현장. | ||
지난 12일 오전 9시 무렵 서울 서초구 우면동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건물 2층 세미나실 주변은 검은색 정장을 입은 건장한 청년들이 완전 장악했다. 아니 1층 로비부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이들이 점령했다. 이들은 디초콜릿 경영진이 신동엽 측의 무력 동원 임시주총 진행 방해에 대비해 고용한 보안직원들이다. 경영권 분쟁의 향배는 그 전날 서울지방법원이 디초콜릿이 제기한 신동엽 측 3인이 보유한 103만 754주에 대한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사실상 마무리됐다. 신동엽 측이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돼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 되고 만 것.
결국 현 경영진과 맞서 경영권 분쟁을 벌인 신동엽과 은경표 스타시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은 주총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경영진을 대표하는 나장수 디초콜릿 대표도 와병을 이유로 주총에 출석하지 않았다. 주총에 참석한 의결권을 가진 주주도 14명에 불과했고 의결권 행사 역시 투표가 아닌 거수 방식으로 진행될 정도로 주총은 조용히 마무리됐다.
주총 소식이 알려지면서 매스컴은 일제히 신동엽 측이 경영권 분쟁에서 패했다는 뉴스를 쏟아냈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디초콜릿 경영진과 감정의 골이 깊어져 맞소송까지 벌이고 있는 신동엽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그런데 여의도 증권가에선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 주총의 성격이 단순한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것. 경영진이 이미 지난 6월 경영권 및 보유지분을 매각하려 했으나 무산된 바 있고 당시 최대주주이던 이귀분 씨는 이미 현 최대 주주인 메디온에 보유 주식을 모두 양도했다. 이 씨는 이도형 전 팬텀 회장의 모친으로 이 씨가 보유 주식을 모두 양도하면서 기존 ‘신동엽·은경표 VS 이도형’의 싸움 구도는 이미 끝이 난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번 주총 역시 이 씨와 함께 최대주주였던 이 전 회장 측 나장수 대표와 신동엽 측의 대결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 결국 이번 주총의 가장 큰 의미는 새로운 최대주주 메디온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였다. 임시주총결과가 그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이날 주총에선 여섯 명의 이사가 새롭게 선임됐다. 김일환 메디온 대표이사를 필두로 권승식 전 GM 대표, 송천규 서울일렉트론 부사장 등이 이사로 선임됐다. 또한 와병을 이유로 주총장에 불참한 나장수 대표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함에 따라 이날 새로 선임된 권승식 전 GM 대표가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제 나 전 대표까지 보유 지분을 처분할 경우 디초콜릿과 이 전 회장과의 관계도 대부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디초콜릿의 대표이사가 된 권 대표는 과거 GM기획 사장 등으로 활동했고, 연예계 매니저 세계에서 최고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그가 GM기획 사장일 당시 함께 호흡을 맞춘 GM기획 최대주주가 김광수 코어콘텐츠미디어 이사라는 부분이다. 또한 정훈탁 전 IHQ 대표와도 남다른 관계로 알려져 있다. 권 대표는 지난 해 4월 테드인베스트먼트 등과 함께 쓰리쎄븐을 인수하려 했지만 이중계약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무산된 바 있다. 그런데 테드인베스트먼트의 최대 주주가 바로 정 전 대표다. 한편 권 대표는 박남성 디알엠엔터테인먼트 회장과도 오래 전부터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권 대표와 인연이 남다른 인물들은 하나같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동엽 측으로 분류된 이들이다. 신동엽과 함께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은경표 대표는 지난 10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사회에 상정할 이사선임 안건에 연예인 신동엽 씨와 박남성 회장, 김광수 이사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정훈탁 전 대표가 최대 주주인 테드인베스트먼트는 디초콜릿 주식을 사들여 잠시 메디온을 제치고 디초콜릿 최대주주로 등극하기도 했을 정도로 경영권 분쟁에 깊이 관여했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테드인베스트먼트는 신동엽 측 우호세력으로 분류됐었다.
디초콜릿은 현재 고현정 강호동 유재석 김용만 노홍철 윤종신 김태우 박지윤 박경림 솔비 우승민 등 인기 스타를 대거 보유하고 있는데다 <황금어장> <일요일이 좋다> <스타킹> 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외주제작하고 있다. 방송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예기획사로 분류될 정도다. 신동엽 측이 경영권을 확보했을 경우 이런 탄탄한 회사에 박남성 김광수 정훈탁 등 연예계의 전설적인 인물들의 힘이 더해질 수 있었다. 그렇지만 결국 최대주주 메디온 역시 권 대표를 일선에 내세우면서 비슷한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 전 회장 측이 물러난 상황에서 박남성 회장, 김광수 이사, 정훈탁 전 대표 등의 세력이 실질적인 디초콜릿의 중심 세력이 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박 회장과 김 이사 등을 전면에 내세운 신동엽 측은 경영권 분쟁에서 패했지만 승리한 최대주주 메디온 측은 오히려 이들과 가까운 권 대표를 일선에 내세워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또한 상당량의 디초콜릿 주식을 매입해 한때 최대 주주 지위까지 올랐던 정 전 대표의 테드인베스트먼트는 애초부터 권 대표 측이었으나 신동엽 우호세력으로 잘못 알려졌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디초콜릿은 방송가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연예기획사임에도 불구하고 적자 폭이 크다. 그렇지만 연예계 실력자로 알려진 이들이 가세할 경우 상황이 크게 반전될 수 있다. 박 회장은 과거 김형곤 최병서 등의 개그맨 매니저를 거쳐 국내에서 현대적 의미의 프로덕션 1호인 준 프로덕션을 설립해 최진희 김정수 전영록 등 톱가수를 배출했다. 이후 음반 제조 및 유통회사 도레미레코드를 설립해 가요계 최고의 실력자로 꼽혔다. 또한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김 이사는 조성모 3집 <아시나요>, 조성모의 <가시나무>, 컴필레이션 앨범 <연가> 등을 제작하며 가요계 최고의 흥행 메이커로 인정받았다. 또한 SG워너비 씨야 FT아일랜드 다비치 티아라 등을 직접 발굴해 키워내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영화 제작자로도 활동 중이다. 정 전 대표는 국내 연예기획사의 판도를 바꿔 놓은 싸이더스HQ의 설립자로 전지현 박신양 정우성 전도연 김혜수 임수정 조인성 하정우 장혁 공유 윤계상 차태현 등을 성장시킨 영화계 최고의 실력자 가운데 한 명이다.
