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김상석 기자 kss@ilyo.co.kr | ||
먼저 1차적인 논란거리는 올 시즌 팀의 우승을 위해 혼신을 다해 뛰었던 김재현의 재기 여부. 김재현과 일부 언론에선 수술 후 6개월간의 재활 치료를 거치면 내년 시즌 후반기 출장도 가능하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띄우고 있다.
특히 김재현은 어렵게 이뤄진 전화통화에서 일부 언론이 자신의 문제를 과다하게 포장해 보도했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가장 거슬렸던 부분이 ‘선수 생명 위기’라는 표현이었다고. “선수 생명에 위기를 맞을지 전보다 더 열심히 뛸지 어떻게 알 수 있나.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는 말로 재기에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그러나 <일요신문>이 정형외과 전문의들에게 김재현의 병명을 알려주고 재기 여부를 확인한 결과는 대체로 비관적이었다. 삼성정형외과 안태영 원장은 “일반적인 생활은 가능하지만 운동 선수로서의 삶은 포기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냈다. 이미 연골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거친 운동을 할 경우 또다시 뼈가 주저앉기 때문이라고. LG팀 주치의인 을지병원 이경태 박사도 “솔직히 김재현의 재기 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한 가닥 희망을 갖고 수술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논란은 병의 원인과 관련이 있다. 전문의들에 의하면 대퇴골두무혈성괴사는 주로 과다 음주, 과다 스테로이드 복용, 과다 운동 등에 의해 나타난다고 한다. 이것은 지나친 음주와 약물 복용이 운동 선수들한테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김재현의 병은 이들 세 가지 원인 중 어떤 부분에 가장 근접해 있는 것일까. 김재현에게 대퇴골두무혈성괴사는 과다 음주, 과다 스테로이드 복용, 과다 운동 등에 의해 나타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직접 물어봤다. 김재현은 “의사 말로는 꼭 스테로이드를 복용하지 않아도 이런 병에 걸릴 수 있다고 들었다. 지금으로선 어떤 이유도 단정하지 못한다”며 스테로이드 직접 복용 여부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김재현은 “내가 복용했던 한약재에 스테로이드가 가미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모르는 일이고 자주 이용했던 한의원에서 임의적으로 처방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재현이 안고 있는 병의 원인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부산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엔트리에 포함됐던 삼성 포수 진갑용의 스테로이드 복용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간접적이긴 하나 또다시 약물 복용 의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또 얼마전부터 프로야구계에는 일부 선수들이 금지된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는 소문들이 꾸준히 나돌고 있었다.
진갑용은 1차 도핑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자 약물을 복용한 것이 아니라 군 면제 혜택이 절실한 후배에게 태극마크를 넘겨주기 위해 소변에 약물을 넣었다고 말했다. 결국 진위여부를 확인하느라 KBO와 삼성, KIST(한국과학기술원) 도핑센터까지 한바탕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 김재현이 경기중 호쾌한 타격폼을 선보이고 있 다. | ||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굵직굵직한 국제대회를 치르며 선수들을 상대로 도핑테스트를 전담했던 KIST의 김명수 박사(도핑센터장)는 진갑용 문제에 대해선 “약물을 복용했을 수도, 안했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소변에서 검출된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이 6이란 수치에 근접하면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고 의심한다. 그런데 진갑용의 소변 샘플을 처음 테스트했을 때는 6이 넘게 나왔다. 그후 2차 테스트에서 음성 반응이 나타났다. 2차에서 음성 반응이 나온 데 대해선 선수의 부인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약을 먹다가 끊으면 2~3일 후엔 무반응으로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확인하려고만 한다면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KIST의 김 박사는 동위원소질량분석기를 이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확인시켜 주었다. 이 방법을 통하면 아무리 오래 전에 복용했던 약물도 정확히 짚어낼 수 있다는 것. 즉 도핑테스트를 앞두고 약을 끊은 선수들의 복용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KIST의 김명수 박사는 한약재에 첨가된 스테로이드제제에 대해 충격적인 말을 전했다. 보통 소나 돼지 등에게 육질을 부드럽게 하고 기름기가 없어지게 하는 난드롤론, 클렌비테롤 등을 사료에 넣어 공급하는데 극소수의 한의원에서 그걸 구입해 한약재에 첨가한다는 것. 그 약을 복용할 경우 피로 회복이 빠르고 근육이 강화되며 지구력이 늘어나는 일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정도의 근거로는 김재현의 병이 스테로이드와 직접 관련돼 있다고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주치의인 이경태 박사도 아주 조심스럽게 한약재를 통한 복용 가능성만을 내비쳤다.
KBO는 올해 대두된 선수들의 약물 복용 문제와 관련해서 내년부터는 금지약물을 복용할 수 없도록 법적인 제재 조치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선수들은 저마다 스테로이드가 아닌 건강보조식품을 복용한다고 하지만 분명 그중에는 금지 약물이 포함돼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경태 박사는 이번 동계훈련 동안 선수들을 대상으로 약물 복용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그동안 관찰한 상태로라면 설문조사의 결과가 또 한 차례의 큰 파장을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