신동엽 역시 나 대표 등 이전 경영진과는 대립각을 세웠지만 권 대표를 필두로 한 현 경영진과의 관계는 그리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맞고소 등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후유증도 예상 외로 조용히 해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신동엽은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 10월부터 방영을 시작한 SBS 교양프로그램 <신동엽의 300>이 좋은 평가를 받으며 방송가에서 더 주가를 올리고 있다. 또한 신동엽 측이 경영권 참여를 선언한 까닭이 누적되는 적자에 대해 나 대표 등의 경영진의 책임을 묻기 위함이었다. 결국 나 대표가 물러나고 신동엽 측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권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신동엽 측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유재석 하차설 나도는 내막
“출연 연장 원하면 외주권 넘겨다오”
▲ MC 유재석이 <무한도전>에서 하차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방송 연예계가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무한도전> 출연진. | ||
첫 번째 신호탄은 유재석 하차 논란이다. 최근 유재석이 MBC <무한도전>과 SBS <일요일이 좋다> ‘패밀리가 떴다(패떴)’에서 하차할 가능성에 제기된 것.
우선 <무한도전> 하차 논란은 디초콜릿이 <무한도전> 외주제작을 맡느냐가 그 관건이다. 디초콜릿 측은 ‘3년 전 MBC 부사장이 유재석의 소속사에 <무한도전>의 외주제작을 맡길 것을 약속했다’는 부분을 강조하며 유재석의 <무한도전> 출연 연장을 위한 재계약에서 외주제작건을 포함시킬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만약 MBC가 유재석의 소속사인 디초콜릿에게 <무한도전>의 외주제작을 맡기지 않을 경우 유재석이 하차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는 것. 현재 디초콜릿은 ‘무릎팍도사’ ‘라디오스타’ 등의 코너로 구성된 MBC <황금어장>, ‘패밀리가 떴다’ ‘골드미스가간다’ 등의 코너가 있는 SBS <일요일이 좋다>, SBS <스타킹> SBS <야심만만2> 등을 외주제작하고 있다. 여기에 <무한도전>까지 포함된다면 사실상 현재 방영 중인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독식하게 된다.
유재석의 ‘패떴’ 하차설은 연예계에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이미 외주제작을 맡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유재석을 하차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 다만 증권가에선 또 다른 소문이 돌고 있다. 최근 ‘패떴’이 거듭해서 논란에 휩싸이자 SBS가 일부 멤버를 교체하고 외주제작사까지 바꿔 ‘패떴’ 시즌2를 제작하려 준비 중이라는 것. 이에 따라 디초콜릿이 외주제작사를 변경하면 유재석을 하차시킬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게 증권가에 떠도는 소문의 요지다. 다만 이런 소문에 대해 디초콜릿과 SBS는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같은 유재석 하차 논란은 디초콜릿의 새로운 경영진인 권 대표 체제의 공격적인 경영의 일환이라는 게 방송가의 공통된 견해다. 가요계에서 오래 활동하며 예능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춘 권 대표가 ‘유재석 하차 카드’를 들고 공격적으로 방송 제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 현재 상황에서 유재석과 강호동 하차 카드는 방송가에서 가장 막강한 패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디초콜릿은 이 두 카드를 모두 들고 있다.
또한 방송관계자들 사이에선 <선덕여왕> 종영 이후에 준비될 가능성이 제기됐던 <고현정 쇼(가칭)>도 곧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려온다. 고현정이 진행하는 토크쇼가 될 것으로 알려진 <고현정 쇼>를 디초콜릿에서 외주제작할 경우 이를 두고 방송 3사가 쟁탈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방송사에 프로그램 외주권을 달라고 부탁하는 처지에서 방송국을 골라 자체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드라마 외주 제작 시장에선 이런 형태로 드라마가 종종 제작되고 있다.
한편 주요 주주 가운데 하나인 테드인베스트먼트의 정훈탁 전 IHQ 대표가 가세할 경우 디초콜릿은 영화배우를 대거 영입할 가능성도 커진다. 정 전 대표가 워낙 영화계 톱스타들과 인맥이 두터운데다 그가 발굴해 스타덤에 올려놓은 이들도 여럿이다. 현재 디초콜릿에는 고현정 김태우 등의 톱스타급 배우가 소속돼 있지만 막강한 예능에 비해 영화 쪽은 다소 빈약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정 전 대표가 앞장서 영화계 톱스타들을 대거 영입할 경우 디초콜릿의 영향력이 방송가에서 영화계로 확대될 수 있다.
또한 아직 가능성만 제기되고 있을 뿐이지만 박남성 디알엠엔터테인먼트 회장과 김광수 코어콘텐츠미디어 이사까지 가세하면 디초콜릿의 취약점인 가수 부문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디초콜릿이 연예계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갖춘 초대형 연예기획사로 발돋움할 수도 있는 것. 이럴 경우 디초콜릿이 현재의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 흑자구조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인기 프로그램 외주 유치 및 대형 스타 영입은 디초콜릿 주가 상승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